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시대의 노예라고? 난 현명한 소비자!"

단출한 옷장에 숨겨진 그만의 비법, 된장남 K의 생존전략

등록 2008.07.20 16:37수정 2008.07.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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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남 K의 생존전략

K(21)씨는 쇼핑을 좋아하고, 패션을 사랑하는 청년이다. 그는 몇 십만 원짜리 안경이나 시계를 여러 개 가지고 있고, 한 브랜드의 청바지를 6개나 가지고 있다. 공부할 땐 한 시간도 앉아있기 어려워하면서 인터넷 쇼핑할 땐 대여섯 시간도 훌쩍 넘긴다.


그렇다. K씨는 소위 말하는 '된장남'이다.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현재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K씨는 친구들이 인정하는 '트렌드세터'. 셔츠, 바지 등 의상은 물론이고, 구두, 시계 등의 액세서리에서 그날의 향수까지 세심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 쓴다. 친구들은 쇼핑할 때마다 그의 조언을 구한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어김없이, 쇼핑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브랜드와 제품명만 얘기했을 뿐인데도, 그는 그 제품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내려준다.

"그 제품은 색상이나 디자인은 괜찮은데 내구성이 떨어진다고 하더라. 그래도 너한테는 잘 어울릴 것 같아. 가격대비 괜찮을 수도 있으니까 매장 가서 직접 보고 결정해."

된장남의 옷장, 의외로 단출하다?

a 단출한 그의 옷장 정말 필요한 옷을 제외한, 유행을 따르는 옷은 그때그때 판매한다. 여기에 그의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단출한 그의 옷장 정말 필요한 옷을 제외한, 유행을 따르는 옷은 그때그때 판매한다. 여기에 그의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 김원영


그러나 예상과 달리 K씨의 옷장은 단출하다. 몇 년 전에 샀던 옷은 거의 없고, 작년과 올해 산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예전에 샀던 옷들은 어디에 뒀냐는 질문에, K씨는 "그건 이미 팔아버린 지 오래"라고 대답했다.


K씨에게는 모순된 두 가지 상황이 존재한다. 하나는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은 많고, 값이 꽤 나간다는 것. 다른 하나는 K씨는 아직 학생이고, 경제력이 없다는 것.

"돈이 많아서 옷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좋겠죠. 그러나 새로운 것이 사고 싶어지면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것을 되팔아야 해요."


재판매의 필수조건 '최대한 새것처럼'

a 완벽한 상태로 보관 중인 구두 처음 샀을 때의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제품에도, 재판매에도 도움이 된다

완벽한 상태로 보관 중인 구두 처음 샀을 때의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제품에도, 재판매에도 도움이 된다 ⓒ 김원영


a 제품을 '풀세트'로 보관 K씨는 재판매를 위해 박스부터 상표, 영수증까지 '풀세트'로 보관한다

제품을 '풀세트'로 보관 K씨는 재판매를 위해 박스부터 상표, 영수증까지 '풀세트'로 보관한다 ⓒ 김원영


K씨는 모순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좀 더 제대로 된 쇼핑을 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용돈과 아르바이트비를 모으고, 제품을 살 때는 최대한 신중하게, 많은 사이트를 돌아다녀 가장 저렴하게 구입한다. 제품을 구입한 후엔, 최대한 새것과 같은 상태로 사용, 보관한다.

그리고 새로운 '지름신'이 오면 자신이 사용했던 물건 중 일부를 팔기 시작한다. 제품의 현재 상태가 잘 드러나도록 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 판매 글을 올린다.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거나, 거짓말을 했을 땐 악플이 달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유행의 흐름을 알아야만 하는 이유

입던 옷을 누가 사느냐, 잘 팔리냐는 질문에, K씨는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노하우를 밝힌다. "유행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해요. 유행이 지난 다음에는 옷이 잘 팔리지 않거든요. 반 발짝 앞서 먼저 옷을 입고, 한창 유행할 때 제품을 팔아야 잘 팔리죠."

K씨는 국내 남성지 2~3가지와 일본 패션지 2가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패션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a K씨가 즐겨찾는 D 인터넷 커뮤니티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커뮤니티. 패션에 관한 정보 공유, 매장, 세일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K씨가 즐겨찾는 D 인터넷 커뮤니티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커뮤니티. 패션에 관한 정보 공유, 매장, 세일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 김원영


K씨가 즐겨 찾는 한 포털사이트의 D카페 회원 수는 무려 12만 5천 이상. 이 카페에는 브랜드의 '신상' 정보와 스타들의 패션 정보들이 넘친다.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K씨는 "미리 사고 싶은 옷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게시판도 있어 유용하다"고 말한다. 또 세일하는 매장정보나, 괜찮은 수선집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서비스가 좋지 않은 사이트나 매장의 경우, 이들 나름대로의 불매운동도 진행한다고.

이들 커뮤니티에는 해외 명품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이름이 없는 디자이너나 브랜드에 대한 재발견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물질시대의 노예라고? 난 현명한 소비자!"

K를 보고 된장남이라고 비난하는 의견에 K는 반박한다.

"내 행위는 물건을 구매하는 데 기회비용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이에요. 물질시대의 노예가 아니라, 패션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소비자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당당히 밝히고, 그것을 좇는 K씨. 그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고, 멋있어 보이고 싶지 않겠느냐"며 자신과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소비에 당당하다.

a 인기 커뮤니티 '디젤마니아' 12만50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발하게 패션에 관한 정보와 라이프스타일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인기 커뮤니티 '디젤마니아' 12만50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발하게 패션에 관한 정보와 라이프스타일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 김원영


패션에 관한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10만 이상의 회원들이 함께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정보를 나누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네이버 카페 회원 수 12만5000명, 다음 카페 회원 수 5만5000명 이상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커뮤니티가 가지는 의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Diselmania' 운영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커뮤니티를 처음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국내엔 수입 브랜드나 제품들에 대한 정보가 취약한 편이었어요. 그리고 청바지를 좋아해서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카페를 만들게 됐는데, 사람들에게 호응이 좋았죠."

- 다음 카페에 보니까, 직접 수입도 해오시고, 자체제작 제품 판매도 하시던데, 그런 것과 연관이 있었나요?
"처음엔 제가 이런 일을 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꽤 많이 모였을 때쯤에, 수입상에서 직접 연락이 오더라고요. 함께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저뿐만 아니라 많은 회원분들도 저희 카페를 통해서 사업을 시작하시게 된 분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엄격한 회원관리, 빠른 정보유통

a 다음 카페 '디젤매니아' 카페 규칙을 어기는 회원들을 엄격하게 규제함으로써 카페를 운영해 나간다.

다음 카페 '디젤매니아' 카페 규칙을 어기는 회원들을 엄격하게 규제함으로써 카페를 운영해 나간다. ⓒ 김원영


- '디젤마니아'는 네이버 카페가 12만5000, 다음 카페가 5만 명 이상의 회원 수가 가입해 있는 대형 커뮤니티인데요.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카페를 시작하고, 사람들이 '신상'에 대한 욕구가 강렬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희 카페 같은 경우는, 해외의 명품 컬렉션 사진들도 빨리 올라오고, 실질적인 구입 정보들이 많이 올라오는 편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카페의 명확한 규칙들이 있거든요. 철저하게 관리하는데다가, 사람들이 규칙을 잘 지켜주기 때문에 카페가 커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행을 파악하려면, 네티즌을 살펴라!

- 머짱이님의 블로그에 보니까 쇼핑몰 운영자나,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이벤트를 제휴하자고 많이 연락을 하는 것 같던데, 실제 디자인 하는 사람들도 이 카페를 자주 찾나봐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니까 홍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질되는 건 원치 않아서, 되도록 자제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 역시 옷을 수입하거나 자체제작 할 때 회원들의 분위기나 취향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 유행의 흐름을 읽어내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카페 활동을 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제품이 언제 나왔고, 어떤 반응을 받고 있는 지에 대해 끊임없이 알게 되니까요."

실질적인 정보 유통, 라이프스타일 공유

- '디젤마니아'가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잡지에 보면, 신상품 소개는 되지만, 실제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은 거의 없는 편이잖아요. 일차적으로는 저희 카페에는 이런 실제적인 정보와 세일하는 곳 등의 정보들이 계속적으로 공유하니까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같고요. 더 나아가, 사람들이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서로 공유를 하고, 서로 동질감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된장남 #생존전략 #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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