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굶어 죽어도 취재현장에서 죽어야"

[인터뷰] '똥물투척' 사건 주인공 양주승 <부천타임즈> 대표기자

등록 2008.05.08 15:47수정 2008.05.0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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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어렵다고 한다. 설 자리도 좁고 인정해 주는 이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필요하다고 한다. 혹자는 지방자치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지역신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역신문이 왜 필요하고 얼마나 어려운지 또, 무엇이 필요한지 그들에게 들어본다. 지난 6일 '똥물투척' 사건으로 유명한 양주승(56) <부천 타임즈> 대표기자를 만났다. <기자 주>

 양주승 기자
양주승 기자양주승

예상했던 대로다. 그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느꼈던 강한 이미지 그대로였다. 기자들에게 똥물을 뿌린 배경에는 그의 강건함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지난 6일 오후 5시,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부천 타임즈> 본사에서 양주승(56) 대표기자를 만났다. 양 기자는 펜이 아닌 '똥물'로 부천지역 언론의 실상을 세상에 알렸다. 양 기자가 똥물을 뿌린 이유는 이렇다.

"똥물이 필요했어요. 기사보다는 똥물로 응징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어요. 부천시청 일부 출입기자들 만행을 기자회견장에서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 기사보다 더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하지만, 이들은 똥물로 응징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17일 오후 2시, 경기도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한 인터넷 신문기자가 시청 출입기자들에게 똥물을 뿌린 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단은 "이번 총선기간 동안 편파 불공정 보도를 한 신문들에 대해 미디어 비평을 할 거냐"는 질문이었다. 그날은 '2008총선 부천시민연대' 출범 기자회견이 열린 날이었고, 질문을 던진 사람은 양주승 기자다.

이를 지켜보던 모 신문사 기자가 "상관없는 질문은 하지 말라"며 방해하고 나섰다. 양 기자가 "왜 질문에 답할 상대도 아닌 기자가 나의 질문을 제지하느냐"고 따지자, 옆에 있던 C 기자가 멱살을 잡으면서 양 기자를 구석으로 끌어냈다. 


C 기자는 발과 무릎을 이용해 양 기자 옆구리를 가격했다. 양 기자는 준비했던 1.5리터 페트병을 꺼내서 자신을 공격하는 기자들에게 내용물을 뿌렸다. 페트병에는 기자실 회장이라는 사람에게 뿌리려고 준비한 '똥물'이 담겨 있었다.

양 기자가 똥물 사건을 통해 알리려 한 '부천 지역 언론의 실상'을 직접 들어보았다.


"부천에는 '출입기자단'이라는 사조직이 있습니다. 이들은 관과 유착관계에 있습니다.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공보실에 압력을 넣어 그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배포 금지 및 행정 광고 집행 금지 등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시청 공보실은 이들 눈치 보기에 급급합니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저는 수차례 기사를 통해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습니다. 기자는 글로써 말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똥물로 응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주승 기자
양주승 기자이민선

'똥물' 사건으로 유명해진 것 기쁘지만, 어깨는 더 무거워

이 사건으로 양 기자는 유명해졌다. KBS, MBC를 비롯한 각종 중앙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받았다. 또 지난 5월 2일에는 (사)언론인권센터 주최 '지역신문 부조리 근절과 지역신문 시장 정상화를 위한 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토론자로도 나섰다. 양 기자는 갑자기 유명해져서 기쁘기도 하지만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고 전한다.

"택시를 타도 기사들이 알아보고, 부천시민들 중에서도 가끔 알아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요즘 그동안 나쁜 짓 하지 않고 살아온 것을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사건이 터진 후 '양주승'이라는 이름과 함께 그가 운영하는 <부천 타임즈>도 유명해졌다.  MBC <PD 수첩>에 '똥물투척 사건'이 공개된 지난 4월 1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인 2일 1시까지는 <부천 타임즈> 서버가 접속자 폭주로 다운됐다. 또 격려 전화와 각종 격려 메시지도 쇄도했다. 그 당시 격려 전화를 받으며 양 기자는 눈물이 나오려 해서 참느라고 혼이 났다고 한다.

"종이 신문 혹시 나오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어요. 한 부 구독하고 싶다면서…. 격려 전화가 줄을 이었어요. 한참 전화 받다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참느라고 혼났어요. 최근 독자 회원도 약 100명 늘었어요. 현재 <부천타임즈> 독자 회원은 정확히 오늘 현재 5906명입니다."

 <부천 타임즈>
<부천 타임즈>이민선

'똥물투척'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후회는 없어

양 기자는 '똥물투척'이 넓은 의미에서는 폭력일 수 있기에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런 일을 세상에 알리지 못했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라 한다. 아울러 이 사건을 통해서 부천지역 언론 실상을 세상에 알려준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중앙언론이 신경 써줘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26개 부천 시민사회단체와 종교, 교육 단체들도 신경 많이 써 줬습니다. 이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격려 댓글 달아준 전국 누리꾼들에게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궁금했다. 기자실에 똥물 세례를 안겨줄 발칙한(?) 상상을 하고 배포 있게 실행에 옮긴 기자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이날 그를 인터뷰 하면서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기자가 본 기자 양주승은 원칙에 어긋나는 것과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고집불통이었다. 그리고 기자근성으로 똘똘 뭉친 '진짜기자'였다. 기자 양주승의 근성과 강건함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던진 한마디에 잘 나타난다.

"지역 언론이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돈 벌려고 기자 돼서도 안 되고 돈 벌려고 신문사 차려서도 안 됩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언론인의 길 걸었으면 합니다. 기자는 굶어 죽어도 취재현장에서 죽어야 합니다. 돈 벌려고 기자 생활하는 사이비 기자들은 없어야 합니다. 독자들이 철퇴를 가해야 하고 관에서도 멀리해야 합니다."

MBC 화면캡쳐

다음은 양주승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 부천시청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비판 언론으로 찍혀서 보도자료도 받지 못한다고 하던데?
"2005년도부터 불화가 시작됐다. 공보실에서 '외국인 근로자분들 한국영화 어때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부천시(시장 홍건표)가 외국인 근로자 대상으로 2005년 7월 25일에 <웰컴투 동막골>이란 영화를 보여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영화 상영은 부천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사였다.

그 행사는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이 문화관광부 지원으로 치르는 행사였다. 타 기관 행사를 부천시가 하는 것처럼 생색을 낸 것이다. 난 이것을 사실 그대로 보도했다. 이 기사 때문에 공보실과 불화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공보실에서는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았다.  그 당시 관계 정상화될 때까지 보도자료 받지 못했다."

- 그 이후에는 보도자료 계속 받았나? 아니면?
"2006년에도 보도자료와 행정 광고를 받지 못한 적이 있다. 부천시가 추진하는 화장장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게재했다는 이유였다. 화장장 추진 시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 여론 수렴 과정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 제대로 된 보도를 하기 위해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일본은 화장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일본은 주민 여론 수렴에서 완공까지 10여 년이 걸린다. 그런데 부천시는 절차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려 했다. 그 점을 비판했다.

작년에는 홍 시장의 동생 홍국표씨를 비판했다. 공무원도 아닌 홍 시장 동생이 시정에 개입했다. 부천 세계무형 문화제 엑스포 개최 사업을 뒤에서 조정했다. 당시 이 사실은 KBS에도 보도됐다. 이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더니 홍 시장 동생이 욕설을 담은 이메일을 나를 비롯한 정치인, 지역인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난 홍 시장 동생을 명예훼손(모욕)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홍씨는 작년 12월 3일 이 사건으로 벌금 100만원 맞았다. 보도자료는 작년 10월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2005년 이후 3번째이다.

지난 2월에는 홍건표 시장이 관내 기업인들과 미얀마로 골프 휴가를 떠났다.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하자, 홍 시장은 '홍건표 죽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언론과 기자가 있다'면서 나를 비롯해서 비판 기사를 쓴 몇몇 기자들을 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악질기자'라고 매도했다. 이후 홍 시장은 간부회의를 통해 보도자료 제공, 행정 광고 집행 금지, 신문절독, 각종 정보공개 거부 등을 지시했다."

MBC 화면캡쳐
- 부천시 출입기자단에게 똥물을 뿌릴 정도로 불화가 생긴 직접적 원인은 무엇인가?
"지난 3월 17일자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의 윤병국 시의원이 '해바라기 언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부천타임즈>(2008년 3월 17일자)에 기고해 잘못된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 일부 기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 글에서 윤 의원은 '시청기자실 회장이라는 사람이 최근 시정 질문 단상에서 홍건표 시장의 언론탄압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일부 언론에 대해 광고제한, 보도자료 배포를 제한한 홍건표 시장에 대해 '그럴 수 있다, 그들은 당해도 싸다'고 말했다, 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며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 칼럼이 출고되고 나서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자칭 부천기자실 회장이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야! 양주승, 이 새끼 너, 윤병국이 글 왜 실었어'라고 막말을 해서 '우리 신문사 기사에 대해 웬 간섭입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는 기자에게 말하는 소리인 듯한 목소리로 '야, 양주승 잡아와'라고 말했다. 더 이상 대꾸할 가치가 없어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이날 오후 2시,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2008총선 부천시민연대'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어 그 시간에 부천시출입기자단 회장에게 똥물을 뿌리기로 결심했다."

- '똥물투척 사건' 이후에 브리핑룸에 간 적 있었는지. 얼굴 마주치기 껄끄러웠을 텐데?
"가지 않으면 양주승 이가 주눅 들었다고 할까 봐 오기로 갔다. 최근에도 갔다. 지난 4월 30일 부천지역 사회·종교·시민·교육·노동 등 23개 단체로 구성된 '부천시 언론문제 시민대책위'가 시청 브리핑룸(기자실)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의 요구'의 성명을 발표할 당시 일부 깍두기 기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

- 차후 브리핑룸 기자들과 관계 어떻게 정리할 생각인가?
"주동자 몇 명(회장, 총무 등)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마지못해 동조한 기자들과는 차후 좋은 관계 맺었으면 한다. 그날 경찰이 출동했고, 나는 폭행(오물투척) 등 혐의로 고소당했다. 나 역시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이번 주 내에 맞고소할 생각이다."

- 책임져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식의 책임을 원하는가?
"자기들이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 아마 시민들에게 뜨거운 질타 받아서 활동 못할 것이다. 각종 이권 개입과 관언유착, 시정개입 등 부당한 권력행사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똥물사건 #양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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