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리도록 푸른 수중분화구 트레킹

[제주의 오름기행 48] 섬속의 섬 우도 쇠머리오름

등록 2008.06.09 18:38수정 2008.06.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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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쇠머리 오름 산책로.멀리 일출봉이 보인다
산책로쇠머리 오름 산책로.멀리 일출봉이 보인다김강임
▲ 산책로 쇠머리 오름 산책로.멀리 일출봉이 보인다 ⓒ 김강임

 

제주의 6월은 풀섶 향기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풀섶에 무슨 향기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풀잎에서 뿜어내는 싱그러움은 가슴으로 느끼는 향기다. 연둣빛 새순이 초록으로 변하는 6월이 되면 제주의 368개 기생화산은 초록으로 변한다.

 

지난 6월 5일 섬속의 섬 우도 쇠머리오름에 다녀왔다. 쇠머리오름 트레킹은 40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한 현장학습이었다. 물론 요즘 학생들은 짧은 등하교 길도 부모님들이 모두 태워다 주기 때문에 걸을 일이 없다. 때문에 자가용에 의지하는 학생들에게 도보 트레킹은 힘든 여정일 수도 있다.

 

오름 중턱 오름중턱에서 뒤돌아 보면 멀리 지미봉이 보인다
오름 중턱오름중턱에서 뒤돌아 보면 멀리 지미봉이 보인다김강임
▲ 오름 중턱 오름중턱에서 뒤돌아 보면 멀리 지미봉이 보인다 ⓒ 김강임

섬속의 섬 쇠머리오름 트레킹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항에서 출발한 우도 도항선은 오전 9시가 되자 뱃고동을 울렸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인들에게 바다는 늘 곁에 있지만, 섬은 늘 떠난다는 설렘이 있다. 그래서일까? 학생들 역시 애드벌룬처럼 들떠 있었다.

 

성산항에서 출항한 지 15분 후, 우도 천진항에 도착했다. 뱃길로 3.8km를 달린 셈이다. 이날 햇빛은 구름과 숨바꼭질을 했다. 도보 기행으로는 최상의 날씨였다. 돌담길을 따라 마을을 건너니 오름이 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쇠머리 오름 등대가 보였다.

 

천진항에서부터 30분 정도 걸었을까? 드디어 쇠머리 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쇠머리오름은 흔히 우도봉이라 부른다. 오름 기슭은 비스듬한 동산을 연상케 했다. 트레킹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 아이들은 힘이든지 자꾸만 주저앉는다.

 

오름 트레킹 오름의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오르는 학생들
오름 트레킹오름의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오르는 학생들김강임
▲ 오름 트레킹 오름의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오르는 학생들 ⓒ 김강임

일출봉 쇠머리오름에서 본 일출봉은 또 하나의 섬
일출봉쇠머리오름에서 본 일출봉은 또 하나의 섬김강임
▲ 일출봉 쇠머리오름에서 본 일출봉은 또 하나의 섬 ⓒ 김강임

 

눈이 시리도록 푸른 풀밭기행 속으로

 

산책로의 오른쪽은 낭떠러지. 그리고 그 아래는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파도는 바다에게 철썩~철썩~ 선율을 준다. 쇠머리 오름 기슭에서 뒤돌아보니 손에 잡힐 듯 바다 위에 떠 있는 또 하나의 섬이 있다. 그곳이 바로 지미오름과 성산일출봉.

 

쇠머리오름 전 사면은 푸른 잔디가 펼쳐졌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풀섶 향기가 그윽하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랄까. 사면이 바다니 쇠머리오름 위를 걷는 기분이 마치 파란 유람선을 탄 것 같다.

 

높이 20여m, 폭 30여m의 기암절벽은 수중화산의 절경. 이를 두고 후해석벽이라 했던가? 차곡차곡 석편을 쌓아 올린 단층을 이룬 석벽이 절벽을 이룬다. 오랜 세월 풍파에 깎인 단층의 사이마다 깊은 주름살이 형성되어 있다

 

분화구 야생화 분화구 야생화
분화구 야생화분화구 야생화김강임
▲ 분화구 야생화 분화구 야생화 ⓒ 김강임

 

그리 멀리 떠나온 것이 아닌데 마치 해외 나들이를 나온 착각. 쇠머리 오름 기슭에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결에 흔들리는 노란 개민들레. 바람을 타고 들어온 개민들레의 생명력이 참 위대하다.

 

알오름 분화구 알오름
알오름분화구 알오름김강임
▲ 알오름 분화구 알오름 ⓒ 김강임

 

분화구 알오름, 우도사람들의 안식처 

 

등대가 있는 정상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트레킹 코스는 조금은 가파르다. 이쯤해서 투정을 부리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주저앉는 학생들도 있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 보니 조금만 오르막길이 나타나도 힘들어 한다.

 

형형색색 야생화가 트레킹 코스의 길을 텄다. 절벽에서 뿌리를 내린 민들레, 그리고 키 작은 해송이 오름 분화구를 둘러쌓고 있다. 드디어 쇠머리 오름 정상 등대에 섰다. 쇠머리오름은 '소가 머리를 들고 누워있는 형태'를 띤 우도의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도의 머리에 해당하는 쇠머리오름을 우도 사람들은 '섬머리'로 통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쇠모리 오름은 그저 하나의 섬 우도로 기억하고 있다.  

 

분화구 안에는 저수지가 물을 흠뻑 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병풍처럼 둘러 쳐진 화구륜이 분화구를 감싼다. 이처럼 쇠머리오름 분화구는 우도 사람들의 전부다.

 

화구의 가운데는 봉긋이 솟아 있는 알오름. 알오름 기슭은 우도 사람들이 죽어서도 '터'를 이룬 묘지들이 또 하나의 알오름을 이룬다. 이 알오름은 망동산이라 부르지만, 동산 치고는 너무 작다. 그리고 분화구에 솟아있는 망동산은 섬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안식처이다.

 

쇠머리오름은 응회환의 수중 분화구로, 2개의 서로 다른 기생화산체가 동시에 하나의 화구상에 존재한다. 즉, 단성의 이중식화산. 응회환은 해양환경의 얕은 바다 속에서 만들어진 수중분화활동이다. 따라서 화구구인 망동산 또한 육상분화활동의 산물 송이(scoria)로 이뤄졌다.

 

정상 등대 100년을 자랑하는 정상의 등대
정상 등대100년을 자랑하는 정상의 등대김강임
▲ 정상 등대 100년을 자랑하는 정상의 등대 ⓒ 김강임

 

오름 정상 등대에서 본 풍경은 지두청사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얀 등대 앞에 섰다. 바다의 지킴이 우도 등대도 하나의 관광자원이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해발 132m 우도봉 정상. 이곳에서 제주본섬을 보니, 구름 속에 가려진 한라산 아래 밋밋하게 솟아있는 제주의 오름들이 하나의 선을 이뤘다.

 

이곳에 서면 우도를 한눈에 담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쇠머리 오름 정상에서 보는 풍광이야말로 우도 8경의 하나인 지두청사. 그 황홀함에 빠져볼 여유조차 없이 인솔교사의 호루라기가 바람에 날리니 다시 내리막길로 이어졌다.

 

섬 속의 섬 우도 마을을 안고 걷는 기분은 오를 때의 기분과는 다르다. 앞이 확 트인 트레킹 코스, 용암유출에 의해 파괴된 완만한 용암대지의 우도마을, 그리고 검은 돌담과 밭이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인동초 쇠머리 오름 숲에는 인동초가 만발
인동초쇠머리 오름 숲에는 인동초가 만발김강임
▲ 인동초 쇠머리 오름 숲에는 인동초가 만발 ⓒ 김강임

 

계단으로 놓인 트레킹 코스는 쇠머리 오름의 생태계가 숨어 있는 곳. 해송과 어우러진 인동초가 숲을 이뤘다. 그뿐이 아니다. 이맘때 제주의 오름에서도 볼 수 있는 6월의 야생화가 형형색색 피어있다. 짭짤한 바다 냄새와 야생화의 향기, 그리고 풀섶의 싱그러움까지를 마시며 걷는 기분. 섬 탐방의 즐거움은 물론 기생화산 속살까지 전부 느껴보는 순간이다.

 

쇠머리 오름으로 향할 때 짜증을 부렸던 학생들도 풍경에 취했는지 핸드폰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어댄다. 나름대로의 여유로움을 얻은 듯싶다.

 

우도 마을 우도 마을이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우도 마을우도 마을이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김강임
▲ 우도 마을 우도 마을이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 김강임

 

해안침식과 해식동의 절경... 풀섶 향기 코끝에 남아

 

쇠모리 오름 정상에서 출발한 지 20분 후, 검멀레 해수욕장 입구에 도착했다. 검은 모래가 펼쳐진 검멀래의 모래사장 끝에는 콧구멍이라는 동굴이 존재한다. 이곳은 쇠머리 오름의 절벽으로 동굴에는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굴. 우도 8경 중 동안경굴을 느껴보는 곳이다. 쇠머리 오름을 오르며 땀을 흘렸던 일행들은 검은 모래 위로 철썩이는 파도에 가슴을 적신다.

 

쇠머리 오름은 최초 화구가 천해, 해안선 주변 조간대였다. 그런데 물과의 접촉으로 화산쇄설성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응회환의 분화구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물-마그마의 접촉에 의한 수증기성 폭발활동은 응회환의 퇴적층 속에 혼탁류와 같은 다양한 퇴적구조를 남겼다 한다. 그 결과 쇠머리오름은 파도에 의한 물리적인 해안침식과 해안침식지형인 오름의 해안 수직절벽에는 해식동, 해식애가 발달되어 있다 한다.

 

우도 천진항에서 출발하여 쇠머리 오름 트레킹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쇠머리 오름 아래  수직절벽과 까만 동굴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은 풀섶 향기처럼 진하고, 야생화의 향기처럼 맑았다. 눈이 시리도록 맑고 푸른 쇠머리오름, 그곳의 향기는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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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쇠머리오름 쇠머리오름
쇠머리오름쇠머리오름김강임
▲ 쇠머리오름 쇠머리오름 ⓒ 김강임

쇠머리오름은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산 19-1번지로, 표고 132.5m, 비고 128m의 원추형 형태를 가지고 있다. 쇠머리오름은 응회환 수중 분화구로, 화구 안에 저수지와 화구륜을 확인할 수 있으며, 중앙에 알오름이 있다.

 

쇠머리 오름은 단성의 이중식화산으로, 응회환은 해양환경의 얕은 바다 속에서 만들어진 수중분화활동의 산물이며, 화구구인 망동산은 육상분화활동의 산물인 송이(scoria)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찾아가는 길 : 제주공항-성산항(우도 도항선)-쇠머리오름으로 오름 능선에 산책로가 개설되어 있어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에서)

2008.06.09 18:38ⓒ 2008 OhmyNews
#쇠머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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