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용 탈락 7명 모두 교수노조 소속...표적 탄압"

[현장] 마산 창신대 정문 앞 기자회견 놓고 마찰 ... 교수들 '노숙투쟁 출발'

등록 2008.07.09 16:14수정 2008.07.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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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창신대 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지회는 9일 낮 12시 창신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창신대 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지회는 9일 낮 12시 창신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a  창신대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소속인 조형래 교수(왼쪽)가 창신대 교수평의회 소속 교수들과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창신대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소속인 조형래 교수(왼쪽)가 창신대 교수평의회 소속 교수들과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왜 외부세력을 끌어들이나. 수시모집 시기인데 학생 모집에 방해된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방해된다. 재임용 탈락된 교수들만 조용하면 된다."

"잘못된 학교행정에 대한 교수의 권리 찾기다. 학생 모집에 피해 준다는 증거를 대라. 이런 모습이 더 부끄럽다. 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만 자르나."

9일 낮 12시 경남 마산 창신대학(학장 강병도) 정문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창신대 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창신대지회 소속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재임용 탈락의 부당성 등을 알리려고 하자 이를 막아선 '창신대 교수평의회' 소속 교수들과 벌인 말싸움 내용이다.

교수노조 소속 교수들은 9일 저녁부터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재감사 등을 촉구하며 밤샘 노숙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밤샘 노숙투쟁에 앞서 '사학비리 척결과 창신대학의 교육민주화를 위한 경남대책위원회'(아래 경남대책위)와 함께 창신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학 측은 기자회견이 열리기 1시간 전부터 정문을 닫고 차량출입을 통제했다. 창신대 교수평의회는 "창신대학 음해하는 외부세력 물러가라" 등의 현수막을 정문 주변에 걸어놓기도 했다.

조형래 교수 등 창신대 건축과 소속 교수들은 7일부터 창신대 본관 앞에서 '주간부 폐지' 등에 반발하며 1인시위를 벌였다. 당초 교수노조는 창신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대학 측이 출입을 통제했다. 이에 먼저 들어와 있던 김남석 교수노조 울산경남지부장과 김현옥 경남급식연대 집행위원장 등은 조형래 교수 등과 함께 정문 앞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해서 경남대책위 소속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 단체 대표들이 창신대 정문 앞에 모였고 대학 측이 정문을 닫아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재학생들도 정문으로 나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경남대책위는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a  경남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창신대 측은 정문을 닫아 놓았다.

경남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창신대 측은 정문을 닫아 놓았다. ⓒ 윤성효



a  창신대학 측은 정문을 열지 못하도록 닫아 놓았다.

창신대학 측은 정문을 열지 못하도록 닫아 놓았다. ⓒ 윤성효


교수노조 "노조 소속 교수, 표적 탄압"


경남대책위는 이날 "교협·노조 소속 교수에 대한 표적탄압을 민중의 이름으로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로지 교수협의회와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직에서 내몰리는 이런 부조리를 본 적이 있는가"라고 따졌다.

창신대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약 30명의 교수들에 대한 재임용 심사를 벌였다. 그런데 7명의 교수들이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2006년 12월 1명, 2007년 12월 2명, 2008년 6월 4명의 교수들이 재임용에서 거부됐다. 이들은 모두 창신대 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소속이다. 이 대학에서 교수협의회와 노조 소속 교수는 총 14명이다.

경남대책위는 "이것이 표적탄압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대학 당국은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모두가 부당하고 불합리하다. 공민의 기본권인 의사표현이 감점의 대상이 되고, 신성한 종교선택의 자유가 건학 이념 구현이라는 명분으로 침해받았다"고 주장.

이들은 "평가의 공정성도 문제가 된다"며 "어떤 교수는 임용 기간 중 14편의 논문을 발표했지만 공동 연구자가 많다는 이유로 0점 처리됐고, 다른 교수는 대학 논문집에 실린 논문과 학회의 게재 예정 증명서까지도 첨부하였지만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합리한 평가항목을 통한 감점도 모자라 당연한 실적마저도 인정하지 않으면서까지 집요하게 교협 교수들을 배제시키려 하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창신대학 측이 정문을 닫아 놓은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달려온 고용수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이 교문에 올라가 기자회견을 막는 대학 관계자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창신대학 측이 정문을 닫아 놓은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달려온 고용수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이 교문에 올라가 기자회견을 막는 대학 관계자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 윤성효


경남대책위는 창신대 측에 대해 "해직교수들을 즉각 복직시키고 진심으로 사과할 것"과 "강병도 학장과 이사 전원은 부정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자리에서 물러날 것",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해서는 "비리 학장 강병도를 파면하고 이사 전원에 대한 취임승인을 즉각 취소할 것"과 "감사처분 이행을 엄정 점검하고 전면 재감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창신대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지회는 '노숙 투쟁 출발 성명'을 통해 "어디서 나온 힘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속에서 새로운 힘이 솟고 있으며 화해와 배려의 정이 배출됨을 느낀다"면서 "비록 14명의 동지들 중에서 벌써 7명이 족벌사학과 그 하수인들에 의해 교직을 잃는 고통을 당했지만 결코 투쟁의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용수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학생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모른다. 창신대 민주화 투쟁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훤주 전국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회장은 "강병도 학장과 그 하수인들은 족벌 사학을 만든 범죄자"라고 말했다.

김현옥 경남급식연대 집행위원장은 "학부모인데 오늘 상황을 보니 굉장히 비통하다"면서 "아이들이 데모에 나오면 '너희 부모들이 아느냐'고 말하는데 오늘은 반대로 이 자리에 나와 있는 학생들에게 '부모들이 거기에 서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묻고 싶다. 학생들은 비리사학에 들러리를 서고 있다"고 말했다.

a  조형래 교수 등 창신대 건축과 교수들은 '주간부 폐지'에 항의하며 지난 7일부터 창신대 본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형래 교수 등 창신대 건축과 교수들은 '주간부 폐지'에 항의하며 지난 7일부터 창신대 본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윤성효



a  창신대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소속 교수들은 9일 저녁부터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노숙투쟁에 들어간다. 교수들이 정문 앞 도로를 행진하고 있는 모습.

창신대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소속 교수들은 9일 저녁부터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노숙투쟁에 들어간다. 교수들이 정문 앞 도로를 행진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교수평의회 "대학 구성원들은 강병도 학장 신뢰"

한편 창신대 교수평의회도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이상진 교수평의회 의장은 "지난해 교육부의 감사결과 발표 뒤 구성원들은 겸허한 자세로 반성하고 있다"면서 "주변의 격려와 걱정 속에 대학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은 자신들의 부족함에 대한 노력은 등한시한 채 외부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대학 구성원 대다수는 강병도 학장을 신뢰하고, 각종 문제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창신대 교수평의회 의장인 이상진 교수가 창신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창신대 교수평의회 의장인 이상진 교수가 창신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윤성효

#창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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