연예인이나 브랜드 이미지, 차 맛에 녹아있나

차 음료 열풍, 어디까지?

등록 2008.01.09 15:52수정 2008.01.0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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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음료 대형할인마트에 진열돼 있는 차음료들.
차음료대형할인마트에 진열돼 있는 차음료들.장지혜
요즘 여대생들 사이에서 차음료가 담긴 340mL 패트병은 어느새 필수품이 됐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웰빙 붐을 타고 녹차열풍이 일기 시작하더니 지난해부터는 차음료 열풍이 일고 있다.

검은콩차, 보리차, 옥수수수염차, 발아현미 누룽지 끓인물 등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의 종류만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편의점에서도 생수보다는 차음료를 찾는 젊은이들이 더 낯익게 느껴진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혼합차는 지난 2005년 남양유업이 출시한 ‘17차’다. 이후 불과 2년사이 혼합차 시장은 100여종의 차음료를 선보이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 차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한가지, 이들 차 음료에는 공통된 사실이 있으니 바로 유명 연예인들이 광고에 출현한다는 점이다.

차를 마시면 전지현, 이효리처럼 된다?

남양유업은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 라는 단어와 함께 전지현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0kcal의 17차는 단숨에 여대생들 사이에서 인기리에 판매가 됐고 출시와 함께 월 평균 매출 100억 원대를 기록하며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해태음료는 차온 까만콩차를 출시하면서 정우성과 지현우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동아오츠카도 최근 신개념 검은콩 차음료인 ‘블랙빈테라피’를 출시하면서 음료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핑클' 출신의 이효리와 성유리를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일까. 차음료를 즐겨마시는 여대생의 대부분은 이처럼 그 동기를 유명 연예인에게서 찾는다.

남양유업의 ‘17차’음료를 즐겨 마신다는 대학생 오수민(24)양은 “생수보다 맛도 좋으면서 0kcal여서 칼로리 걱정없이 사 마시게 된다”며 “처음부터 차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전지현이 선전하는 차음료를 호기심에 사먹었던 게 지금까지 즐겨 마시게 된 이유”라고 말한다.


대학생 박지은(22)양 역시 “‘블랙빈테라피’를 즐겨마시는데 처음에 무슨 맛일지 몰라 내심 걱정했지만 이효리가 즐겨마신다는 광고문구가 떠올라 마시게 됐다”며 "왠지 이 음료를 계속 먹으면 이효리처럼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 한다.

최초 ‘17차’를 선보였던 남양유업 광고담당회사인 서울광고 관계자는 “처음 ‘17차’는 홍화씨, 녹차 산수유 등 17가지로 만든 건강식품에 초점을 맞췄다”며 “여기에 전지현을 등장시켜 건강과 다이어트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지현의 몸매로 상징되는 건강미와 다이어트의 이미지가 ‘17차’를 알리는데 중요한 몫을 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이제는 차도 브랜드 따져가며 마신다?

민들레영토 커피차 (주)이롬이 민들레영토와 합작해 만든 '민들레영토 커피차'.
민들레영토 커피차(주)이롬이 민들레영토와 합작해 만든 '민들레영토 커피차'.장지혜
이런 차음료 시장에 최근 브랜드를 내걸고 커피빈과 민들레영토가 뛰어들었다. 감성문화공간의 대명사라 불리는 민들레영토는 친근함으로, 커피빈은 고급스러움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롬과 민들레영토가 손을 잡고 '민들레영토 이슬차'를 출시한 것은 지난해 8월. ‘민들레영토 이슬차’가 여대생들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자 이번에는 ‘민들레영토 커피차’를 출시했다.

㈜이롬 관계자는 “민들레영토 이슬차는 누구나 대학생 시절 민들레영토 기본차로 맛보았던 이슬차를 재료로 패트병에 담길 경우 맛이 변화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개발해 낸 아이템”이라며 “브랜드 자체가 친근해서인지 여대생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고 설명한다.

차 음료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으니 이제는 보다 경쟁이 될 만한 특징이 있어야 한다는 게 (주)이롬의 주장이다.

직장인 이혜연(26)씨는 “대학생시절 민들레영토에 자주 갔었는데 거기서 맛보던 이슬차를 시중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다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며 “민들레영토라는 친숙한 브랜드 이름과 맛 때문에 음료를 사게 된다”고 말한다.

민들레영토가 친숙함의 브랜드 이미지로 나섰다면 커피빈은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을 내세운다. 지난해 6월 출시한 국내 보성에서 재배된 녹차를 재료로 유기농녹차추출액 95%이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커피빈유기농녹차’ 330mL의 가격은 3천8백원. 일반 시중의 차음료에 비해 3배가량 비싼 가격이지만 꾸준히 판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원시 내 한 커피빈 매장 관계자는 “커피빈 커피를 즐겨먹는 일부 사람들이 유기농녹차에서도 커피빈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며 차 음료를 사마신다”고 이야기한다.

커피빈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녹차 출시는 타회사의 의도와 다르지 않다”며 “차시장이 웰빙바람을 타고 호황을 누리면서 커피 이외에 차음료에 대한 국내 음료의 다변화를 감안해 출시하게 됐다”고 의도를 밝혔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차마시는 법을 다도라 하여 예절의 기준으로 삼았다. 또 차를 마심으로써 호흡을 가다듬고 차향을 음미하며 심신을 정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호흡을 가다듬고 심신을 정화하기 위해 차음료를 마시지는 않는 듯하다.

웰빙바람과 함께 불어닥친 차음료 열풍 속에서 우리는 전지현, 이효리의 날씬한 몸매가 되기를 원하며 차를 마셨고 이제는 민들레영토와 커피빈처럼 브랜드를 따져가며 차를 마시고 있으니 말이다.
#차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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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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