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물가인상으로 식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저소득층 아동 급식비는 몇 년째 제자리를 면치 못해 현실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충남 천안시는 시비와 국도비를 합산해 끼니를 거르거나 먹는다 해도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급식은 도시락 제조업체와 지역아동센터가 시의 급식비를 지원받아 아동들에게 도시락 또는 식사제공을 대행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저소득층 아동들의 끼니당 급식비는 3천원. 지난 2005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결식아동 급식 도시락의 부실 파동 이후 천안시 급식비는 5백원이 올랐지만 물가인상률 반영없이 3년째 3천원에 붙박혀 있다.
이 때문에 일선에서 급식을 담당하는 도시락 제조업체와 지역아동센터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고유가 등의 여파로 식자재 전반의 가격 인상이 가팔라 저소득층 아동들의 급식에 소요되는 원가가 크게 상승한 반면 급식비는 제자리여서 도시락 제조업체와 지역아동센터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도시락 제조업체, 지역아동센터 급식에 어려움 가중
2005년부터 저소득층 아동들의 급식지원을 대행하고 있는 천안지역 자활공동체인 '즐거운 밥상'. 즐거운 밥상은 7월 현재 천안시 성정1·2동, 쌍용1·2·3동, 원성1·2동 등 도심 13개 동지역의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학기중에는 토·일요일과 공휴일 중식을, 방학기간에는 평일과 토요일 중식을 도시락으로 만들어 배달한다. 올해도 여름방학 기간동안 13개 동 지역 482명에게 도시락을 전달한다.
밥과 4가지 반찬, 국으로 이뤄진 도시락 1개당 급식비는 3천원. 한동안 3천원으로 도시락 제조와 전달이 가능했지만 인상된 식자재 가격과 도시락 전달에 따른 유류비 소요를 감안하면 요즘은 제조 원가가 시에서 지원하는 급식비를 웃도는 상황.
실제로 '즐거운 밥상'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2005년 1만7000원이던 14㎏ 된장은 올해 2만500원으로 21% 올랐다. 3㎏ 밀가루는 2005년 3천1백원에서 2008년 4천2백원으로 35% 인상됐다. 식용유와 부침가루, 계란 등도 2005년에 비해 올해 기준 적게는 26%, 많게는 62%까지 올랐다.
인상률이 반영되지 않은 채 저소득층 아동들의 급식비가 3천원에 고정된 탓에 추가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도시락 제조업체에 전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즐거운 밥상'은 저소득층 아동들의 도시락 제조 및 배달 사업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60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자활공동체인 '즐거운 밥상'의 운영을 돕고 있는 천안지역자활센터 박찬무 실장은 "비슷한 구성의 일반 도시락은 4천 원에 팔리고 있다"며 "그동안의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저소득층 아동 급식비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몇 년째 제자리인 급식비로 어려움을 겪기는 지역아동센터도 마찬가지. 저소득층 아동들의 급식지원 규모와 횟수는 지역아동센터가 더 많다. 올해 여름방학에도 39개 지역아동센터가 907명의 아동들에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중식과 석식을 제공한다.
직산에 소재한 '서로사랑' 지역아동센터 실무자는 "끼니당 3천원으로는 급식을 위한 장 보기도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요즘 상황"이라며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이 양껏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급식비 인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아동 급식비 끼니당 4000원은 돼야
저소득층 아동들의 급식비를 인상할 경우 적정 수준은 얼마일까. 천안과 인근한 평택시를 비롯해 경기도 전역은 저소득층 아동 급식비로 2005년부터 3천5백원을 지원하고 있다. 천안시보다 5백원이 많지만 일선에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천안지역 아동복지 시민단체인 '미래를여는아이들' 김소현 사무국장은 "급식비가 최소한 4천원은 돼야 저소득층 아동들의 균형잡인 식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천안시도 저소득층 아동들의 급식비 인상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당장은 어렵다는 것. 김영옥 천안시 아동보육팀장은 "저소득층 아동들의 급식비 현실화에는 공감한다"며 "재원의 한정으로 추경 편성은 어렵지만 내년 본 예산 편성시 인상 요구를 적극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시는 1회 추경을 포함해 올해 저소득층 아동 급식비로 6억8482만원을 편성했다. 저소득층 아동 급식비 지원 대상자는 2007년 여름방학 1042명, 겨울방학 790명이었지만 경기불황 등의 요인으로 2008년 여름방학은 대폭 증가해 1432명을 기록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8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2008.07.29 11:1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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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치솟는데 저소득층 아동 밥값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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