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내부
이상기
제대 구조 또한 특이하다고 하는데 신자가 아닌 나로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제대 형태가 변했다고 하며, 그 전과 후 제대가 이곳에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제대 앞에는 가시 면류관이 있어 예수의 수난과 고통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제대 뒤에 벽의 감실에는 지팡이를 든 베네딕토 상이 모셔져 있다. 베네딕토는 공세리 성당의 주보 성인이다.
성당 제대에서 성당 입구로 이어지는 양쪽 벽면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과정이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되어 있다. 제대 오른쪽 앞에서부터 14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성당 밖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밝은 빛에 환희심이 생겨난다.
첫 장면에서 예수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런데 예수의 모습이 너무나 태연하다. 두 번째 장면에서 예수는 십자가를 짊어진다. 세 번째 장면에서 처음으로 넘어지고 네 번째 장면에서 어머니 마리아를 만난다. 다섯 번째 장면에서는 시몬이 예수를 도와 십자가를 진다. 여섯 번째 장면에서는 베로니카가 예수의 얼굴을 닦아 주고 일곱 번째 장면에서 예수는 두 번째로 넘어진다.
여덟 번째 장면에서 예수는 예루살렘의 부인들을 위로하고 아홉 번째 장면에서 세 번째 넘어진다. 열 번째 장면에서 병사들이 예수의 옷을 벗기고 초와 쓸개를 마시게 한다. 열한 번째 장면에서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히고 열두 번째 장면에서 예수는 십자가에서 숨을 거둔다. 열세 번째 장면에서 제자들은 예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고 열네 번째 장면에서 예수가 무덤에 묻힌다.
그런데 이들 스테인드글라스를 자세히 살펴보니 예수가 처음으로 넘어지는 세 번째 장면이 없다. 그 대신 마지막 장면에 예수가 부활하는 모습이 보인다. 최근에 십자가의 길(Via Cruise)을 예수 부활을 포함해 15처로 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하는데, 이곳 공세리 성당은 예수 부활을 포함시킨 것이다. 그런데 창문은 양쪽 대칭으로 한쪽에 7개씩 만들다보니 예수가 처음 쓰러지는 제3처를 생략한 것 같다. 그래서 이곳의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14처로 이루어져 있다.
공세리 성당 주변의 신앙의 흔적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