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성매매집결지 자활지원 사업현황
여성신문
감사원이 성매매집결지 자활지원 사업에 대해 특감을 결정한 또 다른 이유는 “지난 3년간 지원된 예산에 비해 자활 실적이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다.
여성부에 따르면, 2004년 1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3년간 성매매피해여성 자활지원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총 160억3000만원이다. 취업·창업에 성공한 여성은 1253명이며, 대학에 진학한 여성은 83명, 자격증은 총 1480개를 취득했다. 같은 기간 집결지 성매매여성 자활지원 사업에 지원된 예산은 전체 예산의 41%에 해당하는 65억7100만원이다.
2007년 한 해 동안의 집결지 자활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11개 단체를 통해 총 22억44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109명이 취업에 성공했으며, 이를 위해 600건의 직업훈련이 지원됐다. 자격증은 129명이 150개를 취득했다. <표참조>
그러나 국민감사를 청구한 성매매업주와 성매매여성들은 “여성부 통계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취업에 성공했다고 집계된 여성들의 상당수가 얼마 못 견디고 집결지로 다시 돌아오고 있으며 그 비율이 10명 중 9명에 달한다는 것. 한 마디로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얘기다.
감사원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달 초 감사원으로부터 두 차례 현장조사를 받은 부산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정경숙 소장은 “처음에는 언론보도처럼 정부 예산의 불법전용 의혹에 대해 집중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감사의 핵심은 정부 지원을 받은 여성들이 계속 취업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등 경제적 자활 성과에 있었다”고 말했다.
정 소장에 따르면 감사원은 ‘탈성매매 여성들이 취업한 직업의 종류가 무엇이냐’ ‘얼마나 오랜 기간 일하고 있느냐’ ‘창업을 한 경우 폐업 비중은 얼마나 되느냐’ 등 눈에 보이는 실적 위주의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탈성매매 여성 당사자와 자활단체 활동가들은 “성매매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자활 감사기준이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지역의 한 성매매피해상담소 활동가는 “감사원이 자활 현장의 사정을 너무 모르고 있다”며 “자기 성격을 바꾸는 일도 쉽지 않은데 10대 때부터 7~8년간 성매매를 해온 여성의 삶 전체를 바꾸는 일이 1~2년 사이에 되겠느냐”고 말했다.
16세 때부터 성매매를 시작해 2004년 25세 때 업소를 나와 현재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김준영(가명·29)씨는 “월급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10명 중 9명이 업소로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만약 정부가 자활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한다면 나머지 1명은 영영 자활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며 자활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씨는 “성매매를 할 때는 시간을 때워 돈을 버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심리치료와 글쓰기 훈련 등을 받으면서 점차 마음의 문이 열리고 나 자신과 사람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정서적·사회적 자활의 과정이 없으면 경제적 자활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성매매피해자 위기지원센터 ‘성매매 없는 세상 이룸’ 이유진 상담원도 “감사원에서는 실적을 중시하겠지만 현장에서는 탈 업소만으로도 자활에 성공했다고 본다. 정부에서 돈을 줬으니 무조건 취업에 성공해야 한다는 시각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자활 성공의 기준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소장은 “정부 예산으로 집행되는 사업이므로 객관적인 실적 평가는 필요하다”면서도 “감사원이 최종결정을 내리기 전에 성매매 자활사업에 대한 전문가를 평가과정에 참여시켜 현실과 괴리되지 않는 정책적 판단을 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