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와 감자
김대갑
어머니는 유독 감자밥을 좋아하셨다. 이틀이 멀다하고 감자에 밥을 비벼서 드시곤 하였다. 그러나 난 감자밥을 좋아하지 않았다. 밥맛도 어딘가 모르게 심심한데다 연약하게 부서지는 감자의 속살이 밥알과 섞이는 것이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이걸 무슨 맛으로 먹지. 왜 엄마는 이걸 좋아하시는 걸까?'
그러나 어머니는 감자밥을 너무나 맛있게 드셨다. 특히 추운 겨울날이면 동치미 국물과 함께 감자밥을 즐겨 드셨는데, 드시는 모습을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감자밥인 것 같았다. 늘 젖어 있었고 잔주름이 가득 찼던 어머니의 손. 그 투박한 손으로 감자밥을 드시던 어머니.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왜 어머니가 감자밥을 그리도 많이 드셨는지 이해가 가게 되었다.
아버지의 불안정한 직업 탓에 우리 집은 늘 빈한했다. 어쩔 때는 쌀을 편지봉투에 담아 사왔을 정도로 우리 집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살림의 연속이었다. 흰 쌀밥이랬자 명절 때나 맛볼 뿐, 언제나 우리 집의 식사는 보리 반 쌀 반의 혼합식이었다. 그러다 어쩔 때는 감자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 난 감자밥을 안 먹겠다고 생떼를 쓰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화 한 번 내시지 않고 막내인 나를 달래시곤 하셨다.
어머니는 늘 내가 남긴 감자밥을 혼자 드셨다. 그러면서 이렇게 맛있는 밥을 왜 안 먹느냐면서 마치 내가 너무 맛있는 것을 못 먹는 바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면 난 의아스러워서 어머니 몰래 감자밥을 한 술 떠서 먹어보았다. 그러나 역시 맛없는 밥이긴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