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인턴기자 폭행사건 온오프라인 공방

"시위대에 폭행당했다" - "택시비 줘서 보냈는데 폭행이라니..."

등록 2008.07.24 17:45수정 2008.07.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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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선닷컴에 실린 '인턴기자 폭행' 기사 19일 밤에 조선일보 인턴기자가 시위대에게 폭행당했다고 쓰여 있다.

조선닷컴에 실린 '인턴기자 폭행' 기사 19일 밤에 조선일보 인턴기자가 시위대에게 폭행당했다고 쓰여 있다. ⓒ 조선닷컴

▲ 조선닷컴에 실린 '인턴기자 폭행' 기사 19일 밤에 조선일보 인턴기자가 시위대에게 폭행당했다고 쓰여 있다. ⓒ 조선닷컴

7월 2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19일 밤에 있었던 촛불집회에서 <조선일보> 인턴기자와 시민이 실랑이를 벌인 내용이었다.

 

글을 올린 누리꾼 '예그리나'는 몰래 숨어서 취재하던 <조선일보> 인턴기자를 불법 채증하는 경찰로 오해한 시민들과 그 인턴 기자 사이에 벌어진 일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조선일보> 인턴기자 "시위대에 폭행당했다" 주장

 

21일 새벽 3시경 <조선일보>는 먼저 <조선닷컴>에 이날 밤의 일을 "(인턴기자를) 100여 명이 도로 한가운데 세워두고 둘러쌌다"면서 "<조선일보> 인턴기자라고 밝히자 일부 시위대는 그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며 욕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가 나간 직후 다음 아고라에는 당신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한 누리꾼 '예그리나'와 '사고뭉치'가 쓴 <조선일보>에 대한 반박글이 올라왔다.

 

이후 오후 6시경 <조선닷컴>은 다시 "폭행당한 것은 사실"이라며 아고라의 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선닷컴>은 인턴기자의 말을 인용해 "(시위대) 일부가 발로 종아리를 수 차례 걷어차고 물건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로 뒤통수를 때렸다. '때리지 말라'고 시위대에 호소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위대 중 한 명이 카메라와 렌즈 가방을 빼앗을 때에도 손목을 꺾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와 누리꾼의 공방 일지

 

20일 오후 다음 아고라에 누리꾼 '예그리나'의 '뻔뻔스러운 조선일보 인턴기자'라는 글이 올라옴

21일 <조선닷컴>에 '본사 사진부 인턴기자 시위대에 폭행당해'라는 기사 올라옴

21일 누리꾼 '예그리나''사고뭉치'가 반박글 올림

21일 <조선닷컴>에 '본지 대학생 인턴기자, "종아리 채이고, 뒤통수 맞고 폭행당한 것 사실"' 기사 올라옴

 

이번 사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시위대의 폭행'과 '메모리 카드를 빼앗겼다'는 부분이다. <조선일보> 측은 손목을 꺾는 등 폭력행위가 있었으며 메모리 카드를 빼앗긴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누리꾼들은 폭력행위를 목격하지 못했고 메모리카드는 검사 후 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2일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누리꾼 '예그리나'와 '사고뭉치'를 청계광장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보았다. '예그리나'는 SLR시민기자단으로 활동하며 그날 집회에 참가했고 '사고뭉치'는 시위대와 함께 현장에 있었다. 다음은 누리꾼 '예그리나'와 '사고뭉치'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19일 촛불집회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나.

[예그리나] "밤 9시 경, 우리가 종로 2가 쪽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5층 정도의 건물 위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며 두 장 연속으로 사진을 찍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몰래 숨어서 사직을 찍고 있어서 불법 체증하는 경찰이 아닌가 해서 5~6명 정도 올라가 보니 사진을 찍던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건물을 뒤져 6층 여자 화장실에 숨어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기자가 아니라고 하다가 나중에 기자증을 보여주며 <조선일보> 인턴기자라고 말했다. 다른 분이 카메라를 빼앗아 "사진을 확인 좀 하겠다"며 메모리카드를 찾았지만 메모리카드가 없었다. "왜 없냐"고 하자 <조선일보> 인턴기자는 오히려 화를 내며 "(카메라 검사하면서) 당신들이 가져간 거 아니냐"고 했다. 그리곤 반대로 우리를 몸수색을 해 봐야겠다고 했다. 졸지에 메모리 도둑이 된 난 황당했다. 그래서 시민들이 <조선일보> 인턴기자를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물론 일부 시민이 <조선일보>인턴을 둘러싸고 욕을 하긴 했다. 하지만, 어떤 분이 때리려 했을 때도 때리지 말라며 다른 곳으로 쫓아버렸다."

 

- <조선일보> 인턴기자는 메모리 카드를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그리나] "나중에 사람들이 <조선일보> 인턴기자에게 메모리카드를 내놓으라고 하자 이번에는 건물에 버렸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조선일보> 인턴기자  카메라가방에서 메모리카드를 발견했다. 결국 위기를 모면하려고 <조선일보> 인턴기자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메모리카드를 확인해 보니 밤 9시 1분경 건물 5층에서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었다. 메모리카드 여기 있지 않느냐고 하자 마지못해 사과를 하더라. 메모리 카드는 다시 껴서 돌려주었다."

 

- <조선닷컴>은 40여분 동안 붙잡혀 있었고,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행이 있었나?

[사고뭉치] "나는 메모리카드를 찾는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을 때부터 현장에 들어갔다. 그 때는 긴박한 상황이 아니었고, 중재하기 위해 "때리지 말라"고 하자 시민들이 "우리는 때리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이런 경우에는 메모리카드부터 보여주어야 상황이 해결된다"고 하자, <조선일보> 인턴기자는 "건물에 던졌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몇 분이 건물로 카드를 찾으러 갔고 나는 <조선일보> 인턴기자에게 "이런 상황은 지금 시민들에게 매우 민감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배들이 너는 인턴이라 괜찮으니 가서 찍어오라고 했다"며 약간 겁을 먹은 듯 말했다. 

 

그때 시민 한 분이 카메라가방에서 메모리카드를 발견했고 크게 문제될 만한 사진은 없다는 걸 확인했다. 메모리카드를 돌려주고 걸어가면서 시민들에게 또 둘러싸일 것 같아 택시를 잡아줬다. 그런데 그 인턴기자가 자기는 지갑을 안 갖고 나왔다고 해서 택시비 2000원을 주고 "2000원 되는 곳에서 내려라"고 말했다. 그 친구에게 "조심하고 앞으로 찍을 때는 숨지 말고 당당하게 찍어라"고 말해 줬다."

 

- 폭행이 없었다는 말인가?

[사고뭉치] "그렇다. 폭력이 있을 만한 상황이 없었고 택시 태워서 보낸 게 전부다."

 

- <조선닷컴>에는 손목이 꺾이는 등 구체적으로 폭행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예그리나] "폭행도 없었고 오히려 메모리 카드 도둑으로 몰린 것도 황당한데, 조선닷컴 기사에는 메모리카드를 뺏고 폭행까지 했다고 나오더라. 너무 어이가 없다. 그래서 그 <조선일보>인턴기자가 재학 중인 학교 과 사무실에 전화해 정식으로 사과 받아야겠다고 하며 내 연락처와 이름을 알려줬다. 사과를 안할 경우 법적 대응에 들어가겠다고도 했다. <조선일보> 사진부에도 전화하자 다른 사진기자가 받더라. '우리는 폭행하거나 메모리를 훔쳐간 적이 없다.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얘기하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예그리나]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측에 연락을 취해 놓은 상태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기보다는 도덕적인 누명을 씌운 것에 대해 사과를 받고 싶다. 그것마저도 묵살하면 앞으로 민변 측과 연락해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다. 그 당시 현장에 있던 분 중에도 증인으로 나서겠다고 한 분이 있다."

 

[사고뭉치] "사진기자의 입장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폭력을 말리고 택시비도 줘서 보냈다. 그 당시에 감싸주려고 했던 사람들이 더 많은데, '폭행'이라고 기사를 쓰고 일언반구의 해명도 없는 것에 대해 배신감이 든다. 그것에 대한 정정 요구를 할 뿐이다."

 

이들과의 인터뷰 후 당사자인 <조선일보> 인턴기자의 입장도 듣기 위해 23일 오후 3시경 <조선일보> 사진부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그 인턴기자는 인터뷰를 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측의 입장도 그런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도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윤서한, 이보라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2008.07.24 17:4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윤서한, 이보라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조선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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