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버려져 뒹구는 나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성골예목공방 열림 첫 돌 전 '일곱 색깔 나무새김'

등록 2008.08.22 17:36수정 2008.08.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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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종만 작 '한가위' 달이 나와 동무해서 밤길을 걷네

김종만 작 '한가위' 달이 나와 동무해서 밤길을 걷네 ⓒ 이종찬


"오랜 옛날부터 나무와 인간은 끊을 수 없는 '상생의 연'을 맺고 있다. 우리는 이미 생명을 다한 나무에 글씨와 그림 등을 한 땀 한 땀 새겨 넣음으로써 나무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우리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되살아난 나무, 목공예 작품을 통해 나를 새롭게 보여주고자 한다." - 성골예목공방 첫 돌 전 '인사말' 몇 토막

의정부 수락산 자락 아래, '성골'이라는 자그마한 시골마을이 하나 있다. 담장에 주황빛 능소화가 예쁘게 피어나 있는 이 고즈넉한 마을에 들어서면 저만치 제멋대로 생긴 장승들이 몇 개 서 있는 마당 한 귀퉁이에 나무를 다루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이 나무를 애인처럼 소중하게 다루는 사람들이 목공예에 매달리고 있는 '성골예목공방'이다.


성골예목공방이란, 이 마을 이름인 '성골'과 예술을 뜻하는 '예'(藝)와 나무를 뜻하는 '목'(木), 목공예를 하는 작가들이 작업하는 공간이라는 뜻이 담긴 '공방'을 합친 말이다. 이곳에서 밤낮으로 나무에 땀방울을 박으며 목공예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모두 일곱 명. 특별회원까지 합치면 10여 명 남짓 된다.        

이곳에서 목공예 작업을 하며 죽은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작가들의 나이는 칠순에서부터 삼십대 중반까지. 직업도 갖가지다. 교수·교사·전업 목공예가·동화작가·막걸리 배달원 등. 한 마디로 나이와 직업에 관계없이 나무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큰 뜻 하나를 기치로 내걸고 모인 장인들이다.      

일곱 작가가 선보이는 일곱 빛깔 무지개 

a 일곱색깔 나무새김전  성골예목공방 열림 첫 돌 전

일곱색깔 나무새김전 성골예목공방 열림 첫 돌 전 ⓒ 성골예목공방

"의정부 수락산 끝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는 성골예목공방인들은 길가에 버려져 뒹구는 나무들이 너무 안쓰러워 그 나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로 했습니다. 부디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목공예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참석해 주셔서 예술작품으로 거듭 난 나무들과 함께 기쁜 날을 누리십시오." - 성골예목공방 첫 돌 전 '인사말' 몇 토막

지난해 이맘 때 문을 연 성골예목공방.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목공예가들이 땀 흘리는 집 '성골예목공방'(지킴이 김종만,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501-4)에서 '열림 첫 돌 전'을 연다. 23일(토) 오후 4시부터 26일(화) 밤 9시까지 나흘 동안 공방 옆에 있는 수락산채에서 열리는 '일곱 색깔 나무새김'전이 그것.


이번 전시회는 성골예목공방 목공예가들이 지난 1년 동안 죽은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며 땀 흘린 결실을 거두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작품은 '인내' '관음도' '장승' '한가위' '노송도' '고요' '연' 등 모두 50여 점. 전시작가는 박용덕, 구본권, 김병록, 김종만, 이호남, 김인봉, 김봉주, 특별회원 진양숙 등 10여 명이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목공예가들이 선보이는 일곱 가지 색깔이 담긴 서각과 목부조, 목조각이 마치 무지개처럼 내걸린다는 점이다. 특히 23일 오후 4시부터 전시회에 앞서 30여 분 동안 선보이는 장승 깎는 시범과 일곱 작가들이 목공예를 작업하는 시범은 목공예의 속내를 샅샅이 엿 볼 수 있다.


a 성골예목공방 작품들  전시작품은 '인내' '관음도' '장승' '한가위' '노송도' '고요' '연' 등 모두 50여 점

성골예목공방 작품들 전시작품은 '인내' '관음도' '장승' '한가위' '노송도' '고요' '연' 등 모두 50여 점 ⓒ 성골예목공방


a 성골예목공방 들머리 전시작가는 박용덕, 구본권, 김병록, 김종만, 이호남, 김인봉, 김봉주, 특별회원 진양숙 등 10여 명

성골예목공방 들머리 전시작가는 박용덕, 구본권, 김병록, 김종만, 이호남, 김인봉, 김봉주, 특별회원 진양숙 등 10여 명 ⓒ 이종찬


이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길가에 버려져 뒹구는 나무에 대한 일반인들의 나무사랑과 더불어 나무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목공예를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앞으로 매년 한번 꼴로 목공예 전시회를 여는 것은 물론 앞으로는 개인공모전이 아닌 단체공모전에 출품키로 했다.  

성골예목공방 향곡 박용덕(70) 회장은 "우리는 목공예 작업에 쓰이는 칼을 직접 만들어 쓴다"라며 "앞으로 60여점 되는 칼 전시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한다. 박 회장은 이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목공예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알리고 전수시키기 위해 목공예학교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작품설명을 하고 있는 김종만 성골예목공방은 각자 색깔이 전혀 다른 목공예가들이 모여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작품설명을 하고 있는 김종만 성골예목공방은 각자 색깔이 전혀 다른 목공예가들이 모여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 이종찬


지난 19일 저녁 6시.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있는 성골예목공방에서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김종만(52, 동화작가) 목공예가를 만났다. 이날 김씨는 아내 진양숙씨가 그린 소 그림 '고요' 앞에 서서  "처음 작품에는 소의 코에 파리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파리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며 빙긋이 웃었다.

글쓴이가  "그게 진짜냐?"고 묻자 김씨는 "아내의 작품이 완성된 뒤 제가 아내 몰래 슬쩍 소 코앞에 파리 한 마리를 조각해 놓았는데, 어느 순간 아내가 그 파리 조각을 떼내 버린 것 같다. 제 아내도 작품 앞에서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어요. 저보다 더 고집이 세지요"라며 은근히 아내를 부추겨 세웠다.

다음은 성골예목공방 지킴이 김종만 목공예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성골예목공방은 각자 색깔이 전혀 다른 목공예가들이 모여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우리 7명의 목공예가들은 나무의 특성에 따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서각, 목부조, 목조각을 한다. 따라서 작품마다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이 넘쳐나기 때문에 작품들이 저마다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무지개를 보라. 무지개는 저마다 독특한 일곱 가지 빛깔이지만 하나로 모였을 때 더욱 아름답지 않던가."

몸에 병 있는 사람에게 목공예를 권하고 싶다 
      
-목공예는 칼로 섬세한 조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몹시 어려운 작업이라고 들었다. 작품을 창작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막상 작업에 몰입하게 되면 작업 그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다.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소재를 구하는 것이다. 소재가 구해지면 그 소재를 표현하는 양식을 고안해 내는 것이 힘들다. 소재를 표현하는 양식에도 음각이냐 양각이냐 반음각이냐 반양각이냐 등 나뭇결에 따른 양식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목공예는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들었다. 마무리를 하다가 실패한 적은 없는가?
"마무리를 하다 보면 3개의 작품 중 1개의 작품만을 건질 때가 허다하다. 까닭에 우리 목공예가들은 우스갯소리로 마무리를 잘하면 프로, 마무리를 잘못하면 아무리 그 어떤 내용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잘 표현했다 하더라도 아마추어라 그런다."

a 성골예목공방 작품들 7명의 목공예가들은 나무의 특성에 따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서각, 목부조, 목조각을 한다

성골예목공방 작품들 7명의 목공예가들은 나무의 특성에 따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서각, 목부조, 목조각을 한다 ⓒ 이종찬


a 김지하 시 막상 작업에 몰입하게 되면 작업 그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다

김지하 시 막상 작업에 몰입하게 되면 작업 그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다 ⓒ 이종찬


-조각에 필요한 칼과 표구를 직접 만든다고 들었다. 어떻게 만드는가?
"하이스강이라는 돌 자르는 칼 용도로 나온 강한 금속이 있다. 우리는 그 금속을 사서 저마다 사용하기 좋은 크기로 잘라 그라인더에 갈아서 칼을 만든다. 목공예에 필요한 칼은 60여 가지에 이른다. 표구에 필요한 나무도 직접 구해 가공해서 쓴다."

-언제부터 목공예를 하게 되었나?
"목공예를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되었다. 그때 구황장애가 있었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사라졌다. 우리 회원 증 한 분은 뇌경색이 있었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잘은 모르지만 손끝으로 움직여 정교하게 작업하며 몰입하다보니 병까지도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 같다. 몸에 병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목공예작업을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무가 동무들보다 더 좋았다

-김종만 작가는 학교 교사라고 들었다. 언제부터 목공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어느 시간에 작업을 하는가?
"어릴 때부터 나무를 참 좋아했다. 나무가 동무들보다 더 좋았다. 그렇게 나무하고 친하다 보니까 길거리에 버려져 뒹구는 나무들이 너무 안쓰럽고 아까웠다. 그걸 주워서 집에 모으면서 '저걸 되살릴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을 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목공예였다. 사실, 목공예를 가르치는 곳은 전국에 10여 곳도 채 안 된다.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이루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작업은 주로 학교 마친 뒤 공방으로 돌아와 저녁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작업하다 보면 날밤이 새는 줄 모른 때도 여러 번 있었다."

a 진양숙 작 '고요' 김종만씨는 "소 코끝에 파리 한 마리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날아가고 말았다" 빙그시 웃었다. 실제로 작품 속 소의 코 끝에 파리 한 마리를 새겨 넣었는데, 부인 진양숙씨가 파리를 떼내 버렸다는 것.

진양숙 작 '고요' 김종만씨는 "소 코끝에 파리 한 마리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날아가고 말았다" 빙그시 웃었다. 실제로 작품 속 소의 코 끝에 파리 한 마리를 새겨 넣었는데, 부인 진양숙씨가 파리를 떼내 버렸다는 것. ⓒ 이종찬


a 김인봉 작 '노송도'  소재가 구해지면 그 소재를 표현하는 양식을 고안해 내는 것이 힘들다

김인봉 작 '노송도' 소재가 구해지면 그 소재를 표현하는 양식을 고안해 내는 것이 힘들다 ⓒ 이종찬


-부인 진양숙씨도 함께 목공예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같이 작업하다 보면 서로 부딪치는 일은 없는가.
"같이 (목공예를) 시작했는데 내가 상을 먼저 탔다. 그 때문에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내가 관여해 고집을 피우다보면 가끔 티격태격할 때도 있다. 요즈음에는 '자기 것 자기가 하자'며 서로 타협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60여 종 되는 칼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특히 이 칼들은 작가들 손맛에 따라 직접 만든 것들이기 때문에 저마다 독특하게 생겼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동안 외면했던 지역문화제에도 참여하면서 전시회는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열 계획이다. 제2회 전시회는 내년 겨울에 열 예정이다."

a 김종만 작 '연' 마무리를 하다 보면 3개의 작품 중 1개의 작품만을 건질 때가 허다하다

김종만 작 '연' 마무리를 하다 보면 3개의 작품 중 1개의 작품만을 건질 때가 허다하다 ⓒ 이종찬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일곱작가의 일곱빛깔 목공예. 이번 주말에는 의정부에 있는 수락산 자락으로 가서 '일곱 빛깔 나무새김' 전도 감상하고, 일곱 작가들이 내놓는 막걸리 한 사발 마시는 것은 어떨까.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수락산 계곡에서 졸졸졸 흘러내리는 티없이 맑은 물에 발을 담그는 것과 그 계곡 곳곳에 자리 잡은 음식점에서 즐기는 입맛은 보너스다.   
#성골예목공방 #김종만 #수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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