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당시 뿌려진 유인물에 실린 풍자 그림. 2008년의 현실 풍자를 보는 듯하다.
안호덕
세계적으로 기름값 못지않게 곡물값 폭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밀가루값 오르고 자장면값 오르면서 도미노 현상처럼 물가 인상 바람이 한차례 휘몰아 쳤습니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수입 밀가루값이 20% 이상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기름이야 우리 땅에서 한방울도 안 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국제 곡물가격 인상으로 인해 밀가루 가격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은 역대 정권의 농업 정책 부재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농민단체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비롯 각종 수입 개방 조치에 맞서는 투쟁을 하면서 식량 안보를 이야기해왔습니다. 식량의 위기는 주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해왔습니다. 그러나 서민들에게 값싼 먹을거리 공급이라는 명분에 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밀 경작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이제는 한강 둔치에 조경용으로 심기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귤도 사과도 소도 돼지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부랴부랴 몽골에 여의도 1000배 규모의 땅을 임대해 해외 식량기지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이 방법으로 국제 곡물가 폭등에 대처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선후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김포평야 같은 좋은 농토는 전부 투기장으로 만들어 놓고, 쓸만한 땅들은 운하예정지다 뭐다 해서 땅값만 수억 올려놓고, 또한 농민들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무분별한 수입을 전부 양성화해놓고 해외 식량기지 건설로 먹을거리 안정화 시키겠다니 이건 억지입니다.
나라의 먹을거리는 자립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먹을거리를 담당하는 농민은 거기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식량 안보를 이야기하려면 농민을 지켜야 합니다. 미국 소고기 수입과 한미 FTA가 한국 농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농업의 붕괴는 먹을거리를 남에게 의존하는 일입니다. 먹을거리가 무기화된다면 농업이 없는 국가는 주권마저 위협받게 됩니다.
농업은 중요한 1차 산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