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멀리 떠나온 것이 아닌데 마치 해외 나들이를 나온 착각. 쇠머리 오름 기슭에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결에 흔들리는 노란 개민들레. 바람을 타고 들어온 개민들레의 생명력이 참 위대하다.
분화구 알오름, 우도사람들의 안식처
등대가 있는 정상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트레킹 코스는 조금은 가파르다. 이쯤해서 투정을 부리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주저앉는 학생들도 있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 보니 조금만 오르막길이 나타나도 힘들어 한다.
형형색색 야생화가 트레킹 코스의 길을 텄다. 절벽에서 뿌리를 내린 민들레, 그리고 키 작은 해송이 오름 분화구를 둘러쌓고 있다. 드디어 쇠머리 오름 정상 등대에 섰다. 쇠머리오름은 '소가 머리를 들고 누워있는 형태'를 띤 우도의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도의 머리에 해당하는 쇠머리오름을 우도 사람들은 '섬머리'로 통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쇠모리 오름은 그저 하나의 섬 우도로 기억하고 있다.
분화구 안에는 저수지가 물을 흠뻑 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병풍처럼 둘러 쳐진 화구륜이 분화구를 감싼다. 이처럼 쇠머리오름 분화구는 우도 사람들의 전부다.
화구의 가운데는 봉긋이 솟아 있는 알오름. 알오름 기슭은 우도 사람들이 죽어서도 '터'를 이룬 묘지들이 또 하나의 알오름을 이룬다. 이 알오름은 망동산이라 부르지만, 동산 치고는 너무 작다. 그리고 분화구에 솟아있는 망동산은 섬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안식처이다.
쇠머리오름은 응회환의 수중 분화구로, 2개의 서로 다른 기생화산체가 동시에 하나의 화구상에 존재한다. 즉, 단성의 이중식화산. 응회환은 해양환경의 얕은 바다 속에서 만들어진 수중분화활동이다. 따라서 화구구인 망동산 또한 육상분화활동의 산물 송이(scoria)로 이뤄졌다.
오름 정상 등대에서 본 풍경은 지두청사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얀 등대 앞에 섰다. 바다의 지킴이 우도 등대도 하나의 관광자원이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해발 132m 우도봉 정상. 이곳에서 제주본섬을 보니, 구름 속에 가려진 한라산 아래 밋밋하게 솟아있는 제주의 오름들이 하나의 선을 이뤘다.
이곳에 서면 우도를 한눈에 담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쇠머리 오름 정상에서 보는 풍광이야말로 우도 8경의 하나인 지두청사. 그 황홀함에 빠져볼 여유조차 없이 인솔교사의 호루라기가 바람에 날리니 다시 내리막길로 이어졌다.
섬 속의 섬 우도 마을을 안고 걷는 기분은 오를 때의 기분과는 다르다. 앞이 확 트인 트레킹 코스, 용암유출에 의해 파괴된 완만한 용암대지의 우도마을, 그리고 검은 돌담과 밭이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계단으로 놓인 트레킹 코스는 쇠머리 오름의 생태계가 숨어 있는 곳. 해송과 어우러진 인동초가 숲을 이뤘다. 그뿐이 아니다. 이맘때 제주의 오름에서도 볼 수 있는 6월의 야생화가 형형색색 피어있다. 짭짤한 바다 냄새와 야생화의 향기, 그리고 풀섶의 싱그러움까지를 마시며 걷는 기분. 섬 탐방의 즐거움은 물론 기생화산 속살까지 전부 느껴보는 순간이다.
쇠머리 오름으로 향할 때 짜증을 부렸던 학생들도 풍경에 취했는지 핸드폰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어댄다. 나름대로의 여유로움을 얻은 듯싶다.
해안침식과 해식동의 절경... 풀섶 향기 코끝에 남아
쇠모리 오름 정상에서 출발한 지 20분 후, 검멀레 해수욕장 입구에 도착했다. 검은 모래가 펼쳐진 검멀래의 모래사장 끝에는 콧구멍이라는 동굴이 존재한다. 이곳은 쇠머리 오름의 절벽으로 동굴에는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굴. 우도 8경 중 동안경굴을 느껴보는 곳이다. 쇠머리 오름을 오르며 땀을 흘렸던 일행들은 검은 모래 위로 철썩이는 파도에 가슴을 적신다.
쇠머리 오름은 최초 화구가 천해, 해안선 주변 조간대였다. 그런데 물과의 접촉으로 화산쇄설성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응회환의 분화구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물-마그마의 접촉에 의한 수증기성 폭발활동은 응회환의 퇴적층 속에 혼탁류와 같은 다양한 퇴적구조를 남겼다 한다. 그 결과 쇠머리오름은 파도에 의한 물리적인 해안침식과 해안침식지형인 오름의 해안 수직절벽에는 해식동, 해식애가 발달되어 있다 한다.
우도 천진항에서 출발하여 쇠머리 오름 트레킹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쇠머리 오름 아래 수직절벽과 까만 동굴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은 풀섶 향기처럼 진하고, 야생화의 향기처럼 맑았다. 눈이 시리도록 맑고 푸른 쇠머리오름, 그곳의 향기는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다.
2008.06.09 18:3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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