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가 조선을 유린하고 돌아간 뒤, 조선에서는 '북벌론'이 일었다. 하지만 그것은 명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인들이 뭔가를 하기 위해서 으레 '북벌'을 거들먹거렸을 따름이다. 하지만 윤휴라는 남자는 달랐다. 그는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꿈꿨다. 청나라에 복수를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군사력 강화를 위해 병거 제작 등을 건의하고 반청 운동을 벌이는 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번 당한 치욕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듯 그의 삶은 '북벌'이라는 단어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북벌은 성사되지 못하고 그는 당쟁에 휘말려 죽게 된다. 돌이켜보면 그가 이룩한 것은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잊어야 하는가? 그의 소신을 웃어 넘겨야 해야 하는 걸까?
18세기 후반 조선시대에는 북학 사상으로 부흥에 대한 논의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세도 정치가 시작되면서 그 움직임은 사라지고 만다. 그런 때에 시골의 촌로 김병욱은 자신이 알고 지내던 우의정을 '책망'한다. 자신이 나라를 부흥시킬 수 있는 '태평오책'을 줬건만 아무런 답이 없어 쓴 것인데, 그 안에는 "지금 조야에서 공이 어질다고 하는데 공이 무슨 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라는 표현이 있다.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하지만 상당히 과격한 어조로 책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런 것일까?
김병욱은 소신이 있었다. 자신이 쓴 '태평오책'대로만 하면 나라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들으면 좋다고 하지만, 실제로 움직인 세력가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대는 제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 때였다. 좋은 방법이 있더라도 그것이 나라를 위할 뿐 자신에게 소용이 없다면, 무가치한 취급을 하던 시대였던 것이다.
이 시대에 태어난 김병욱의 꿈이 성사될 리는 만무했다. 김병욱은 그것을 몰랐을까? 알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집요할 정도로 세도가들에게 찾아가 자신의 '태평오책'을 말한다. 출세욕이나 명예욕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만든 내용이 나라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 믿어서 그런 것이다.
그는 대동법처럼 '시험'이라도 해보자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무모하다고 해야 할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무모했다. 하지만 윤휴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삶도 외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그 '소신'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이들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바쳐 천주교를 막겠다던 김치진, 개화와 척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걸었던 이건창, 스승이 죽자 평생을 은거한 양산보, 자신을 최고 문인이라 믿었던 이언진 등 <소신에 목숨을 건 조선의 아웃사이더>가 말하는 사람들은 제목에서 알려주고 있던 조선시대의 '아웃사이더'였다. 그들은 세상과 불화한 채, 세상이 비웃고 또한 들어주지 않아도 소신에 목숨을 걸었다. 그것 하나를 지키며 세상을 살아갔던 것이다.
그들을 보며 비웃을 것인가? 그들의 생을 몰랐다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믿었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알고 나면 유명한 업적을 세운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만큼이나 경건해진다. 마음과 마음이 통해서 그런 것이리라.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을 말했다. 폼만 잡은 것이 아니라 "나는 오직 나만의 길을 가겠소!"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심을 다해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인가. <소신에 목숨을 건 조선의 아웃사이더>는 조선을 말하는 다른 책들과 다르게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리라. 자신의 것을 지키며 살아갔던 조선 남자들의 이야기 <소신에 목숨을 건 조선의 아웃사이더>, 위인전 보는 것 이상으로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2008.03.03 09:0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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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에 목숨을 건 조선의 아웃사이더
노대환 지음,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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