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인종차별 딛고 꿈을 지켰다

[서평] 밀드레드 테일러의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등록 2008.08.09 11:36수정 2008.08.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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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1권 겉표지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1권 겉표지 ⓒ 내인생의책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1권 겉표지 ⓒ 내인생의책

어느 순간,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철폐됐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것이 철폐됐다고 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곧바로 인종차별주의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밀드레드 테일러의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의 배경이 되는 188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피부색'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인 신분이었다.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의 주인공 폴 에드워드는 아버지가 백인이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유색인이었다. 그는 어릴 적에 그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버지가 그를 백인처럼 공부를 시켜줬을 뿐만 아니라 백인형제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마을에 사는 흑인들이었다. 흑인들은 폴 에드워드를 공격한다. 그가 백인 아버지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폴 에드워드는 잘 견뎠다. 이유 없이 자신을 때리던 미첼도 지혜를 발휘해 친구로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보이지 않던 커다란 장벽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가 막아줄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였다. 그는 이것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백인 형제들과 함께 동등하다고 생각되는 대우를 받으며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가장 믿었고 의지했던 형제가 배신을 한 순간, 폴 에드워드는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더군다나 그를 배신한 이유가 다른 백인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니 더했다. 그는 저항했다. 그는 백인 형제뿐 아니라 다른 백인들을 때렸다. 당시 유색인이 백인을 때린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위험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를 채찍질한다. 이 모든 일은 폴 에드워드의 마음속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를 세상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살벌한 세상으로 발을 내딛게 만든 것이다.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를 받아야 했던 유색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듯이, 이야기는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특히 이 소설 같은 경우 밀드레드 테일러가 작정하고 쓰기라도 한 듯, 차별과 고통의 과정을 모질게 그려냈기에 그 정도가 심하다. 

 

피부색 때문에 비난 받고 폭행당해야 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믿었던 사람에게마저 배신당하는 아이의 심정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으니, 그리하여 억울하다고 말하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생생하니 어느 순간에도 침착하게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는 그렇게 고통만을 감내하게 하는 소설은 아니다. 세상 바깥으로 나가서, 자신의 꿈이었던 '땅'을 갖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는 폴 에드워드의 모습은 서서히 가슴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백인들의 수모와 경멸을 감당하면서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세상을 살아가려고 하는 그 모습은 하나하나가 예술처럼 경이로울 정도로 감동적이다.

 

소위 '좋은 처지'에 있으면서도 노력을 하지 않거나, 혹은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환경을 탓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폴 에드워드도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울분을 에너지로 만들 줄 알았다. 백인에게 사기를 당해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알았고, 백인이 경멸해도 인정받는 법을 알았다. 더불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방법도 알았다. 원망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격려를 할 줄 알았던 게다. 그리하여 자신이 원하던 것을, 인종차별주의가 당연시되던 그때에 얻어냈던 것이다.

 

폴 에드워드를 보고 있으면,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멋진 사람이다. 사회의 모든 불합리함을 넘어설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 그런 말을 들어도 무방하다. 그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를 두고 멋진 소설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이 정도라면 허용할 수 있지 않을까?

 

가슴 아픈 이야기가 어느덧 가슴 벅찬 이야기로 변해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그 노래에 귀를 기울여보자. 소설의 이야기지만, 그 이상의 중요한 것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2008.08.09 11:36ⓒ 2008 OhmyNews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1

밀드레드 테일러 지음, 위문숙 옮김,
내인생의책, 2008


#인종차별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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