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안 쓴 필름을 날리다 : 지난주에 맡긴 필름을 찾았습니다. 인화된 필름을 하나씩 들면서 얼마나 제대로 찍었는가 살핍니다. 그러다가 그냥 감겨 있는 필름을 하나 봅니다. 뭔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알고 보니 안 찍은 녀석을 모르고 맡겼습니다.
“아이고, 다른 필름도 아니고 비싼 슬라이드필름을 날려 버렸네요.”
“그러게요. 앞에만 조금 열어 보면 찍은 건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데.”
“그래요? 몰랐어요.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지요. 겹쳐서 찍었으면 큰일나는데요.”
비싼 슬라이드필름을 한 통 날렸습니다. 이렇게 새 필름을 그냥 날린 적 여러 번입니다. 이때마다 돈 아깝다는 생각이 잠깐 들지만, 이보다는 사진을 안 겹쳐서 찍어서 잘되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놓습니다. 안 쓴 필름이었지만 감겨 있었고, 감겨 있었기 때문에 찍었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 녀석을 '어, 안 찍은 필름 같은데 왜 감겨 있지?'하고 생각하며 그냥 썼다면… 자그마치 두 통치 찍은 사진을 날려 버리는 셈이니, 필름값 아까운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101] 훌륭하다는 분들 사진책을 보는 까닭 : 훌륭하다는 분들 사진책을 보는 까닭은, 내가 앞으로 찍어야 할 내 사진길을 느끼고 싶어서이지, 훌륭하게 잘 찍은 어느 사진작품이나 사진틀거리를 흉내내거나 따를 생각은 아닙니다.
[102]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을 보면 :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을 보면, 하나같이 ‘찍은이’ 둘레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담았습니다. 언제나 함께 있거나 어울리는 모습을 우리한테 보여주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09.16 16:01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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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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