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통위의 '방패' 될까 '족쇄' 될까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청문 과정에서 의구심 해소해야

등록 2008.03.03 15:35수정 2008.03.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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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유성호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역시 노회한 정략가라고나 할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초대 위원장으로 지명된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언론계 안팎에서 일고 있는 부적격 논란을 의식한 듯 지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거침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생을 걸다시피 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선거 캠프에 참여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호흡을 함께할 수 있는 동지적 의식이 필요한, 대통령을 보좌하는 멤버의 한 사람으로 봐달라고도 했다.

 

그런 자신이 방통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 그러나 방송의 독립성 문제는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언론인과 여론조사인의 길이 모두 "독립성, 객관성, 중립성을 강조하는 직업"이라고 했다.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전문성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신문사와 통신사, 그리고 여론조사기관을 두루 거쳤기 때문에 방송을 포함한 정보산업에 대한 전문성은 별문제가 없다고 자부했다. 산업으로서 통신에 대한 전문성은 취약할 수 있겠으나 "지휘자에게는 스페시얼리스트로서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피해갔다.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서 자격 논란에 대해서는 자신의 직업적 경험과 경륜을 들어 '믿어 달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생을 걸다시피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위원회 운영을 편파적으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되레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방패막이'가 될 것임을 자임했다. 한마디로 믿어달라는 이야기다.

 

대통령의 멘토 역할 한 사람인데... 무슨 '지시', '주문' 하겠나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오마이뉴스 유성호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믿겠는가?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에 따르자면 최시중 방통위원장 지명은 곧 방통위원회가 대통령의 수중에 너무도 확실하게 들어간다는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누구인가.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한 사람이다. 말 그대로 이심전심일 수 있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방통위원장을 맡는다면 굳이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지시'를 내리거나 '주문'을 할 필요도 없는 일 아닐까.

 

그럼에도 그는 오히려 방통위의 독립성을 지키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측근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감히 다른 누가 방통위에 간섭할 수 있겠느냐는 반어법으로 읽힐 만하다.

 

실제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 부처나 공공 기관의 경우 장관이나 기관장이 바뀔 때면 이른바 '실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실세가 와야 그 영향력이 커지고 외부의 간섭도 줄어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세 기관장들은 또 그런 주문에 잘 부응함으로써 '실세의 위상'을 지켜나간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의 실세 중 실세다. 국정원장 후보 물망까지 올랐지만 고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반면 방통위원장 자리는 그래도 희망했다고 한다. 국정원장 자리를 물리치고 방통위원장을 선택한 권력의 실세 가운데 실세라고 한다면 방통위원회의 앞날이 어떻게 될까?

 

그의 말대로 실세의 힘으로 외풍을 막아주는 바람막이의 역할을 잘 할 수도 있다. 또 그의 정치적 비중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수 있는 여러 방통융합 쟁점의 신속한 타결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힘 있는 방통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방통위 위상 정립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방송위원회와는 달리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기구화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 독립성은 무엇보다 권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그런 독립성은 실세의 힘으로 권력 주변의 간섭을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로 측정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바로 권력 핵심의 의중에 어긋난다 하더라도 방통위가 과연 국민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 여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청문 과정에서 온갖 의구심 명쾌하게 해소할 수 있어야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오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오고 있다오마이뉴스 유성호
최시중 방송통신위 위원장 내정자가 2일 무교동 한국사회정보진흥원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그래서 묻게 된다. 대통령의 멘토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지명자는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익, 공공성을 위해서라면 지명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있을까? 또 방통융합 시대에 그가 생각하는 공익적 가치의 우선 순위는 도대체 무엇인가? 신문과 방송의 겸영 문제와 같은 주요 쟁점 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인가?

 

최시중 방통위원장 지명자는 최소한 이런 의문에 대해 국회 청문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가 스스로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공성의 수호자일 수 있음을 자신한다면 국회 청문 과정을 통해 그에 대한 온갖 의구심을 명쾌하게 해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그는 첫출발하는 방통위의 '방패'가 아니라, 두고두고 그 운신의 폭을 좁히는 '족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에 앞서 나머지 방통위원 지명자 면면을 보면 최시중 위원장 지명의 배경과 그 역할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2008.03.03 15:35ⓒ 2008 OhmyNews
#최시중 #방통위원장 #방통위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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