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범법자 만드는 '카파라치' 부활 움직임

정부, 민간단체 주도 신고포상제 실시 예고, 정부가 할 일 민간에 떠넘겨

등록 2008.07.19 19:37수정 2008.07.1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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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위험지역 교통시설을 고치면 되는 것을 카파라치를 배치해서 적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최근 정부가 교통사고 절반 줄이기 계획의 하나로 시민단체 주도 신고포상제(일명 카파라치) 부활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는 효과가 없어 폐기된 정책을 되살리는 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정부가 17일 발표한 '교통법규 위반차량 시민단체 신고제도'에 따르면, 민간주도로 사고 위험성이 높은 지역의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대해 시민단체 신고제도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

이 제도의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2001년 3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시행된 적이 있는 카파라치 제도는 국민 서로 간에 불신감을 키운다. 또한 시민 범법자를 양산하며, 전문 신고꾼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된다. 신호체계 및 교통시설 잘못을 운전자에게 전가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이유로 2003년 국회에서 예산을 삭감해 폐기한 제도가 바로 카파라치다.

카파라치 제도는 교통사고 감소와 큰 관계가 없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카파라치 제도가 없어진 2003년에도 자동차 1만대당 사고발생건수, 면허 1만명당 사고 발생건수는 시행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카파라치 제도가 사라진 후에도 사망자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번 제도의 문제점은 정부(경찰청)이 카파라치의 양산과 무분별한 신고를 막기 위해서라며 위반 차량을 촬영 신고할 수 있는 구역을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한정하고, 자기들이 지정한 시민단체만이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실상 일부 어용 시민단체에게 사법권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찰이 해야 할 일을 시민단체에 떠넘기는 것도 문제다. 교통법규 단속은 어디까지나 경찰이 해야 할 본연의 임무임에도 정당한 집행을 피하는 것. 오히려 건전한 신고정신을 해칠 우려가 있다.

운전자에게는 이중 삼중 부담을 지우는 제도다. 교통법규 위반시에는 범칙금 부과에 벌점을 받는다. 여기에 중앙선 침범, 속도 위반, 신호위반에 대해 시민봉사대가 2-3회 적발시 5% 할증, 4회 이상은 10%의 보험료를 할증하게 돼 있다.


무엇보다 제도나 시설 개선 대신 운전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게 문제다. 집 앞에 좌회전이나 유턴 신호가 없어 멀리까지 갔다가 돌아오게 하거나, 차량이 없는데 장시간 신호를 기다리게 하면서 인내심을 요구하는 신호체계, 일차선에 불법주차한 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앙차선을 침범한 경우는 제도와 시설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이를 고치지 않고 시민단체 신고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신고건수를 늘려 보험료 수입을 올리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손해보험협회(손보협회)는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애써왔다. 2006년 1월 '시민봉사대'라는 이름으로 추진했으나 여론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이어져 온 것을 이번에 공식화하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손해보험사는 차보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 그동안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무면허, 음주, 뺑소니는 자동차보험료 10% 할증,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속도 위반 2회시 5-10% 할증이었다. 금융감독원은 2006년 9월부터 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대해 10% 할증에서 30%로 크게 높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와이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조연행 기자는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이다. 보험소비자연맹은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들이 만든 단체로, 카파라치제 반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와이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조연행 기자는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이다. 보험소비자연맹은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들이 만든 단체로, 카파라치제 반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파라치 #범법자 #손보협회 #시민봉사대 #차보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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