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선임안이 노조원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되자 여성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우성
처음부터 예견된 수순이긴 했지만, 최소한의 절차와 형식마저 휴짓조각처럼 짓밟히는 주총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자존심이었다. 양식 있는 기자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최소한의 소망과 자존심마저 여지없이 짓밟히고 뭉개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억지가 없다. 어떻게 대통령 선거 때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특보가 언감생심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방송사의 사장 자리에 앉겠다고 할 수 있는가. 하지만 그런 상식을 이 정권은 처음부터 보란 듯이 뒤집었다.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를 앉힌 것부터가 그랬다.
그들의 눈물은 분노일까.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억지를 폭력적으로 관철시키려는 권력의 오만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겠고, 그것을 막아내지 못하는 현실적 무력함에 따르는 열패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물은 항상 그렇듯이 분노나 좌절 그 이상일 것이다. 숱한 곡절과 어려움 속에서 그들이 눈물과 땀으로 쌓아온 YTN의 오늘이 단 한 순간에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는 예감이, 또 양심과 양식을 지켜온 기자 생활이, 그리고 동료와 선후배들 사이의 신뢰와 연대가 또 속절없이 부서질지 모른다는 막막함이 눈앞을 흐리게 했을지 모른다.
일단 사장 자리 차지한 구본홍, 과연 그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