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두가헌갤러리 포함)에서 2월 13일까지 '1980~2008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라는 제목으로 황주리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이번 전에는 연대별로 100여점 작품이 전시되어 30여 년간 그의 작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황주리는 80년 첫 전시회를 마치고 그 후유증으로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못할 거 같은 허탈감에 빠졌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젠 30년 회고전을 열고 있으니 그는 분명 긴 세월과 싸워 너끈히 이겨낸 승자로 우뚝 선 셈이다. 어디서 그런 열정과 용기와 에너지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하찮은 일상에서 영원한 시간을 건지다
황주리는 하찮고 평범한 것에서 기적처럼 그림을 건진다. 그에게 있어 그림 아닌 것이 없다. 모든 것이 그림의 오브제가 되고 창작의 모티브가 된다. 그는 그림을 통해 사람과 사물을 보고 만나고 대화하고 소통한다.
일상이라는 캔버스에 일기를 쓰듯 수많은 삶의 흔적과 마음의 풍경을 담고 있다. 옴니버스작품을 모은 '여행에 관한 명상'에서 보듯 일상이 주는 추억과 주변의 삶이 그림으로 변한다. 다채롭게 경험한 세계의 합창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는 이번 회고전과 동시 출간한 산문집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에서 "우린 모두 언젠가는 멈출 수밖에 없는 시계 하나씩을 가슴속에 품고 산다"라는 극(劇)의 한 대사를 인용한다. 이는 그가 매순간을 얼마나 소중히 안고 사는지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