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을 하고 있는 김종만성골예목공방은 각자 색깔이 전혀 다른 목공예가들이 모여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이종찬
지난 19일 저녁 6시.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있는 성골예목공방에서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김종만(52, 동화작가) 목공예가를 만났다. 이날 김씨는 아내 진양숙씨가 그린 소 그림 '고요' 앞에 서서 "처음 작품에는 소의 코에 파리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파리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며 빙긋이 웃었다.
글쓴이가 "그게 진짜냐?"고 묻자 김씨는 "아내의 작품이 완성된 뒤 제가 아내 몰래 슬쩍 소 코앞에 파리 한 마리를 조각해 놓았는데, 어느 순간 아내가 그 파리 조각을 떼내 버린 것 같다. 제 아내도 작품 앞에서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어요. 저보다 더 고집이 세지요"라며 은근히 아내를 부추겨 세웠다.
다음은 성골예목공방 지킴이 김종만 목공예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성골예목공방은 각자 색깔이 전혀 다른 목공예가들이 모여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우리 7명의 목공예가들은 나무의 특성에 따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서각, 목부조, 목조각을 한다. 따라서 작품마다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이 넘쳐나기 때문에 작품들이 저마다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무지개를 보라. 무지개는 저마다 독특한 일곱 가지 빛깔이지만 하나로 모였을 때 더욱 아름답지 않던가."
몸에 병 있는 사람에게 목공예를 권하고 싶다 -목공예는 칼로 섬세한 조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몹시 어려운 작업이라고 들었다. 작품을 창작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막상 작업에 몰입하게 되면 작업 그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다.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소재를 구하는 것이다. 소재가 구해지면 그 소재를 표현하는 양식을 고안해 내는 것이 힘들다. 소재를 표현하는 양식에도 음각이냐 양각이냐 반음각이냐 반양각이냐 등 나뭇결에 따른 양식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목공예는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들었다. 마무리를 하다가 실패한 적은 없는가?"마무리를 하다 보면 3개의 작품 중 1개의 작품만을 건질 때가 허다하다. 까닭에 우리 목공예가들은 우스갯소리로 마무리를 잘하면 프로, 마무리를 잘못하면 아무리 그 어떤 내용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잘 표현했다 하더라도 아마추어라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