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826호 대적광전.
안병기
절 마당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올라간다. 바야흐로 장중한 맞배지붕 건물인 대적광전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겨울 귀신사는 쓸쓸하다. 한여름 석 달 동안 쉴 새 없이 붉은 꽃을 피워내 이 소박한 절집을 장엄하던 배롱나무는 대적광전 옆에 조용히 머리를 조아린 채 서 있다.
대적광전은 이제 보수공사를 완전히 끝마쳤는지 주변까지 말끔히 정리돼 있다. 4년 전, 이곳에 왔을 적만 해도 공사 중이었다. 양귀자가 소설 <숨은 꽃>을 썼던 1992년부터 시작한 공사이니 십 년도 넘는 공사였다. 하도 말끔하게 정리해버린 탓인지 도무지 17세기에 지은 건물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법당 안에는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싸 쥐고 왼쪽 검지 끝을 오른쪽 검지 첫째 마디 쪽으로 뻗은 지권인 수인을 한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모셨다. 모두 흙으로 제작한 소조상에다 금물을 입힌 것이다.
삼불좌상의 몸집이 어찌나 커다란지 바라보는 내 눈과 마음을 옴짝달싹 못하게 압도한다. 대적광전이 앞면 5칸·옆면 3칸이나 되는 작지 않은 크기의 건물인데도 비좁게 느껴질 정도다. 길고 큰 불상 비례는 명나라 초에 유행하던 형식이다. 이곳의 삼불좌상은 명대 조각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불상의 상호는 인자하고 부드럽게 생겼다. 크기에서 느끼는 중압감을 상쇄시켜주는 듯하다.
절 왼쪽 마당에는 탑재, 배례석과 장대석과 주초석, 기단석 등을 모아놓은 곳이 있다. 그 옆에는 석탑, 석등 부재 등을 모아서 쌓은 삼층석탑 형태의 탑 1기가 서 있다. 귀신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8) 의상대사가 세운 절이라고 하며 전성기 때는 8개나 되는 암자가 있었다고 전한다.
이 부재들은 어느 시기에 존재했다가 파괴된 부재들일까. 겉으로 보기엔 얌전하게 생겼지만, 알고 보면 귀신사도 파란만장한 이력을 간직한 절인지도 모른다.
웃기는 일입니다. 대체 뭐 하러 이 짓을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