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의 '공기업 진실', 한나라도 몰라

핵심 피한 채 일방적 홍보... 당정간에도 엇박자

등록 2008.08.13 18:02수정 2008.08.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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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에 관한 근거 없는 오해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5.7 '광우병 괴담 10문 10답')

"과도한 우려와 왜곡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8.11 '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

 

지난 5월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근거없는 오해와 불안감'으로 치부했던 정부는 이번 공기업 선진화에 대한 논란 역시 '과도한 우려와 왜곡된 문제제기'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발표한 정부의 1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조차도 "공기업 개혁이 후퇴했다"며 강하게 비판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못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않고 나홀로 국민 설득에 나섰다.

 

정부는 11~12일 대한민국 정책포털 사이트에 올린 '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을 통해 "(공기업 선진화는)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을 개혁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홍보논리를 폈다.

 

하지만 '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이, 일방적 해명으로 여론에 뭇매를 맞고 불신을 키웠던 '광우병 괴담 10문10답' 논란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도 외면... 이명박 정부만의 진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기업관련대책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기업관련대책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기업관련대책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에는 '서민생활 직결 서비스, 민영화 하더라도 가격 규제', '매각절차 공정·투명하게…특혜시비 원천차단', '일정기간 고용승계…적극적 고용보장' 등 비판 주장에 대한 각각의 반론이 담겼다.

 

하지만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후, 11~12일 국회 '공기업 관련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제기된 쟁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하지 않고 있다.

 

특위에서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공기업 개혁에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이한구 의원 역시 "공공부문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뿌리에 접근해야지 공기업 자회사 매각하는 등 잔 가지만 치면 혁신이 되느냐"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따졌다.

 

야당 의원들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 ▲공기업 27곳 민영화 ▲12곳 기능조정 등 개괄적인 내용만 담겼을 뿐,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은 없었다.

 

이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정부 내에서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설득할 건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원론적인 답변을 하니 질문할 가치를 못 느끼겠다"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지적이 이어졌다.

'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을 보자. 여기서 정부는 "일각에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용두사미 격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면서 "민영화 대상으로 꼽은 기관은 '경쟁'이라는 조건을 만족한 곳일 뿐, 공기업 개혁은 경영효율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공기업이 민영화 대상인지 경영효율화 대상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또한 구체적인 시기도 불분명하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힘도 실어주고, 지혜도 같이 짜야하는데, 경영진단 데이터나 근거 자료가 하나도 없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번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는 공기업 개혁의 핵심인 낙하산·보은인사 금지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이와 관련, 특위에서 강만수 장관은 "(전임 정부보다)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고,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치인이라고 해서 모두 낙하산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a 공기업 선진화 방안 규탄 기자회견 '공기업 선진화 방안 규탄 노동, 사회,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이 12일 서울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진행됐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 규탄 기자회견 '공기업 선진화 방안 규탄 노동, 사회,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이 12일 서울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진행됐다. ⓒ 박유미

▲ 공기업 선진화 방안 규탄 기자회견 '공기업 선진화 방안 규탄 노동, 사회,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이 12일 서울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진행됐다. ⓒ 박유미

 

[공공서비스 요금] "요금 인상 우려 없지만, 일부는 오른다"

 

지난 5월 정부가 내놓은 '광우병 괴담 10문 10답'은 과학적 논쟁이 있는 부분까지 정부에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의 자료 때문에 괴담이 더욱 퍼졌다는 비아냥이 들렸다. 이번 '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 역시 거센 논란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이 자료에서 "공기업 선진화가 요금 인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는 성립되지 않는다"면서도 "국민의 세금으로 낮은 서비스 요금을 유지해온 일부 서비스의 경우, 요금이 부득이하게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적정한 요금을 부담하고, (공공기관) 국고지원금을 우리 사회가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이 더 발전적"이라며 "해당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이 낸 세금으로 낮은 요금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주연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후에는 (선진화 목적과는 반대로) 대다수 서민들에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영화] 지금 있는 공기업에서도 비정규직 나오는데

 

'오해와 진실' 자료는 또한 "공기업 매각이 재벌특혜나 국부유출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당정간 엇박자를 내고 있는 사안이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책조정위원장은 12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이든 대기업이든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을 정도다.

 

"공기업이 민영화되더라도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주장도 신뢰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2008년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 전환계획'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 공기업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기계약 전환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노동계에서는 벌써부터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를 우려하고 있다.

 

[지방 이전] 이전이 먼저야, 통합이 먼저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내용은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말이 엇갈리고 있다. 11일 특위에서 강만수 장관은 "지방으로 이전한 후, 통합하겠다"고 했지만 배국환 제2차관은 1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통합이 먼저"라고 말했다. 

 

또한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의 정종환 장관은 "14일 토론회에서 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08.08.13 18:02ⓒ 2008 OhmyNews
#공기업 선진화 #공기업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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