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나무가 한지가 되기까지

한지 만들기 체험을 하고 전통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등록 2008.07.05 16:04수정 2008.07.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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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안동에 다녀왔습니다. 비 내리는 봉정사도 둘러보고 한지탈도 만들고 한지뜨기 체험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안동까지 갔다 오기가 쉽지 않은데, 우연히 좋은 기회가 생겨서 평소에 하기 힘든 경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종이가 나무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딱딱한 나무가 어떻게 하얀 종이로, 심지어 그 두꺼운 나무가 어떻게 너무 얇아서 손을 베기까지 하는 종이로 만들어지는지 사실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의문점이 조금 풀렸습니다.

안동 한지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닥나무가 원료이고 손으로 직접 뜨며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고 합니다. 먼지나 냄새를 빨아들이고,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을 주는 등 그 외에도 장점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또한 종이라는 말은 닥나무 껍질을 말하는 저피(楮皮)에 어원을 두고 저피-조비-조해-종이로 변했다고 합니다.

여기 창고에는 엄청난 양의 닥나무 껍질이 쌓여있었는데, 사람들이 삶아서 말려서 팔려온다고 합니다. 그 양이 또 너무 많아 여기서 다 사용하지 못하고 또 다른 곳에도 판다고 하네요.

a  닥나무 껍질

닥나무 껍질 ⓒ 이지아


닥나무를 가마솥에 넣고 물을 부은 다음 10시간 정도 삶아서 벗긴 후, 닥나무 껍질을 건조 시킵니다. 껍질을 장시간 물속에 넣고 불린 후 칼로 까만 껍질을 제거하여 하얀껍질을 만듭니다. 잿물을 하얀껍질에 넣어 6~7시간 정도 장작불을 지펴서 삶습니다. 삶은 하얀껍질을 맑은 물로 3~4일가량 헹구고 햇볕을 쬐어 표백을 합니다. 티고르기 작업을 마친 닥을 넓은 돌판 위에 올려 놓고 나무 방망이(닥방망이)로 닥섬유가 뭉개져 죽이 될 때까지 두들겨 줍니다.
-안동풍산한지 홈페이지

a  하얗게 된 껍질

하얗게 된 껍질 ⓒ 이지아


그러나 여기 직원분이 말씀하시길, 현재 표백은 화학제품으로 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에는 닥방망이로 섬유가 죽이 될 때까지 두들겨 준다고 했으나, 이것 또한 기계가 분쇄한다고 합니다. 이 모든 걸 기계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이 한다면 한지 가격이 엄청 비싸지겠죠.


위에 사진이 현재 표백 처리된 상태입니다. 이걸 기계로 분쇄하면 죽처럼 됩니다.

a  한지뜨기

한지뜨기 ⓒ 이지아


한지 뜨기 체험을 신청하면, (한 명당 2,000원 40명 이상일 때 1,000원) 위 사진처럼 체험을 해 볼 수 있답니다. 닥종이를 분쇄하여 죽처럼 된 상태에서 위에 있는 도구로 그 죽을 떠서 좌우 앞뒤로 흔들어주고 남은 것은 다시 부어버리면 아주 얇은 마르기 전 한지 상태가 됩니다.


a  한지 뜨기

한지 뜨기 ⓒ 안동풍산한지


이 사진은 안동풍산한지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으로, 한지 뜨기 체험을 할 때 사용했던 도구의 몇십배나 되는 큰 도구로 한지를 뜨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 큰 도구로 한지죽을 떠서 앞뒤 왼쪽 오른쪽으로 흔들어준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이게 정말 보통일이 아닌 것 같더군요.

a  한지 말리기

한지 말리기 ⓒ 이지아


한지 뜨기 체험에서 뜬 한지를 물기를 빼고 건조시키는 과정입니다. 이 열판에 올려놓고 잠시 놓아두면 바로 한지가 됩니다.

a  한지 말리기

한지 말리기 ⓒ 이지아


실제로 직원분들이 뜬 한지는 500장 정도 차곡차곡 쌓아놓은 다음, 압축기에 올려놓고 물을 쫙 빼준 다음 다시 이렇게 큰 열판에 올려놓고 건조를 시킵니다. 그러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한지가 됩니다.

a  한지

한지 ⓒ 이지아


저기 보이는 조금 누런 한지는 까만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만든 한지라고 합니다. 그래서 색깔이 좀 누렇게 나왔는데요, 그 대신 가격이 싸고 선물 포장용으로 나간다고 합니다.

한지공장을 둘러보며 이러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닥나무를 종이로 만드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참 좋은 관광상품이 될 수 있겠구나, 우리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힘든 수작업으로 일일이 다 하시다니 정말 힘드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하는 동시에 또한 아쉬운 점도 떠오릅니다. 안동한지가 우리 고유의 전통인 만큼 이 전통을 세계에 알리고, 외국인들도 항상 찾는 체험 코스가 되고, 젊은이들도 일하고 싶어하는 분야가 되기 위해서는 조금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안동한지가 영국 여왕도 방문할 정도로 그 가치가 있는, 국내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는 그 정도 위치에 있다면 이젠 100장을 만들 것을 200장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게 아니라, 100장 만들어 낼 것을 101장 만들어내더라도 그 가치를 더 높일 방법을 고안해 낼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 올린 사진에서 얼핏얼핏 보이듯 이 한지 공장이 깨끗하지가 않습니다. 아니, 많이 지저분합니다. 그다지 들어가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 한지 만드는 과정을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또 한지 뜨기 체험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반드시 해보고 싶은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도 꼭 해보고 싶게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환경에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곳에서 한지 체험을 하고 깨끗하게 시설이 만들어진 곳에서 한지 뜨는 과정을 견학하게 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테지요.

한지공장 옆에는 한지로 만든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또 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보니 또 조금 속상했습니다. 거기서 고작 살 만한 것이라곤 부채 정도밖에 없었거든요. 왜 좀더 다양한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한지로 만든 상품을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없는지, 그래서 이 한지 체험 공장을 들리면 누구나 기념으로 하나씩 사가고 싶게 만들 수 없는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왜 우리나라가 항상 관광수지가 적자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만 해도 그냥 수산시장하나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내고 또 그 시장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새벽같이 움직이는 데, 우리나라는 이런 좋은 볼거리, 체험거리를 가지고도 왜 외국관광객을 불러들이지 못하는지, 하물려 내국인들도 불려들이지 못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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