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노조 지도부, 낙하산 사장 인정하나?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촛불 배신' 논란

구본홍 사장, 노조위원장 만나 '5개안' 제안... 30~31일 예정 총투표는 보류

등록 2008.07.29 13:57수정 2008.07.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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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2일 아침 8시 10분 YTN 박경석 노조위원장(맨 왼쪽)이 조합원들과 함께 구본홍 사장(맨 오른쪽)의 출근을 가로 막고 서 있다. (자료사진)

지난 22일 아침 8시 10분 YTN 박경석 노조위원장(맨 왼쪽)이 조합원들과 함께 구본홍 사장(맨 오른쪽)의 출근을 가로 막고 서 있다.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전관석

지난 22일 아침 8시 10분 YTN 박경석 노조위원장(맨 왼쪽)이 조합원들과 함께 구본홍 사장(맨 오른쪽)의 출근을 가로 막고 서 있다.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전관석

 

YTN노동조합(지부장 박경석)은 지난 28일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특보 출신인 YTN 구본홍 사장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여부를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대의원들이 29일 오전 긴급대의원 대회를 소집해 문제제기를 했고, 결국 30~31일로 예정됐던 총투표와 29일 사원 설명회는 일단 보류키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YTN 내부는 '낙하산 사장'을 놓고 투쟁을 계속할지, 타협으로 선회할지 사원들 간에 많은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달 넘게 계속됐던 YTN노조 조합원들의 '낙하산 저지 투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대화는 어떻게?] 구 사장 5가지 안 제안... 노조 대화 나서 '총투표' 실시 결정

 

박경석 지부장은 지난 28일 사내 메일을 통해 구 사장이 노조에 밝힌 제안 내용을 공개하고 수용 여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는 찬반 총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당초 "낙하산과의 대화와 타협은 있을 수 없다"던 노조의 입장에서 많이 물러선 태도다.

 

도대체 구 사장과 노조 간의 대화, 그리고 이로 인한 노조의 총투표 결정은 어떻게 이뤄지게 된 것일까?

 

YTN 홍보 심의팀은 "박경석 지부장과 김인규 사무국장 등 YTN노조 집행부는 지난 주말 구본홍 사장과 두 차례 만나 최근 현안에 대한 구 사장의 입장과 계획을 듣고, 노조원들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결국 노사 양측의 대화는 지난 24일 구 사장이 노조에 공식대화를 제안한 것을 노조가 25일 받아들임으로써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구 사장은 ▲사장은 보도에 관여하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한다 ▲보도는 보도국장을 중심으로 보도국의 자율적 책임에 맡긴다 ▲공정보도 감시기능을 강화하기위해 노조 안에 공정방송 관련 상근자를 둔다 ▲공정보도를 담보해 낼 수 있도록 보도국장 선출제와 공방위 구성·운영방식에 대해 노사 협의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사장 취임 후 1년 반 무렵, 공정보도 훼손 여부와 경영 전반에 대해 사원들의 중간 평가를 실시한다 등 5가지 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이 안에 대해 노조는 내부적인 논의를 거듭하다가 결국 '총투표'란 방식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게 됐다. 

 

a  18일 오후 서울 중구 YTN 본사의 사장 집무실이 YTN 노조원들에 의해 대못질 된 채로 출입이 통제돼 있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YTN 본사의 사장 집무실이 YTN 노조원들에 의해 대못질 된 채로 출입이 통제돼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18일 오후 서울 중구 YTN 본사의 사장 집무실이 YTN 노조원들에 의해 대못질 된 채로 출입이 통제돼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박경석 지부장은 총투표 실시 배경과 관련해 "'구씨를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투쟁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며 "주요 현안에 대해 상반된 의견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위원장으로서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 지부장은 "총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 조합원들이 다시 힘을 모아 구씨를 몰아내기 위한 총력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면서 "결과가 '찬성'으로 나오면 조합원들이 '구씨의 제안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보고, 앞으로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 지부장은 "나와 김인규 사무국장은 최근 진행된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이번 투표를 통해 신임 여부를 묻도록 하겠다"며 "이번 안건이 부결될 경우 우리는 사퇴하고 새로운 집행부나 비대위가 앞으로의 투쟁을 이끌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YTN노조는 투쟁이 아닌 타협의 방안을 가지고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왜 투쟁에서 타협으로?] "급박한 외부환경 고려 안 할 수 없었다"

 

이토록 YTN노조 집행부가 구 사장과의 '타협'으로 선회한 까닭은 무엇일까?

 

박 지부장은 "결국 구씨가 사장으로 선임되고 실질적인 사장 역할을 시작하면서부터, 노조위원장으로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외부 환경 속에서 아무 대비책도 세우지 못할 경우 일터 존립마저 위태롭게 될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실익을 위해 '현실론' 쪽에 무게를 싣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투쟁을 벌여서 결국 구씨가 물러났다 하더라도 그 뒤 새 사장을 맞기 위해 이사회를 열고 사장 공모를 하고 주총을 열어 선임하는 과정만 추가로 두 달 가량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법 개정안은 이미 입법 예고됐고, 방송관련 정책 등이 모두 하반기 중에 틀이 만들어지게 될 것인데 자칫 이 기간 동안 회사를 보호할 어떠한 장치나 관련 정책, 하다못해 단서 조항·부칙에도 넣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박 지부장은 "구씨가 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시련의 시기에 전사적 총동원 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이번 싸움이 무한정 길어지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것이 충심으로 회사와 조합원을 위하는 길이라 여겨 구본홍씨를 만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a  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선임안을 저지하려는 노조원과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연단앞에서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선임안을 저지하려는 노조원과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연단앞에서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선임안을 저지하려는 노조원과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연단앞에서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전망] 현덕수 등 조합원 "타협은 없다"... 논란 예상

 

하지만 노조 집행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현덕수 전 지부장 등 적지 않은 조합원들은 "구 사장과 노조가 만났다는 것 자체가 옳지 못한 일이고, 타협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명확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당분간 YTN 내부는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오전 긴급 소집된 대의원 대회에서는 노조의 총투표 제안과 구 사장과의 타협 방침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의원 대회에는 총 40명의 대의원 중 22명이 참석했다.

 

대의원 대회에 참석한 현덕수 전 지부장은 "방법론적으로는 현 노조 집행부의 고충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부장의 '대화' 판단에는 동의하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렇게 내부의 의견이 합치되지 못해 30~31일로 예정됐던 총투표와 29일 사원 설명회는 일단 보류됐다. 그리고 추후 대의원 대회를 다시 열어 향후의 활동방침을 정하도록 결정했다.

 

김인규 사무국장은 대의원 대회가 끝난 후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 차후 다시 대의원 대회를 열어 총투표 여부 등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8.07.29 13:57ⓒ 2008 OhmyNews
#YTN #박경석 #구본홍 #낙하산 사장 #YTN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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