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고성을 흐르는 작은 하천 주변으로 홍등이 걸려있다. 이 하천에 종이배도 띄워보낸다. 주변에는 식당과 술집이 즐비하다
최종명
낭만 가득한 아름다운 밤은 그렇게 지나고솔로로 와서 연인이 되기에 충분한 낭만적인 여행지로 책자마다 소개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동행에게 말하니 "혼자 올 걸 잘못했다"고 한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술집마다 기타 소리를 빌려 사랑을 담으려는 듯하다. 서양인들이 아주 많다. 그들은 이런 낭만을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서 이곳까지 온 것일 터이다. 점점 밤이 깊어가지만 홍등은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그렇게 리장의 첫날, 아름다운 밤이 지나간다.
숙소에 와서 혼자 여행 온 여대생과 셋이서 이곳에서도 역시 싸고 맛있는 사과, 망고를 안주로 맥주를 마셨다. 왜 혼자서 중국여행을 하는가. 이것이 화제였는데 나야 그렇다 치고 혼자 여행 오는 여자들이 참 부럽기도 했다.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8월 3일, 리장(丽江) 고성에서 서북쪽으로 15킬로미터 거리에는 적도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의 설산이 있다. 위룽설산(玉龙雪山) 최고봉은 해발 5596미터에 이르고 멀리서 산 정상을 보면 하얀 눈이 일년 내내 덮여 있다고 한다. 아열대부터 한대에 이르는 기후조건을 다 갖춰 온갖 식물자원이 다양하고 풍부하다.
3시간 가까이 말을 타고 올라가야 정상 부근 평원에 도착할 수 있다. 가파른 길을 승마로 오른다는 것은 생각보다 신난다. 마침 날씨도 쾌청했다. 마부가 앞에서 줄을 잡고 끌어주기는 하지만 말들도 이미 수없이 올랐을 것이니 저절로 잘 오른다.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자꾸 몸이 앞으로 숙여지는데 허리가 꽤 아프다. 말들은 질퍽한 길에도 스스로 만들어둔 발자국을 따라 차분히 그러나 가끔은 껑충껑충 오른다. 말을 타고 있으니 높이 열리는 잣나무 열매가 손에 닿기도 한다.
저 배고픈 말을 다시 타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