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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라고는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에 잠시 해봤던 경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각 면을 대표하여 군민체육관에 모였습니다. 물론 팀에 따라 미리 충분히 연습을 하고 나온 팀이 있는가 하면, 서브 리시브도 안 될 만큼 엉성한 팀도 있습니다.
20일, 오전 9시부터 연기군민체육관에 모여든 어머니 배구단. 단체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나름 멋있습니다. 각 면을 대표하여 이곳에 모인 어머니 배구단은 말 그대로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된 팀들입니다. 그러나 면을 대표하여 나온 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가 대단한 모습입니다.
각자 팀별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서브 연습과 리시브 연습이 한창입니다. 제가 속한 우리 면은(충남 연기군 서면) 두 번째로 시합을 하게 돼 있어서 체육관 밖에서 몸을 풀고 연습을 한 다음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첫 게임은 소정면과 전동면의 열전이 펼쳐졌는데 누가 봐도 어느 팀이 이길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실력 차이가 났습니다. 한쪽은 서브에서부터 공격까지 다양하게 구사하는데, 다른 한편은 서브 리시브조차 전혀 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그들의 파이팅을 지켜보며, 역시 어머니는 위대하고 아줌마는 강하다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따라주지 않는 몸일지라도 그 몸을 던져서라도 공을 받아 치려는 열성이 곳곳에서 느껴졌으니까요. 사실 실력 차이야 미리 팀을 구성해서 연습한 팀과 농사짓다 갑자기 어머니 배구단을 구성한 팀의 차이일 뿐이니까요.
첫 게임은 그렇게 일방적인 경기로 끝이 나고 드디어 우리 팀 차례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우승팀과 맞붙게 된 우리 팀은 사실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우승 후보들의 맞대결이라며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관중석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의 열기도 대단합니다. 좀 긴장은 되었지만 연습 때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느 고등학교 체육관을 빌려서 밤에 연습할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시퍼렇게 멍든 팔뚝을 들여다보며 한 어머니가 "누굴 위해서 한밤중에 나와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어느 어머니가 연기군과 국가를 위해서 고생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 말에 폭소가 쏟아졌습니다. 웃으면서 거창하게 동네 배구에서 무슨 국가까지 나오느냐더니, "그래 맞다! 연기군과 국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며 파이팅을 외치던 모습, 그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우승 후보들의 대결답게 팽팽한 점수를 유지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잘 해주던 선수들이 그만 서브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연습 때 그렇게 잘 하던 선수들의 서브 미스 몇 개에 결국 리듬이 깨지고,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한 세트를 내어주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두 번째 세트에서는 초반에 한참을 앞서갔으나 뒷심 부족으로 역시 아슬아슬한 점수 차이로 패해 예선 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응원석에서 바라보던 한 어머니가 다가오더니 너무 아쉽다며 눈물이 다 나려한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진 팀이나 이긴 팀이나 최선을 다해 임한 경기였기에 축하와 격려를 나누며 응원해준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였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 전업주부, 농사를 짓는 어머니,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어머니로, 아줌마로 살아가며 어머니 배구단으로 활약한 그녀들. 몸은 비록 예전 같이 따라주지 않지만 마음만은 학창시절 팔팔 날던 그 시절로 돌아가 최선을 다한 만큼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이 땅의 위대한 어머니로, 강한 아줌마로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어머니 배구 파이팅!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8.04.21 10:1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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