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동266번지 주민과 대학생들대학생들이 부르는 최신 유행가를 배경음악삼아 포이동 주민들이 술자리를 갖고 있네요. 학생들의 마음씀씀이가 고마운지 함박 웃음을 지으시네요.
이인
포이동 266번지란 |
포이동 266번지는 비닐촌과 판자촌으로 이뤄진 마을이다. 1981년 정부가 도시 빈민들을 모아 자활근로대를 조직하면서 만들어진 마을로 1988년 266번지가 됐다.
그동안 강남구청은 토지구획정리사업에 따라 지번이 폐쇄된 곳이라는 이유로 주민등록 전입조치를 하지 않아, 주민들은 취학, 취업 등 여러 면에서 불편을 겪어왔다. 2004년 한 부부가 목숨을 끊기도 한 이 마을에 대해 사람들은 '한국의 우토로'라는 별명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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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포이동 266번지 인근 중학교를 다녔어요. 제가 중학생일 때는 타워펠리스를 비롯해 여러 건물들이 있는 주상복합단지를 만들려고 공터를 다지고 있었고 "일조권 침해, 교통 대란"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주변 아파트에 크게 내걸려 있었지요.
당시 포이동 266번지, 학교 인근 야산과 언덕 '비닐하우스'에 산다고 뒷담화를 했던 아이들, 그리고 포이동 인근 '구룡 마을'에 사는 친구들이 기억나더군요. 반에 하나 또는 둘이 있던 그 친구들은 조용하였어요. 반 아이들 모두가 '거기 사는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공부를 잘하지도 운동을 잘하지도 않았던 존재감 없던 그 아이들.
옛 생각에 잠시 젖어보았어요. 대학생들이 그룹 <빅뱅>의 인기곡 '마지막 인사'를 부르고,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이 학생들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오붓한 술자리를 갖는 모습이 묘하네요. 20대의 댄스 리듬과 정서에도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가 녹아있는 거 같았어요.
술자리를 끝내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떠나는 설 아무개씨에게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학생들이 대견하고 감격스럽습니다. 저희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라며 고마움을 나타내시더군요.
아직 남아있다! 사회과학 학회지인에게 그때서야 이 모임이 어떤 모임인지 물어보았지요. 요즘 대학가에서 취직동아리 열풍에 밀려 '박물관의 유물'이 된 사회과학 학회가 주최하는 주점이더군요. 학회 이름은 무빙(無氷)입니다. '얼어있는 상상력을 깨뜨리자'는 취지로 사회 과학책을 읽고 세미나를 한다고 하네요. 살아있는 화석을 만난 것처럼 반가움에 학회장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나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