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보며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는 조카 녀석들도 있습니다. 이 녀석들은 자기 엄마 아빠 응원만 합니다. 행여 자기 엄마가 던진 윷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땅을 치기도 합니다. 물론 윷가락을 잘 던지면 박수를 치기도 합니다.
신세대 조카, 마누라 대신해서 술상차려
이쯤해서 서울 작은 조카는 술상을 준비해 왔더군요. 이 조카는 어르신들이 조카며느리들한테 '술상 봐 와라'고 할까봐 미리 선수를 치는 것입니다. 이번 추석 종갓집에서의 윷놀이 게임은 몇 시간 만에 끝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웃어댔는지 목이 다 아프더군요. 아마 하늘을 지나가던 뭉게구름도 함께 웃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부전승으로 올라간 우리부부와 대구 큰댁이 결승에서 붙었습니다. 예선전에서 두 번이나 멍석 밖으로 윷가락을 던지신 형님, 결승전에서는 승부욕 강하더군요. 말 그대로 윷판을 세 번 돌리니, 상대편은 기가 죽을 수밖에요. 그러나 참가한 친척들은 결승전 선수들에게 '은메달을 따놓은 주인공들이다'라며 박수를 아끼지 않습니다.
드디어 게임이 종료됐습니다. 우리 부부는 추석날 종갓집에서 치러진 윷놀이 게임에서 금메달 영광을 안게 됐지요. 그리고 드디어 아이스크림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파란 잔디, 둥그런 멍석 위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맛이 참으로 달콤하더군요. 어른도 아이도 모두 그 달콤함에 빠졌답니다.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왜 둥근 것을 좋아하는지. 나는 둥그런 멍석 위에서 한가위 보름달을 보았습니다. 종갓집 형님이 술을 담근 둥그런 항아리에도 보름달이 뜨더군요. 윷가락에 맞춰 환호성을 울렸던 가족 얼굴들도 모두 동글동글했습니다. 이들의 얼굴에도 보름달이 뜨더군요.
추석날 밤 제주도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때문에 보름달은 뜨지 않았지요. 하지만 나는 보았습니다. 종갓집 파란잔디 위에 뜬 가장 밝고 맑고 둥그런 보름달을. 세상에서 둥근 것은 맑고 아름다우며 모나지 않아 잘 굴러간다지요. 멍석 위에 뜬 보름달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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