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14) 이차적

― ‘이차적(2차적)인 것’ 다듬기

등록 2008.10.09 15:15수정 2008.10.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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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이차적인 것이다

 

.. 소리가 잘 들리고 무대가 잘 보이는 문제는 이차적인 것이다 ..  《기류 유미코/송태욱 옮김-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샨티,2005) 97쪽

 

 “이차적인 것이다”는 “이차적이다”라고 적으면서 ‘것’을 덜 수 있습니다.

 

 ┌ 이차적(二次的) :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근본적,중심적인 것에 비하여 부수적인

 │   - 이차적 의미 / 이차적 자료 / 이차적인 현상

 ├ 이차(二次) :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근본적중심적인 것에 비하여 부수적인

 │     관계나 처지에 있는 것

 │

 ├ 이차적인 것이다

 │→ 그 다음이다

 │→ 나중이다

 │→ 그리 크지 않다

 │→ 마음 두지 않는다

 │→ 지금으로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 …

 

 우리가 하는 일을 차례를 매겨서 살핀다고 할 때에, 첫째로 손꼽는 일은 아주 큽니다. 둘째로 손꼽는 일도 무척 큽니다. 그러나 첫째로 손꼽는 일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셋째를 헤아리면 제법 커다란 일이라고 하겠으나, 보기글처럼 ‘일차 문제’가 아닌 ‘이차 문제’라고 할 때에는 “뒤로 밀어 놓아도 될 만한” 일이거나 “아직은 헤아리지 않아도 되는” 일이거나 “구태여 마음쓰지 않을” 일을 가리킵니다.

 

 ┌ 이차적 의미 → 두 번째 뜻 / 숨은 뜻 / 다음 뜻

 ├ 이차적 자료 → 한 번 걸러진 자료

 └ 이차적인 현상 → 뒤따르는 일

 

 곰곰이 살펴봅니다. 우리가 토박이말로 ‘첫째’나 ‘둘째’라고 말하면서 우리 생각을 나타낸다면, ‘첫째적’이나 ‘둘째적’처럼 쓸 일이 없습니다. ‘첫째’와 ‘둘째’라는 낱말 뒤에 ‘-적’을 붙이면서 남다른 뜻이나 느낌을 담는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자말 ‘一次’와 ‘二次’를 쓸 때에는 “일차 문제”와 “일차적 문제”처럼 ‘-的’을 붙이기도 하고 안 붙이기도 해요. 이렇게 하면서 두 말씨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도 다른 자리에 쓰곤 합니다.

 

 어떠한 말씨든 쓰는 사람 나름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내 나름대로 하는 말’이라고 앞세우면서, 그리 올바르지 않은 말씨를 억지로 쓰고 있지는 않는가 모르겠습니다. ‘내 깜냥껏 하는 말’이라고 내세우면서, 썩 알맞지 않은 말투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나 싶기도 합니다.

 

 

ㄴ. 이차적인 것 2

 

.. 병을 통하여 인간의 삶의 깊은 뜻을 배워 증명할 수가 있게 된다면, 생명의 장단은 2차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요시야마 노보루/김동섭 옮김-늙음은 하느님의 은총》(성바오로출판사,1991) 129쪽

 

 “병을 통(通)하여”는 “병을 앓으며”나 “병을 치르며”로 다듬고, “인간(人間)의 삶의 깊은 뜻”은 “사람이 살아가는 깊은 뜻”으로 다듬으며, ‘증명(證明)할’은 ‘보여줄’로 다듬습니다. “생명(生命)의 장단(長短)”은 “목숨이 길고 짧음”이나 “오래 살고 짧게 살고”나 “목숨이 기니 짧으니”로 고쳐 봅니다.

 

 ┌ 2차적인 것이라고

 │

 │→ 둘째 문제라고

 │→ 그 다음 일이라고

 │→ 그다지 큰 일이 아니라고

 │→ 한낱 부질없다고

 │→ 마음쓰지 않아도 된다고

 └ …

 

 ‘이차적(2차적)’이라는 말씨는 “이차적인 것”이라는 꼴로 으레 쓰이곤 합니다. 적어도 ‘것’을 덜어낸 “이차적이다”로 쓰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 입에 익어 버린 말씨라 해야지 싶습니다. 이와 같은 말씨가 모두들 손이고 입이고 귀이고 눈이고 콱 박혀서 떼너애기 어렵구나 싶습니다. 그러니 이런 말투를 손질한다면서 땀을 빼기보다는, 그예 너그러이 받아들이면서 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리라 봅니다.

 

 ┌ 큰일 / 작은일

 └ 먼저 할 일 / 나중 할 일

 

 차례에 따라서 말하는 ‘일차적-이차적’이 아닌 만큼, 보기글 같은 자리에서는 ‘큰일-작은일’로 다듬어 보거나 ‘먼저 일-나중 일’로 다듬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커다란 일-자그마한 일’로 다듬어도 괜찮고, ‘큼지막한 일-작달막한 일’로 다듬어도 괜찮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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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9 15:15ⓒ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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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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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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