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고 산다는 게 정말 보통 일은 아니구나

[서평] 이광식 <시골에 집짓고 삽시다>, 이상인 <나만의 별자리 풍수인테리어>

등록 2008.06.30 18:31수정 2008.07.0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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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산골에서 전해오는 시골에 내 집짓기 노하우

성냥갑처럼 천편일률적인 모양의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이면도로나 좁은 골목길을 경계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세대 주택단지, 마치 마라톤 대회코스 같은 출퇴근 시간대 도로상황 등은 우리에게 친숙한 도시의 한 단면 들이다.


출퇴근 시간에 이리저리 휘둘리게 되는 지하철에서 객실 창밖으로 시원스런 한강이 지나칠 때면 가끔 도시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다.'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까지는 아닐지라도 자연을 가까이 두고 좀 여유롭게 살고 싶은 아주 소박한 생각.

도시의 소시민이 바라보기에 이 소박한 생각을 단지 생각에 그치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 실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항상 부럽기만 하다. 펜션(Pension)이나 롯지(Lodge), 전원주택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면 왠지 모르게 자연속에서 누리는 삶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품게 된다.

a 시골에 집짓고 삽시다 .

시골에 집짓고 삽시다 . ⓒ 브래인스토어


<시골에 집짓고 삽시다>(이광식 지음, 브레인스토어 발간)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꿈꾸어 보았을법한 자연속에 자신만의 전원주택을 짓는 과정을 담고 있다. 또한, 살던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롭게 집을 지어 올리는 전원주택 건축과정에서 수시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도시인이라면 한번쯤 품게 되는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 '나만의 공간, 집짓기'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지만 그 과정 또한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작은 집일지라도 공정별로 사람이 오가고 각 공정을 조절해야 하는 건축현장의 특성 때문이다.

"때론 한 평도 채 안되는 공간인데도 참으로 일손이 많이 간다. 집 짓는다는 게 정말 보통 일은 아니다. 거의 밀리미터 단위로 사람의 일손이 들어가야 하니, 우리가 사는 집은 그런 노고의 덩어리라고나 할까."


저자의 고백처럼 집을 짓는다는 것은 간단하게 꿈을 꾸고 생각하는 것 만큼 그리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그래도 건축 전문가도 아닌 저자는 별다른 시행착오없이 '만족할 만한' 자신만의 집을 완성한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현문우답이지만, '책속에 그 해답'이 있다.

첫째, 집을 지은 곳은 저자가 수년 동안 발품을 팔아 선택한 지역이었다는 점이다. 이곳은 집을 지어놓고 몇 년 살다가 매매하거나 임대를 놓을 집이 아니라 저자 부부가 남은 여생을 마지막까지 보내기로 결정한 특별한 곳이었다. 그만큼 집이 들어설 지역과 공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둘째, 집이 헐리기 전부터 그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현지사정에 밝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새 집을 짓기 전부터 기존 건물에서 7년을 살았다. 때문에 이웃주민이나 그 지역적인 정서, 환경에 익숙했다. 집을 지은 건축업자도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신뢰할 만한 건축업자였다는 점이다.

셋째, 건축 전반적인 공정을 전문가에 맡겼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적인 부분이나 건축업자의 오래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컨설팅을 저자가 잘 받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을 짓다보면 집주인의 강한 입김이 작용해 국적불명이나 규모만 크고 보기에도 흉한 건축물이 탄생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자기 집이라는 권리만큼이나 자연과 조화로운 아름다운 집을 지어야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저자는 철거공사부터 건축공사 공정의 처음과 나중을 모두 현장에서 세밀하게 관찰했다는 점이다. 석달 열흘 동안 진행된 전체 공정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변동요인과 선택사안에 대해 현장에서 발빠른 결정을 내렸다. 저자의 이러한 적극적인 참여와 건축업자와의 원할한 의사소통은 집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새 집에 대한 더 큰 애착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다섯째, 신뢰할 만한 건축업자를 만났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복잡한 공정이 뒤따르는 건축작업 특성상 신뢰할 만한 건축업자를 만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칫 비양심적인 업자나 전체공정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업자를 만났을 경우, 비용 등 모든 면에서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 책은 전원주택을 지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점을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가지 제시한다.

특히 전원주택이라는 특성상 건축할 대지로 길이 있는가를 살펴 '맹지(盲地)'인가 아닌가를 파악하는 사전작업과 환경법이 강화된 후 '주택건축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된, 도랑이나 생활용수 배수로로 사용될 '구거(溝渠)'가 가능한지 여부 등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a 집짓기 '아름다운 집'이란 형태와 공간이 서로 어우러져 잘 다듬어진 맛깔스런 언어와 같다. '집속의 감동'이란 형태와 공간사이의 짜임새 있는 언어 구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건축가 김억중-

집짓기 '아름다운 집'이란 형태와 공간이 서로 어우러져 잘 다듬어진 맛깔스런 언어와 같다. '집속의 감동'이란 형태와 공간사이의 짜임새 있는 언어 구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건축가 김억중- ⓒ 유태웅


별자리를 풍수 인테리어에 접목시킨 풍수 컨설팅

어릴 때의 기억이다. 철 모르던 유년시절 집에서 생전 어머니께 호되게 꾸중을 들었던 것 중 하나가 '문지방 밟고 넘어가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시골의 생활 공간이었지만 그 좁은 공간 안에서도 지켜야할 인습이 있었던 셈이다.

요즘도 주위에서 이사갈 때면 '손이 없는 날'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일일운세나 '오늘은 어느 방향이 길하고, 어느 방향이 흉하다'는 방향운세에도 관심을 갖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태어난 띠별로 읽으면 좋은 책에 대한 운세 등도 간혹 접하게 된다.

우리나라 주거환경은 90년대 이후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전체 주거공간 비율에서 50%를 넘었다. 예전엔 먼저 집을 지을 곳의 지형을 따지고 풍수지리를 살펴 지었던 집이 이젠 공장의 맞춤기성제품처럼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으로 주거환경이 변한 지 오래다.

이러한 주거환경에서 특별하게 집을 새로 짓지 않는 한 풍수지리는 우리 일상생활과 관계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바로 '풍수 인테리어'라는 것이 있다. 가구의 배치, 관목의 배치 등에 따라 환경이 변화되고 그에 따라 사람의 운세가 변한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이란 환경의 동물이며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적절한 조화를 찾는 방법을 풍수라고 한다. 이러한 풍수의 기본적인 법칙을 거주하는 공간에 적용하여 시각적으로 좀 더 보기 좋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풍수 인테리어'다.

a 나만의 별자리 풍수인테리어 .

나만의 별자리 풍수인테리어 . ⓒ 창해


<나만의 별자리 풍수 인테리어>(이상인 저, 창해 발간)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풍수학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특별한 경력의 저자가 별자리를 통해 분석한 흥미로운 풍수 인테리어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우주의 기원은 일정한 법칙과 패턴을 지니고 움직이고 있다고 믿었다. 또한 인간의 삶도 자연계와 같이 순환기적인 변화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신체적 반응과 행태는 우주로 통칭되는 별자리의 움직임과 동일하게 움직인다는 보편적 질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서양 문화권에서는 이같은 행태 변화를 사시(四時), 사방(四方) 등의 네가지 원소로 구분하였다. 이를 다시 우주 에너지와 인간의 에너지는 지(地),수(水),화(火),풍(風)의 네가지 원소로 이루어져있다고 구분했다.

이 네가지 기운은 다시 불(火) 사인(sign)인 양자리 사자자리 사수자리, 땅(地) 사인인 황소자리 처녀자리 염소자리, 바람(風) 사인인 쌍둥이자리 천칭자리 물병자리, 물(水) 사인인 게자리 전갈자리 물고기자리 등으로 나뉜다.

점성학에서 12사인, 즉 열두 개 별자리 특징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영향력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이 12사인의 별자리에 근거해 인간이 태어났을 때 별의 위치가 어디에 있었는가에 따라 인간의 특징과 기질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열두 개 별자리별로 각각 생활 공간에 대한 풍수 인테리어 방법을 다루고 있다. 운명을 좌우하는 공간인 현관, 성공을 좌우하는 공간인 거실, 인생을 설계하는 공간인 침실, 건강을 좌우하는 공간인 욕실 등에 대한 별자리별 맞춤 풍수 인테리어 방법 등이다.

특히 이 책은 부부간의 별자리별 애정운 등 침실 공간에 대한 풍수 인테리어 부분을 상대적으로 비중있게 다루었다. 하루의 피로를 풀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가장 사적인 공간이자, 기운을 재충전하는 침실은 개개인의 삶과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공간으로 여겼다.

이 책의 후반부에 소개되고 있는 날씬해지기 위한 풍수컨설팅이나 이사운을 좋게하는 풍수컨설팅 등 이른 바 '목적별 풍수컨설팅'은 이 책이 담고 있는 하나의 보너스다. 물론 일부 내용에 따라선 그 신빙성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평가나 효과는 역시 독자 개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또한,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풍수 인테리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Q&A 40>에 따로 정리했다. 많은 사람들이 풍수나 풍수 인테리어에 대해 ‘비과학적이다’, ‘미신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풍수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개인적으로 동감가는 저자의 답변이다.

"풍수의 시초는 국가를 번영시키기 위하여 성과 도시의 위치를 가장 좋은 곳에 잡기 위하여 노력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편안하고 느낌이 좋은 장소를 찾으려고 하는 '환경지리학'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골에 집짓고 삽시다

이광식 지음,
브레인스토어, 2008


#시골에 집짓고 삽시다 #나만의 별자리 풍수인테리어 #서평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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