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앞 택시 호객은 불법이라는데...

막차 시간 임박하면 호객행위 더 기승...순찰 중이던 순경은 오락만

등록 2008.04.11 11:19수정 2008.04.1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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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있던 지난 4월 9일. 명색이 휴일인지라 평일 오전인데도 터미널은 승객들로 붐볐다. 대전동부터미널 정문에는 꽤 가파른 계단이 있다. 계단 수도 적지 않은데다 유동인구가 많아 오르내릴 때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계단을 다 오르고 건물 안에 들어서면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하나 보인다.

a  경고문 바로 앞에서도 택시 호객행위는 계속되었다.

경고문 바로 앞에서도 택시 호객행위는 계속되었다. ⓒ 강동주


그러나 경고문이 무색하게 바로 그 앞에서 호객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계단을 오르내리는 터미널 이용객들을 막아서며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 사람들. 바로 장거리 택시 호객꾼들이었다. 그들은 터미널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일일이 붙잡고 목적지를 묻는다. 그러고는 버스보다 택시로 가는 것이 더 편하고 저렴하다고 말한다.

대전동부터미널 박로수 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택시 호객꾼들을 관리하는 데에 어떠한 애로사항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선 호객행위는 특성상 현장을 포착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겉보기엔 일반 터미널 이용객과 같다. 어쩌다 현장을 잡아내도 시치미 뗄 경우 손을 쓸 수 없다. 터미널 내 택시 호객꾼의 경우 구청의 교통 관리과에 신고하면 된다. 그러나 단속을 나와도 그 때만 수그러질 뿐 다시 나타나 승객들 주변을 배회한다.

4월 2일 저녁에 찾아간 동부터미널은 한가했다. 막차가 하나 둘 터미널에서 출발했고 대합실에 남아있는 승객들도 적었다. 택시 호객꾼들에게 이 시간은 대목이다. 그들을 주시하는 터미널 관계자들도 거의 퇴근했다. 막차가 끊겨 오갈 데 없는 승객들을 잡기 위해 더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이날 승객들은 대부분 다른 대안을 찾으러 터미널을 벗어날 뿐 택시를 이용하지는 않았다. 호객의 성공률도 극히 낮은 셈이다.

a  순경들은 한동안 오락기 곁을 지켰다. 오른쪽 사진의 맨 오른쪽 검은 정장 남성이 여기서 자주 보이는 호객꾼 중 한 명이다.

순경들은 한동안 오락기 곁을 지켰다. 오른쪽 사진의 맨 오른쪽 검은 정장 남성이 여기서 자주 보이는 호객꾼 중 한 명이다. ⓒ 강동주


2일 저녁은 마침 터미널 내에 순경 3명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를 통해 알아보니 ‘선거를 앞두고 금품이 오고가는지 감시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임무가 아니라고 불법으로 행해지는 호객행위를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하지만 웬걸. 순경 3명 모두 구석에서 오락기를 갖고 놀 뿐 코앞의 호객꾼을 잡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호객꾼 한 명은 젊은 남자와 흥정을 하고 있었다.

a  저녁 8시 쯤. 호객꾼이 한 남자와 흥정을 하고 있다. 이 남자는 잠시 얘기를 나누다 그냥 터미널을 벗어났다.

저녁 8시 쯤. 호객꾼이 한 남자와 흥정을 하고 있다. 이 남자는 잠시 얘기를 나누다 그냥 터미널을 벗어났다. ⓒ 강동주


지난 9일 낮, 목적지인 우송대로 어떻게 갈까 상의를 하던 학생들에게도 호객꾼의 손길이 뻗쳤다. 호객을 경험한 심우빈(20) 학생은 “건물 바깥에도 크게 경고문을 써 붙이면 호객꾼도 줄어들고 승객들도 주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환희(20)군은 “단속 강도를 높이고 잡혔을 시 벌금을 높게 책정하는 방법도 괜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4월 2일과 9일. 양일간 대전 동부 터미널을 지켜본 결과, 택시 호객꾼의 구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있던 사람이 계속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승객들은 막차를 놓쳤다 하더라도 대부분 택시에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호객꾼들은 여전히 장거리 손님을 기다린다. 그들은 업무 중인가, 시간을 버리는 중인가.


a  좌측의 두 명이 호객꾼, 우측이 승객이다. 이 승객의 목적지는 시외가 아닌 대전역이었다. 호객꾼 중 아무도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

좌측의 두 명이 호객꾼, 우측이 승객이다. 이 승객의 목적지는 시외가 아닌 대전역이었다. 호객꾼 중 아무도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 ⓒ 강동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아하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 아하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동부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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