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낙동강 연가

권순자 시인

등록 2008.03.04 10:45수정 2008.03.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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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겨울 들어 낙동강 하구에는 온갖 철새들이 날아 들었다.

겨울 들어 낙동강 하구에는 온갖 철새들이 날아 들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겨울 들어 낙동강 하구에는 온갖 철새들이 날아 들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운하를 파서 너, 내 꿈 수몰시키려는 거지

밤마다 별 담고 흐르는 내 노래 빼앗으려는 거지

흘러 내 품에 고이 안기려는 계곡의 꿈 앗으려는 거지

 

황금맛에 눈도 귀도 노래져 이 청정 물도 노란 금으로 보이는 거지

흰 마음 열어 새들 앉히던 나무, 꺾이고 꺾여 푸르게 흔들던 손 사라지고

발목 꺾인 자리 나는 자꾸 가라앉고 바닥에 처박히는 산천어들

 

내 젖줄 물고 사는 물고기들 유영하다 아가미에 구름이 들지도 몰라

늪을 잃은 물새들 방황도 노을 속으로 묻혀가고

착한 사람들 정처 없이 기름처럼 운하를 따라 떠돌는지도 몰라

 

유람선이 뱉어내는 기름과 오수를 내가 견뎌낼 수 있을는지 몰라

내장이 오그라들고 빛도 닿지 않는 몸 깊숙이 울렁이는 구토증으로

밤마다 하얗게 혼절할지도 몰라 넋들이 수면에 풀어놓은 흔적이

천천히 비늘 벗고 하늘로 올라가는 어두운 밤, 산 넘고 넘어 수 백리 물길

고단하게 돌며 가슴팍 누르는 화물선 힘겹게 들어 올릴 수 있을는지 몰라

 

내가 이렇게 하소연해도

넌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는지도 몰라

덧붙이는 글 | [필자 약력]
1958년 경북 경주 출생. 
2003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다로 간 사내>가 있다.

2008.03.04 10:4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필자 약력]
1958년 경북 경주 출생. 
2003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다로 간 사내>가 있다.
#경부운하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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