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오솔길을 지나면 그곳이 극락

전북 고창 선운산에 있는 작고 아담한 '도솔암'

등록 2008.05.26 08:43수정 2008.05.2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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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즈넉한 산사의 조용한 풍경. 한 스님이 산행을 마치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고즈넉한 산사의 조용한 풍경. 한 스님이 산행을 마치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 조정숙

고즈넉한 산사의 조용한 풍경. 한 스님이 산행을 마치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 조정숙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도 있겠고 고독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때로는 홀로 설수 있는 자신감도 생기는 것이 여행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가 생기거나 마음이 답답하고 혼자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을 땐 여행을 선택한다.

 

가끔 고향을 찾을 때면 꼭 한번은 들려야만 집으로 돌아오는 사찰이 있다. 전라북도 고창에 위치한 선운사다. 4~5월에는 붉은 동백이 유혹을 하고 9월에는 꽃무릇이 선운사 전체를 빨갛게 물들이기 때문에 자주 찾곤 하는 곳이다. 요즈음에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익숙한 길을 따라 선운사를 향해 달린다.

 

a  도솔암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 황택순씨다. 고향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다.

도솔암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 황택순씨다. 고향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다. ⓒ 조정숙

도솔암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 황택순씨다. 고향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다. ⓒ 조정숙

 

마침 점심시간이 가까운지라 허기를 달래기 위해 선운사 입구에 있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입구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있는데 상호가 한눈에 쏘옥 들어오는 빛고을식당을  찾았다. 산채나물비빔밥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음식점 주인인 48세 된 황택순씨께서 지금은 딱히 볼 것이 없는데 이곳을 찾으셨나요? 라며  말문을 연다.

 

좀 일찍 오셨으면 선운사 동백을 보실 수 있었을 텐데요. 한다. 나는 동백은 얼마 전에 방문했을 때 봤는데요. 요즈음 특별히 볼 수 있는 다른 풍경은 없는지요? 라며 묻자 친절한 음식점 주인은  도솔암은 가보셨는지요? 한다. 나는 이곳을 자주 찾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매번 포기하고 돌아섰던 기억을 되살리며  도솔암까지는 십여 리를 걸어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돌아섰었지요. 그래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답니다. 했다.

 

그럼 오늘은 꼭 한번 가보세요 나무들이 우거져 하늘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햇빛이 비치지도 않고 아담하고 아름다운 오솔길이 있어 커다란 나무 사이로 삼림욕도 할 겸 천천히 산책 삼아 걸어 가보세요. 한다. 도솔암에는 무수한 전설이 있답니다. 저는 이곳 고창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동안 들은 이야기가 많답니다.

 

사업을 하다 실패한 사람이 도솔암에 들어와 정성으로 기도를 하고 돌아가 다시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번창하여 고마운 마음에 이곳을 자주 찾아온다는 손님이 식당을 찾아와 지난날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는 분도 있지요. 사실 동백꽃도 도솔암 양지 바른 곳에 있는 동백꽃이 가장 먼저 피고 점점 내려와 선운사 동백도 핀다고 귀띔한다. 도솔암에 가시면 조용한곳에서 휴양도 할 겸  며칠 쉬고 싶은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답니다.

a  약 600년된 높이 23m 둘레 2.95m인 장사송이 보인다. 17m나 되는 긴 줄기가 우산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간 모습이 인상적인 장사송.

약 600년된 높이 23m 둘레 2.95m인 장사송이 보인다. 17m나 되는 긴 줄기가 우산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간 모습이 인상적인 장사송. ⓒ 조정숙

약 600년된 높이 23m 둘레 2.95m인 장사송이 보인다. 17m나 되는 긴 줄기가 우산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간 모습이 인상적인 장사송. ⓒ 조정숙

 

a  장사송 바로 옆에 있는 길이 10m 높이 4m의 진흥굴이 조용한 가운데 참배를 할 수 있도록 자리하고 있다.

장사송 바로 옆에 있는 길이 10m 높이 4m의 진흥굴이 조용한 가운데 참배를 할 수 있도록 자리하고 있다. ⓒ 조정숙

장사송 바로 옆에 있는 길이 10m 높이 4m의 진흥굴이 조용한 가운데 참배를 할 수 있도록 자리하고 있다. ⓒ 조정숙
a  찻집 근처에 있는 장독대에는 고추장이 빛을 받아 익어가고 있다.

찻집 근처에 있는 장독대에는 고추장이 빛을 받아 익어가고 있다. ⓒ 조정숙

찻집 근처에 있는 장독대에는 고추장이 빛을 받아 익어가고 있다. ⓒ 조정숙

친절한 설명을 뒤로 하고 도솔암을 향해 출발한다. 입구를 거쳐 선운사를 지나자 한적한 오솔길이 나온다. 푸른 숲이 하늘을 가린  오솔길을 따라 4Km정도를 걸어 올라가자 고즈넉한 산속에 도솔암이 보인다. 올라가는 길에는 약 600년된 높이 23m 둘레 2.95m인 장사송이 보인다. 17m나 되는 긴 줄기가 우산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간 모습이 인상적이다.

 

장사송이라고 쓰인 비 뒷면에는 이곳에서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숨진 여인의 넋이 극락장생 했다는 전설이 적혀 있다. 우뚝 솟은 장사송이 위엄을 더하고 있다. 장사송 바로 옆에는 길이 10m 높이 4m의 진흥굴이 조용한 가운데 참배를 할 수 있도록 자리하고 있다.

 

경사진 길을 걸어 올라가다보면 초입에 향긋한 솔잎차 한잔 하고 싶은 정겨운 산사찻집이 보인다. 찻집 근처에 있는 장독대에는 고추장이 햇빛을 받아 붉게 익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찻집 입구에 씌어있는 이 고장의 정다운 억양의 글귀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오 자네 왔는가 이무정한 사람아 청풍에 날려 왔나 현학을 타고 왔나 자네는 먹이나 갈게 나는 차를 끓임세  -계남 송기상”

 

a  천인암이라는 기암절벽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사이에 자리한 내원궁은 고통 받는 중생을 구원한다는 지장보살을 모신 곳으로 상도 솔암이라고도 부른다.

천인암이라는 기암절벽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사이에 자리한 내원궁은 고통 받는 중생을 구원한다는 지장보살을 모신 곳으로 상도 솔암이라고도 부른다. ⓒ 조정숙

천인암이라는 기암절벽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사이에 자리한 내원궁은 고통 받는 중생을 구원한다는 지장보살을 모신 곳으로 상도 솔암이라고도 부른다. ⓒ 조정숙

나한전을 지나 우측으로 도솔천 내원궁이 보인다. 천인암이라는 기암절벽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사이에 자리한 내원궁은 고통 받는 중생을 구원한다는 지장보살을 모신 곳으로 상도 솔암이라고도 부른다. 거대한 바위위에 초석만을 세우고 만든 건물이지만 안정된 느낌을 주고 있다.  70도 각도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을 숨이 턱에 찰 정도로 올라가야 볼 수 있다.

 

“모든 악 짓지 말고 모든 선 받들어 행하며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면 그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어라.” 라는 법구경처럼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오르다 보니 “무념무상” 함을 느끼게 한다.

 

a  고려시대에 조각한 것으로 보이는 보물 제 1200호 불상인 마애불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불상중의 하나다.

고려시대에 조각한 것으로 보이는 보물 제 1200호 불상인 마애불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불상중의 하나다. ⓒ 조정숙

고려시대에 조각한 것으로 보이는 보물 제 1200호 불상인 마애불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불상중의 하나다. ⓒ 조정숙

고려시대에 조각한 것으로 보이는 보물 제 1200호 불상인 마애불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불상중의 하나로 미륵불로 지상 6m의 높이에서 책상 다리를 하고 있는 불상으로 높이 5m 폭3m나 되며 연꽃무늬를 새긴 계단 모양의 받침돌까지 갖추었다.

 

머리위의 구멍은 동불암이라는 누각을 세웠던 곳이다. 명치끝에는 검단 스님이 쓴 비결록을 넣었다는 감실이 있다. 조선말에 전라도 감찰사로 있던 이서구가 감실을 열자 갑자기 풍우와 내성이 일어 그대로 닫았는데 책머리에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본다.” 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고 전한다. 이 비결록은 19세기 말 동학의 접주 손화중이 가져갔다고 한다.

 

거대한 마애불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위로 올라간 눈의 꼬리 모양과 두툼한 아랫입술이 인자한 모습이라기보다는 잘못을 저지른 중생들을 호통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마애불상 우측 양지 바른 곳에 선운산에서 가장 먼저 핀다는 동백나무가 동백꽃이 피었다가 후두둑 거의 떨어지고 두 송이가 아쉬운 마음으로 매달려 있다.

 

새로운 여행지에서 느끼는 뿌듯함을 안고 내려오는 길옆 계곡에는 맑은 물이 고여 푸르른 나뭇잎을 감싸 않고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잔잔한 물결위로 비친 나뭇잎도 흔들린다.

 

a  계곡을 흘러 내려오다 고인 맑은 물위에 비친 푸르른 나무들이 잠시 쉬었다 가라고 손짓을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계곡을 흘러 내려오다 고인 맑은 물위에 비친 푸르른 나무들이 잠시 쉬었다 가라고 손짓을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 조정숙

계곡을 흘러 내려오다 고인 맑은 물위에 비친 푸르른 나무들이 잠시 쉬었다 가라고 손짓을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 조정숙
2008.05.26 08:43ⓒ 2008 OhmyNews
#고창 선운사 도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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