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 남대문 불태우고 빌딩 올리는 격"

[현장] 강정마을회 대책위원회 및 시민사회단체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기자회견

등록 2008.10.07 15:02수정 2008.10.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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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강정마을회 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회·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오전 11시 서울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적인 연산호 군락지를 훼손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며 한 목소리로 정부를 비난했다.

변명만 되풀이하는 '해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강정마을 앞바다를 비롯한 서귀포시 해양 일대는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와 희소성을 인정받고 있는 연산호 군락의 핵심지역이다. 120여 종의 연산호 종 약 70% 이상이 바로 이곳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강정마을 주민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은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연산호 군락의 서식환경에 결정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a  제주도 강정마을회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7일 오전 11시 서울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회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7일 오전 11시 서울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정미소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정마을 일대가 문화재 지역으로 지정되고 연산호 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관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지난 4월 환경성 검토 초안에서 연산호 군락의 존재나 환경영향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해군은 환경부 조사과정에서도 연산호 군락이 없다고 부인했다"며 "조사결과 군락의 존재가 밝혀지자 기지 건설과정에서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식의 상황에 따른 구구한 변명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정부는 사업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 여부를 가늠하는 법률장치인 사전 환경성 검토가 채 끝나기도 전에 기지 건설 사업을 확정·발표함으로써 스스로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오로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요식적인 제도절차에 의해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면, 이는 '남대문을 불태우고 빌딩을 올리는 격'이 되고 말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의 94%가 반대...누가 찬성했다는 것인지"

이날 연대발언에서 최성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환경 측면에서 봤을 때 해군기지 건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방부에서 실시한 사전 안정성 검토 또한 엉터리다"고 비판했다.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정부가 보호지정을 했던 군락지를 이제 와서 해군기지로 바꾸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라며 "정부가 가하는 폭력이 이제 시민에서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했다.

a   양홍찬 제주도 강정마을회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양홍찬 제주도 강정마을회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 정미소

양홍찬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 8월 강정마을회에서 실시한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주민 투표 결과 주민의 94%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고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제주도청은 도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주민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제주도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는 그 형식과 내용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은 '정당성 없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제주 4·3사건 이후 벌어지는 최고의 '갈등'"이라고 규정했다.

2일과 4일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한 서울 시민 서승원씨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환경이 해군기지에 의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을 최대한 쟁점으로 만들기 위해 신문사에 글을 올리고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 정부와 환경부는 관련 법규에 따라 추가적인 합동조사에 나설 것 ▲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사 및 조치에 나설 것 ▲ 국방부와 제주도청은 해군기지 건설 후보지 재검토에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6일 오전에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려 했으나, 도청 및 시청 공무원들의 저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제주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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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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