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나무마을 한가운데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거대한 플라타너스나무는 수백 년은 됐음직하다.
조찬현
관기3구 마을을 돌아봤다. 집안 마당에도, 마을 곳곳의 빈터에도, 농부들이 수확해 널어놓은 벼가 가을햇볕에 여물어간다.
노인회관을 지나자 '중뜸길'이다. 햇살 따가운 나른한 가을날 오후, 가을 늦더위에 지친 누렁이가 생뚱맞게 개집 위에서 축 늘어져 낮잠을 즐기고 있다. 풍년 가을을 맞은 한 농가의 마당에는 수수, 고추, 콩, 참깨가 풍성하다.
담장에는 감이 노랗게 익어간다. 석류의 붉은 열매도 알알이 익어간다. 가을날의 시골마을 풍경은 참 아름답다. 바쁜 가을철에는 아무 쓸모없던 것까지도 일하러 나선다더니, 들판은 부지깽이의 손길이 아쉬울 정도로 바쁘다. 하지만 고즈넉한 마을의 고샅길에는 마른 플라타너스 이파리만이 나뒹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