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들이 기금 모아 태안지역 장학금 지원

[인터뷰] 의항분교 찾은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등록 2008.03.27 19:27수정 2008.03.2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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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진화 위원장이 안성일 학생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있다.

정진화 위원장이 안성일 학생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있다. ⓒ 신문웅

정진화 위원장이 안성일 학생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있다. ⓒ 신문웅

"학생들은 우리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기름 유출사고로 모든 것이 힘들 텐데 해 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힘이 나고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소원초 의항분교를 찾은 전교조 정진화 위원장이 강명식 교장선생님에게 던진 첫 마디였다. 27일 오후 1시 30분경 의항분교 16명의 학생들은 운동장에 있었다. 이한규 선생님이 교실로 다 모이라고 할 때까지 사이좋게 놀고 있었다.

 

오전에 장학금을 받은 성일이는 전교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한다고 하니 또 주느냐고 묻는다. 정 위원장은 의항분교 어린이들에게 전부 장학 증서를 전달하고는 인사말을 통해 "너희들이 희망이다.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전달식을 마친 정진화 위원장을 만나 이번 장학금 전달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이번 장학금은 어떻게 조성되었나?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차등해 지급하면서 교육현장에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그래서 전교조는 정부를 상대로 수년째 차등성과급을 없애라고 주장하며 투쟁하고 있다. 지난해 전교조에서는 성과급의 차등분을 반납하여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동참을 호소해서 4만여명이 40억원 정도의 사회기금을 모았다. 그때 조성한 사회기금중의  2억원을 태안지역의 피해 학생들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사용하게된 것이다."

 

- 이번에 지급된 장학금 규모는?

"총 400여명에게 50만원씩 2억 원이 지급되었다. 지급 대상 선별은 가계 빈곤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특히 피해 해역과 가장 인접한 의항분교는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 했다. 초등학생 258명에 1억2900만원, 중학생 100명에 5000만원, 고등학생 32명에 1600만원, 태안지회 10명에 500만원 등이다. 고등학생이 적은 것은 내일(28일) 선경재단에서 고등학생에게 1억20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 있어서 이를 반영했다."

 

a  의항분교 학생들을 격려하는 장진화 위원장

의항분교 학생들을 격려하는 장진화 위원장 ⓒ 신문웅

의항분교 학생들을 격려하는 장진화 위원장 ⓒ 신문웅

- 태안수학여행, 태안 농수산물 팔아주기 운동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

"태안지역은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이번 원유 참사로 인해 관광 관련 산업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생태체험과 갯벌체험 등 태안은 관광자원이 많은 곳으로 알고 있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 태안지역 수학여행 가기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자원봉사도 하고 태안지역 관광도 하고 체험과 학습을 겸비한 좋은 관광 상품이 될 것이다.

 

필요하다면 태안군청의 협조를 얻어 추진할 생각이다. 남부지방이나 동해안 지역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알맞을 것이다. 또한, 전교조 지부별로 추석이나 설을 전후하여 여러 가지 판매사업을 한다. 이때 태안지역 농수산물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특히 마늘과 고구마 등이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사고 발생 이후 전교조는 어떠한 활동을 펼쳤나?

"지난해 삼성 기름 유출사고가 터진 이후 전교조는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 현장 상황실을 설치하고 지난해 12월 20일 본부를 시작으로 겨울방학 기간에 집중적인 기름제거 자원봉사 활동을 지역별, 학교별로 벌여 제자와 함께하는 사회봉사 체험에 적극 나섰다."

 

- 장학금 수혜 대상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는데.

"피해 학생들의 사연을 보니 할머니의 굴 채취로 생계를 이어가는 학생, 원유유출사고로 일자리를 잃고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편부를 둔 학생, 원유 유출로 일터를 잃은 염전 일용노동자의 자녀, 횟집이 문을 닫아 생계가 막막해진 종업원의 자녀, 암투병 중인 맨손어업 가장의 자녀 등 신청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 이번에 조성된 사회적 기금은 어떻게 쓰이나?

"전국의 조합원 선생님들이 반납해 지난해 조성한 40억원 중 20억원을 '2008년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금'으로 1차 집행분을 편성해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사회적기금은 ▲태안 기름유출 피해자녀 장학금 2억원 ▲교육 소외계층 장학사업 2억원 ▲ 결식학생 중식지원 사업 5억원 ▲ 지역공부방 지원사업 4억원 ▲ 장애인 야학 지원 사업 1억원 ▲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및 학생교육지원사업 2억원 ▲ 비정규노동자 자녀 등을 위한 장학금 지급사업 4억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 태안지역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원유참사 100일이 넘도록 무엇 하나 해결된 것이 없고 지원된다던 2차 생계자금도 감감무소식인 상태에서 가슴만 태우고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전국의 선생님들의 마음을 담은 장학금을 준비했다. 이제 절망보다는 학생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태안반도기름유출사고 #전교조 장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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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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