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PD
김병기
두 PD는 프로그램에서 못다한 얘기도 많다고 했다.
"독일에서 작심하고 찍은 게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의 모습이다. 이 자전거는 바지선보다 빨랐다. 겨우 찍은 컷이긴 한데, 30km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찬성론자들의 말과 대비시키는 데 미흡했다. 덜어낸 부분도 많았다. 사실 우린 이명박 대통령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려 했다. 무조건 반대만 한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다. 가령 운하 찬성론자들은 운하로 인한 내륙개발의 모델로 독일의 뒤스브르크 내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항은 운하 때문에 발전한 게 아니었다. 또 그곳에서도 운하의 비중을 낮추고 열차 운송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었다. 마인도나우 운하 인근의 주민들을 만나봤는데, 이명박 정부가 말하고 있는 관광 효과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운하 인근의 공단 사람들도 만났는 데 운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뺐다. 몇 명만 만나보고 일반화시킨다고 비판할지도 몰라서." - 임 PD"건설업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놀라울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 가령 운하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은 69%였다. 그런데 4년 만에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사람이 76%였다. 건설비가 16조원 들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9%에 불과했다. 30-40조 이상 들 것이라는 사람도 15%에 달했다. 그럼에도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60%가 주변 개발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물류혁명과 관광효과 등과는 달랐던 것이다. 이 여론조사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게 아쉬웠다." - 이 PD그렇다면 이번 탐사보도를 하면서 목격한 '이명박 운하'의 거짓말은 무엇일까?
임 PD는 "처음에 물류 효과를 얘기하면서 배의 속도를 24시간~30시간을 제시했는데 그건 완전히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이 밖에도 경제성과 물류 효과 등에서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했다.
임 PD에게 '찬성론자들의 주장 중에 그래도 타당성이 있거나, 진실성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남북이 통일되고 중국까지 운하가 이어진다면 경제성, 뭐 그런 것을 다 제외하고 나름대로 의미는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 정도다"라고 말해 간담회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건설업계에서는 4월 9일 총선만 기다린다"이 PD는 "찬성론자들이 마르코폴로계획을 얘기하면서 대기 오염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나름대로 신선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홍수가 나면 강바닥을 파고 둑을 높이는 일을 반복해왔는데 그런 방식이 제대로 된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또 운하 논쟁이 벌어지는 바람에 식수원의 문제와 강의 오염문제가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PD는 또 "한나라당이 총선 공약에서는 제외시켰지만, 업계 쪽에서는 4월 9일 총선이 끝나고 속도를 낼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온다"면서 "이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아직도 정착되지 못한 의사결정 과정, 즉 정부는 사업에 대해 충분히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국민들은 성숙된 시민의식을 발휘해 이를 토론하는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달의 추천방송'에 선정된 MBC <PD 수첩> '독일 운하를 가다'편의 책임CP 는 조능희, 연출은 임경식, 김보슬, 이승준 PD가 맡았다. KBS <추적60분> '물길탐사, 경부운하 540km를 가다'편의 책임CP는 구수환, 연출은 이재정, 류종훈 P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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