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체중계에 몸무게를 다는 일이 즐겁다. 다이어트에 성공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다. 늘어가는 체중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다. 가뜩이나 작은 키에 마르기까지 한 것이 콤플렉스였기 때문이다. 실상 이러한 콤플렉스는 식사량이 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2년 동안 자취생활을 하다보니, 결코 쉽지 않았다.
일주일간 생활비를 3만원대로 맞추는 초강경 긴축정책을 구사하다 보니, 의외로 지출이 많아진 날은 가장 만만한 식비를 줄이는 것 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난 양반이다. 적어도 매일 아침식사를 간단히 해먹을 정도의 형편은 됐으니 말이다. 아침을 아주 거르고 살다 위장병이 난 친구가 한둘이 아니다.
등록금에 다달이 내는 방세와 연초에 내는 자취 보증금은 우리 가족과 내 친구들을 힘들게 했다. '대학생활=돈'이라는 공식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 돈다발을 학교에 바치고 부모님과 친구들은 힘들게 살고 있다. 그 때문일까. 9일 밤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이야기한 대학 등록금 정책은 날 화나게 만들었다.
대통령 사전에 '반값 등록금'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대학 등록금 정책과 관련해 "내 자신이 반값으로 등록금을 하겠다는 공약을 한 일은 없다"며 대선에서의 등록금 반값 공약 자체를 부인했다.
그렇다면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마케팅은 과연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대선이 치러졌던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한나라당이 추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과 세 차례나 열린 정책 토론회는 대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순수한 취지에서 추진한 것이란 말인가? 그 과정에서, 또 정당 차원에서 빈번하게 사용된 반값 등록금이란 용어는 무엇이란 말인가.
2007년에 갑자기 논의되기 시작한 반값 등록금 관련법 추진을 두고 대선과는 상관없다 믿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당장 내 주위에도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을 보고 이 대통령을 찍어준 친구들이 많은데 말이다. 당시 한나라당의 등록금 정책에 기대를 걸었던 친구들은 어제의 이 대통령의 대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대신 이 대통령은 "정부는 금년부터 기초수급자의 자녀들의 경우 대학생은 전액 장학금을 준다. 차상위계층은 무이자로 등록금을 융자해준다. 그 다음 계층에 가서는 4%대의 이자를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반대출은 7.8%다. 너무 비싸다 그래서 6%대로 금년에 결정했다"며 이에 필요한 재원이 2900억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소득 5분위(연봉 2500만원 이하)에게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현재의 추진 방안보다 훨씬 진전된 내용이다. 9일 대통령이 밝힌 안은 대선 당시에 내놓은 안에 비해 지극히 축소된 내용으로, 국민 앞에서 생색을 낸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이 대통령은 등록금 문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사안인 대학의 무분별한 등록금 상한제에 대해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가 장학금 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사실상 수용거부 입장을 밝혔다.
물가상승률의 5배씩 등록금이 오르는 상황 속에서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준들 소득수준을 이미 벗어나버린 등록금을 갚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과연 이자 탕감을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개입으로 봐야 할까?
시장을 안다는 분이 왜 이러시나
이 대통령은 대학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견해를 매우 강하게 피력한다. 대학을 교육 서비스의 생산자로, 학생은 그들이 생산한 교육 서비스를 소비하는 존재로 본다. 거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생산자들이 해마다 모여 등록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그곳에서 결정한 특정 비율의 인상률을 비슷하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담합행위는 사실상 시장 질서에 반하는 일이다. 시장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이 왜 이같은 행태를 방관만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모순적인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등록금은 내년에도 살인적으로 오를 것이며 등록금이 없어 제적을 당하고 목숨을 끊는 학생을 막을 수 없다. 이건 국가의 직무유기다. 해마다 등록금으로 사회가 들썩거리는 나라, 사교육비 부담률이 OECD 최고인 나라. 그 나라에 살고 있는 대학생들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2008.09.10 18:1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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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반값"하더니, '반값 등록금'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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