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을 보면

[사진말 (18) 사진에 말을 걸다 97∼102]

등록 2008.09.16 16:01수정 2008.09.16 16:01
0
원고료로 응원
a

골목집, 골목꽃 골목길 거닐면서 늘 바라보는 골목꽃과 골목집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참, 좋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좋은 모습을 혼자서만 눈으로 담기보다는, 그림으로 남겨서 이웃들하고 함께 즐기고 싶습니다. ⓒ 최종규

▲ 골목집, 골목꽃 골목길 거닐면서 늘 바라보는 골목꽃과 골목집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참, 좋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좋은 모습을 혼자서만 눈으로 담기보다는, 그림으로 남겨서 이웃들하고 함께 즐기고 싶습니다. ⓒ 최종규

[97] 모아서 보여주기 : 사진을 부지런히 찍는 일만으로는 헌책방 모습을 제대로 담거나 적바림하기에는 모자라겠어요. 사진 찍기만 해도 바쁘거나 벅차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요.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바쁜 틈틈이 '그동안 찍은 사진'을 갈무리해서 사람들 앞에 내보이고 구경시키고 나눌 수 있어야겠어요. 애써 쓴 글도 묵히거나 묻어 두지만 말고,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뭇사람들이 더 널리 쓰고 즐길 수 있도록 내놓고 말입니다.

 

a

골목길 빨래 골목 한켠에 널려 있는 빨래. 사람들 거의 안 다니는 골목 한켠이라서 선뜻 내놓을 수 있겠지만, 햇볕과 바람에 말려야 더 보송보송하니까, 이처럼 골목길에 내놓으려고 할 테지요. ⓒ 최종규

▲ 골목길 빨래 골목 한켠에 널려 있는 빨래. 사람들 거의 안 다니는 골목 한켠이라서 선뜻 내놓을 수 있겠지만, 햇볕과 바람에 말려야 더 보송보송하니까, 이처럼 골목길에 내놓으려고 할 테지요. ⓒ 최종규

[98] 좋다고 느끼는 사진 : 내가 오늘 찍는 이 사진이 참말 좋다고 한다면, 내 삶터에서 내 모습이나 내가 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로 오늘 찍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a

헌책방을 찍으며 한 장 두 장 찍는 사진은 먼 뒷날 훌륭한 적바림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지금은, 알아보아 주는 이가 거의 없어서 굶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뭐, 배부른 사진을 생각하면서 이 길을 걷지 않았던 만큼, 배고픔을 달갑게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서울 외국어대 옆 〈신고서점〉) ⓒ 최종규

▲ 헌책방을 찍으며 한 장 두 장 찍는 사진은 먼 뒷날 훌륭한 적바림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지금은, 알아보아 주는 이가 거의 없어서 굶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뭐, 배부른 사진을 생각하면서 이 길을 걷지 않았던 만큼, 배고픔을 달갑게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서울 외국어대 옆 〈신고서점〉) ⓒ 최종규

[99] 사진책이 비싸더라도 사는 까닭 : 그다지 내키지 않거나, 썩 못 찍었구나 싶은 사진책이라면 아무리 값이 싸더라도 안 삽니다. 그렇지만 참 마음에 들거나, 아주 잘 찍었구나 싶은 사진책이라면 값이 퍽 비싸더라도 주섬주섬 쌈지돈을 모아서 사곤 합니다. 첫째, 자기 모두를 담아서 사진을 엮어낸 분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고맙기 때문에. 둘째, 이 좋은 사진을 기꺼이 책으로 묶어내어 세상에 내놓아 준 출판사가 고맙기 때문에.

 

a

자전거와 함께 언제 어디서나 사진기와 함께 늘 제 곁에 몸뚱이처럼 따라다니는 자전거. 자전거와 사진기와 책이 없으면, 그리고 수첩과 볼펜이 없으면 ‘최종규가 아닙’니다. 고무신을 신고 겨울에도 반소매를 입는 사람은 ‘최종규가 아닙’니다. (서울 자양동 〈대성서점〉) ⓒ 최종규

▲ 자전거와 함께 언제 어디서나 사진기와 함께 늘 제 곁에 몸뚱이처럼 따라다니는 자전거. 자전거와 사진기와 책이 없으면, 그리고 수첩과 볼펜이 없으면 ‘최종규가 아닙’니다. 고무신을 신고 겨울에도 반소매를 입는 사람은 ‘최종규가 아닙’니다. (서울 자양동 〈대성서점〉) ⓒ 최종규

[100] 안 쓴 필름을 날리다 : 지난주에 맡긴 필름을 찾았습니다. 인화된 필름을 하나씩 들면서 얼마나 제대로 찍었는가 살핍니다. 그러다가 그냥 감겨 있는 필름을 하나 봅니다. 뭔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알고 보니 안 찍은 녀석을 모르고 맡겼습니다.

 

 “아이고, 다른 필름도 아니고 비싼 슬라이드필름을 날려 버렸네요.”

 “그러게요. 앞에만 조금 열어 보면 찍은 건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데.”

 “그래요? 몰랐어요.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지요. 겹쳐서 찍었으면 큰일나는데요.”

 

비싼 슬라이드필름을 한 통 날렸습니다. 이렇게 새 필름을 그냥 날린 적 여러 번입니다. 이때마다 돈 아깝다는 생각이 잠깐 들지만, 이보다는 사진을 안 겹쳐서 찍어서 잘되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놓습니다. 안 쓴 필름이었지만 감겨 있었고, 감겨 있었기 때문에 찍었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 녀석을 '어, 안 찍은 필름 같은데 왜 감겨 있지?'하고 생각하며 그냥 썼다면… 자그마치 두 통치 찍은 사진을 날려 버리는 셈이니, 필름값 아까운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a

상받은 사진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주는 상을 하나 받고, 제가 찍은 사진 가운데 넉 장도, 사람들이 아주 잘 볼 수 있는 곳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아 주는 분들은 제가 왜 이런 사진을 구태여 찍는지, 왜 자꾸자꾸 헌책방에서 사진질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일을 왜 열 해 넘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려고 하는지 조금이나마 헤아려 보아 줄까 궁금합니다. 다문 한 사람이나마. ⓒ 최종규

▲ 상받은 사진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주는 상을 하나 받고, 제가 찍은 사진 가운데 넉 장도, 사람들이 아주 잘 볼 수 있는 곳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아 주는 분들은 제가 왜 이런 사진을 구태여 찍는지, 왜 자꾸자꾸 헌책방에서 사진질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일을 왜 열 해 넘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려고 하는지 조금이나마 헤아려 보아 줄까 궁금합니다. 다문 한 사람이나마. ⓒ 최종규

[101] 훌륭하다는 분들 사진책을 보는 까닭 : 훌륭하다는 분들 사진책을 보는 까닭은, 내가 앞으로 찍어야 할 내 사진길을 느끼고 싶어서이지, 훌륭하게 잘 찍은 어느 사진작품이나 사진틀거리를 흉내내거나 따를 생각은 아닙니다.

 

[102]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을 보면 :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을 보면, 하나같이 ‘찍은이’ 둘레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담았습니다. 언제나 함께 있거나 어울리는 모습을 우리한테 보여주고 있습니다.

 

a

내 사진으로 전시 골목길을 찍은 사진을 그러모아서, 동네 〈시 다락방〉에서 사진잔치를 열고 있습니다. 자리가 넓지 않아서 촘촘하게 붙였는데, 오히려 촘촘하게 붙이니 더 나아 보입니다. 제가 찍은 골목집들은 하나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골목집 찍은 사진도 다닥다닥 붙여야 제맛이구나 싶어요. ⓒ 최종규

▲ 내 사진으로 전시 골목길을 찍은 사진을 그러모아서, 동네 〈시 다락방〉에서 사진잔치를 열고 있습니다. 자리가 넓지 않아서 촘촘하게 붙였는데, 오히려 촘촘하게 붙이니 더 나아 보입니다. 제가 찍은 골목집들은 하나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골목집 찍은 사진도 다닥다닥 붙여야 제맛이구나 싶어요.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09.16 16:0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사진말 #사진 #사진찍기 #사진기 #사진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대통령 온다고 수억 쏟아붓고 다시 뜯어낸 바닥, 이게 관행?
  3. 3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4. 4 '한국판 워터게이트'... 윤 대통령 결단 못하면 끝이다
  5. 5 "쓰러져도 괜찮으니..." 얼차려 도중 군인이 죽는 진짜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