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핑 뷰티이한나 감독의 영화 <슬리핑 뷰티>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여성의 삶을 3가지 이야기로 엮었습니다.
(주) 타임스토리 필름앤북스
포털 뉴스를 통해 몇 개 매체에 실린 첫째딸 나리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작년에 출연한 한 독립영화의 개봉을 앞둔 시사회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나리는 유치원 시절, 그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연기를 시켜볼 것을 권유받았고,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으로부터도 동일한 제의를 받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소질의 개발과 잠재력을 시험하는 한 방편으로 드라마 연기를 허락했고, 그것이 이어져서 10년 넘게 각 방송국의 드라마와 영화, 연극 등 수십 편의 작품에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아역이라는 것은 잘해도 '당차다'는 칭찬이면 그만이고 미숙함이 있어도 용서가 되는 아마추어일 뿐이지요. 그래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본인의 긴 장래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에 나리는 미래의 선택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한 공중파 방송의 일일드라마 출연을 중단하고 교환학생 자격으로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딸의 최종선택은 여전히 연기였습니다.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 말했습니다. 중대 연극과에 진학 후에도 3학년이 된 지금까지 제가 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았습니다. 3년 동안, 함께 지낸 날은 도합 한 달이 되지 않습니다.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일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봅니다. 귀가 시간을 체크해보면 저녁보다 새벽이 훨씬 많았습니다. 한 편만으로도 기진하여 진저리 칠 그 연극을 한 학기에도 몇 편씩 소화해야 하는 그 길을 즐겁게 가는 것을 보면 나리에게 연기는 천직이다 싶기도 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오키나와 국제연극제에 개막작으로 참가하여 방학 때에도 아빠와 대면하는 날들을 허락지 않았습니다. 이번 학기에 장학금을 받아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켜준 것이 현재 나리가 제게 한 유일한 공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