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대운하의 중심 기점인 둥핑후는 수위가 낮아 오염 우려도 높다. 멀리 보이는 것이 2005년 남수북조를 위해 만든 빠리완자(八里灣閘).
조창완
중국에서도 물류 문제 해결을 위해 운하를 만들자는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산둥반도의 아래쪽 칭다오에서 농업도시인 까오미·창이를 지나 보하이완의 라이저우항으로 이어지는 자오라이운하 건설 논의가 그것이다. 이 운하 건설 논의는 남방의 물자를 바닷길을 통해 북방으로 이동시킬 필요성이 높았던 원 세조(1280년) 때부터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관통 길이는 100㎞에 달하지만, 이 곳은 이미 대부분 수로가 갖춰져 있고 고도도 10m를 넘는 곳이 거의 없다. 실제로 이 길이 완성될 경우 상하이 등 남방이나 칭다오 등지에서 베이징, 톈진 등 수도권으로 가는 배의 바다길이 600㎞ 정도 단축될 수 있다.
왕스청 산둥성 해양 및 어업청 부청장이 2004년 8월 이 운하 건설 필요성을 다시 제기했다. 공사를 구상한 왕스청 부청장은 이 공사를 위해 1000억 위안(한화 약 14조 원) 정도를 들여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의 구상은 물류 기능뿐 아니라, 이 길을 통해 보하이만과 황해의 물이 쉽게 이동함으로써 해수 순환 기능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안에 비해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 계획조차 중국 정부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관련 학계 등에서도 왕스청 부청장의 제안에 선뜻 동의하기보다는 물류 문제 해결을 위해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적절한 방안인지를 두고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2006년 10월 12일 칭다오)에서 열린 관련 세미나에서는 운하의 실효성, 수질오염 문제, 운하 주변지역 토양 염화, 화물 이동을 위한 동력 문제, 운하 입구의 모래 적체 문제, 자금 마련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와 관련, "현대에 1000억 위안을 들여 운하를 건설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기사도 나오는 등 비판적인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지오라이운하 건설, 1280년부터 논의됐지만이 논의에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왕스청 부청장이 제시한 예상 공사비가 한반도대운하의 공사비와 같은 14조원이라는 점이다.
칭다오와 라이저우항은 거리상으로도 100km 정도이고 고도도 10m를 넘지 않음에도 예상공사비는 그렇게 책정됐다. 자오라이운하가 시공될 경우 공사지로 구상된 부분이 이미 상당 부분 강줄기가 형성되어 있는 구간이라는 점에서 낙동강과 충주호 수계를 재활용하겠다는 한반도 대운하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이 정도 공사비를 책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반도 대운하와 예상 공사비가 같게 나왔다는 점은 한반도 대운하의 실제 소요 비용이 축소된 것 아닌지 의문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한반도 대운하의 또 다른 기능은 관광 진흥을 통한 지역발전이다. 사실 중국에는 10000리가 넘는 창지앙에 싼샤를 비롯한 무한한 여행자원이 있지만, 싼샤댐 건설과 같은 개발이 여행객 증가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대운하가 개발된다 해도, 운하가 해외 관광객들이 해당 지역을 찾게 하기 위해 어떤 유인 요소를 제시할 수 있을지 세밀하게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전문가인 강효백 경희대 교수는 중국 전체 물동량에서 내륙 수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 교수는 인터뷰에서 "1985년까지만 해도 21%였던 내륙 수운의 물동량이 1995년에는 14%, 2005년에는 5%로 떨어져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선 상하이나 베이징 등이 세계적인 전시컨벤션 도시로 부흥하고 있다, 대운하보다는 전시컨벤션 기능의 부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