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쌍피' 노래방에서 뮤직동영상을 찍다

아이들과 2시간여 신나게 놀며 회포 푼 날

등록 2008.01.10 17:28수정 2008.01.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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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중 지금 나는 아이들의 촬영에 힘입어 뮤직 동영상 찍는 중이다. 이날 따라 '음정 불안, 박자 불안'이었지만, 당당하고 자신있게 불렀다는 데 점수를 주려고 한다. ⓒ 송하나


“목사님, 우리 노래방 가요?”
“얘들은…. 우리 ‘더아모의집’ 거실에도 노래연주기 있잖아.”
“그건 시시해요. 크게 부를 수도 없고, 반주 소리도 작고….”


한마디로 현장감이 없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렷다. 그동안 간간히 ‘더아모의집’ 거실에 설치된 노래연주기를 통해 노래를 불렀지만, 아이들에겐 채워지지 않은 그 뭔가가 있었던 게다. 한마디로 영 기분이 안 난다는 것. 그러니까 노래를 부르는 데는 지장이 전혀 없지만, 기분 내는 데는 항상 2%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방학도 하고 해서 안성시내 노래방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무엇을 부를까 들떠 있다. 아니, 어느 노래방으로 갈까를 말하며 들떠 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이 노래방이 좋다, 저 노래방이 좋다며. 결국 정한 곳이 ‘똥쌍피 노래방’이다. 고스톱 할 때 나오는 용어가 다 들어간 노래방이다.

웃긴 것은 이 노래방을 가자고 이끈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내 아내라는 것이다. 아내가 직장 동료들과 여기 저기 들러 본 결과 추가 서비스 시간을 제일 많이 주는 곳이 여기란다. 아이들도 흔쾌히 승낙이다. 노래방 시설이야 거기서 거기. 그렇다면 서비스 시간을 많이 주는 게 아이들로선 '장땡'이다. 나도 200% 동감. 만장일치로 찾은 ‘똥쌍피 노래방’.

초반부터 선곡 경쟁이 치열하다. 아이들은 요즘 신곡, 아내와 나는 구곡. 그렇다고 무조건 아내와 내가 구곡만 부른 것은 아니다. 그동안 아이들로부터, 때로는 텔레비전과 컴퓨터,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나 또한 신곡을 많이 섭렵한 터라 제법 신곡에 손대본다. 그래도 아무려면 아이들만 하랴.

a 더아모 노래방 가끔씩 더아모의집 거실은 노래방이 되곤 한다. 거실에 놓여 있는 노래반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 아이들은 항상 2% 부족하단다. 그것은 노래방 만큼의 현장감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더아모 노래방 가끔씩 더아모의집 거실은 노래방이 되곤 한다. 거실에 놓여 있는 노래반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 아이들은 항상 2% 부족하단다. 그것은 노래방 만큼의 현장감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 송상호




오늘따라 막내둥이(초1, 송바다)가 신이 났다. 우리집 노래연주기가 시시하다고 역설한 주범이었기 때문이다. 거실에서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을 마음껏 뽐낸다. 그래 봤자 자신이 아는 몇 곡을 부르는 게 다고, 아직 박자나 음이 상당수가 불안하고 엉터리다. 그래도 누나들에게 뒤질 새라 열심히 하는 게 어딘가. 아들의 노는 모습에 덩달아 신이 난 건 아내다.

이 곡 저 곡을 부르다 평소 연습을 많이 한 곡이 눈에 들어왔다. 임재범의 ‘너를 위해’라는 곡이다. 나는 좋은 곡, 마음에 드는 곡이 ‘필(feel)'에 꽂히면 계속 그 곡만 연습한다. 이쯤 되면 그동안 ‘너를 위해’란 곡을 얼마나 많이 불러 댔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선곡을 하고 차례를 기다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동영상을 한 번 찍어보자. 그리고 우리 ‘더아모의집’ 홈페이지에 올려 보자.’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초보 무명 가수의 뮤직비디오 촬영이었다. 촬영은 딸아이가, 노래 코치는 아내와 ‘더아모의집’ 아이들이, 백댄서는 막내둥이가.

a 노래하는 소녀들 노래하는 소녀들과 그 옆에서 막내둥이가 따라 부르고 있다. 이날 추가 서비스 시간도 만족스럽게 주는 바람에 신나게 놀았다.

노래하는 소녀들 노래하는 소녀들과 그 옆에서 막내둥이가 따라 부르고 있다. 이날 추가 서비스 시간도 만족스럽게 주는 바람에 신나게 놀았다. ⓒ 송상호



언제나 그랬듯이 내 최대 아킬레스건인 박자감각이 또 내 발목을 잡았다. 자유로운 걸 좋아하는 내게 박자에 맞춰 부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오늘따라 살짝 긴장을 한 탓인지 고음도 불안했다. 사실 몸 상태가 좋을 때 부르면 고음도 잘 나왔는데….

이렇게 촬영이 끝나고도 우리는 한참을 신나게 노래를 불러 댔다. 아내의 정보대로 서비스 시간은 계속 되었다. 2회 연속 서비스 시간을 준 것이다. 요금은 한 시간 분량을 내고 약 50분 정도 추가로 노래를 했으니 2시간 정도를 신나게 논 셈이다. 아이들도 여한이 없는 듯 모두 만족하는 눈치다.

“잘 있어요. ‘똥쌍피 노래방’. 다음에 또 올게요. 하하하하하.” 

그 동영상을 ‘더아모의집’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평소 방문하던 여기저기 홈페이지에다가 마구 올렸다는 후문을 함께 전한다.

a 아내와 나 아내와 나는 지금 김수희의 '애모'를 열창 중이다. 표정으로 봐선 내 표정이 일류급이다. ^^ 노래 부르는 모습을 봐도 성격이 확 드러난다.

아내와 나 아내와 나는 지금 김수희의 '애모'를 열창 중이다. 표정으로 봐선 내 표정이 일류급이다. ^^ 노래 부르는 모습을 봐도 성격이 확 드러난다. ⓒ 송상호

덧붙이는 글 |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덧붙이는 글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더아모의집 #송상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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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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