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공원에서 바라본 청주 시내의 야경
변종만
저녁을 먹은 후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어린이 영화는 낮에만 상영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어쩔 수 없이 삼일공원에서 시내의 야경을 구경하고, 집에서 비디오를 시청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우암산 순회도로를 드라이브하며 시내의 야경을 내려다보고, 시민들의 쉼터인 명암지의 밤풍경을 구경하며 아이들은 신이 났다.
집으로 가는 길에 영화마을에 들러 아이들이 볼거리를 선택하도록 했다. 비디오테이프가 돌아가고, 화면에 만화가 나오자 집안의 불을 모두 끄며 알아서 분위기를 만든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까르르까르르 웃어대는 아이들 옆에서 나만 이방인이었다.
만화가 끝난 후 우리 반의 홍일점 현정이는 아내와 안방의 침대에서, 나머지 다섯 명은 나와 응접실의 이부자리에서 자기로 잠자리를 정했다. 남자 아이들은 현정이가 침대에서 자는 것을 부러워하며 괜히 시샘을 한다.
한참동안 이불 속에서 짓궂게 장난을 치고 도란도란 얘기를 하던 아이들이 집안의 훈기 때문에 하나, 둘 잠에 빠진다. 얌전하게 자는 아이, 코 고는 아이, 잠꼬대 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친구들의 잠버릇이 우스워 잠 못 자는 아이도 있다.
일찍 일어났지만 현장학습을 떠나는 날이라 아침부터 바쁘다. 아이들을 깨워 한 명씩 샤워를 시키고 부모님과 통화를 하게 한 후 김밥을 사러갔다. 김밥 집에 사람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새벽부터 이것저것 반찬을 만들고 찌개를 끓인 아내 덕분에 아이들이 아침밥을 많이 먹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밥만 뚝딱 먹고 우리 반 아이들이 현장학습지에서 먹을 김밥과 음료수를 챙긴 후 부랴부랴 학교로 향했다. 시간에 늦을까봐 마음이 급해도 교통규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리 없다. 평소보다 잠을 적게 자 피곤할 텐데 저희들끼리 선생님 집에서의 하룻밤을 얘기하느라 차안이 떠들썩하다.
몸과 마음이 바쁘고 어수선해도 아이들의 미소와 웃음소리가 밝아 행복한 아침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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