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8)

― ‘미완의 것’, ‘미완의 과제’ 다듬기

등록 2008.10.26 18:14수정 2008.10.26 18:14
0
원고료로 응원

 

ㄱ. 미완의 것

 

.. 이 점에서 미완의 것은 완성된 것보다 오히려 더욱더 좋은 것을 암시하는 함축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  <야나기 무네요시/김순희 옮김-다도와 일본의 도>(소화,1996) 188쪽

 

“암시(暗示)하는 함축성(含蓄性)”이란 무엇을 가리킬까 생각해 봅니다. 앞뒷말과 이어, “더욱더 좋은 것을 넌지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라든지 “살며시 일러 준다고도 할 수 있다”쯤으로 손보면 어떠할까 싶군요.

 

 ┌ 미완(未完) = 미완성

 │   - 미완인 상태로 마무리를 짓다 / 원고는 아직도 미완인 채로였다

 ├ 미완성(未完成) : 아직 덜 됨

 │   - 미완성의 작품 / 미완성에 그치다 /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

 ├ 미완의 것은

 │→ 아직 덜 된 것은

 │→ 아직 완성이 안 된 것은

 │→ 아직 모자란 것은

 │→ 아직 어리숙한 것은

 │→ 아직 마무리가 안 된 것은

 └ …

 

 완성이 안 되었다면 “완성이 안 된”이라고 하면 됩니다. 이렇게 쓰면 외마디 한자말 ‘未-’뿐 아니라 토씨 ‘-의’가 얄궂게 들러붙을 일이 없습니다.

 

 ┌ 미완인 상태로 → 마무리를 못 지은 채로 / 덜 된 채로 / 끝을 못 맺은 채로

 └ 원고는 아직 미완인 채로 → 글은 아직 덜 쓴 채로 / 글은 아직 마무리가 안 된 채로

 

 그러나 보기글은 “완성이 안 된”이라고 쓰지 않습니다. ‘未-’를 붙이고 ‘-의’를 붙입니다. ‘마무리’도 ‘끝’도 ‘끝맺기’도 살피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아쉽다고 느낍니다. 조금이나마 마음을 써 주면 좋았을 텐데 싶어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느끼는 사람만 느낄 뿐, 느끼지 않는 사람한테는 아무런 말건넴도 안 되리라 생각합니다.

 

 ┌ 미완성의 작품 → 아직 덜 된 작품 / 마무리짓지 못한 작품

 ├ 미완성에 그치다 → 덜 된 채로 그치다 / 마무리가 안 된 채로 그치다

 └ 미완성으로 남아 → 덜 된 채로 남아 / 끝을 못 맺은 채로 남아

 

 하나씩 배우는 말이요, 늙어서도 익히는 말이며, 두 눈을 감는 마지막 날까지 새로 추스르는 말입니다. 한결 낫게 쓰는 말을 배우고, 좀더 알차게 쓰는 말을 익히며, 스스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말을 추스릅니다. 그래서 비록 아직까지는 덜 무르익고, 어설피 보이더라도, 앞으로는 차츰차츰 나아지면서 알뜰살뜰 말과 생각과 삶 모두 넉넉히 보듬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을 꿉니다.

 

 

ㄴ. 미완의 과제

 

.. 오끼나와의 일본 복귀를 통해 오끼나와 해방과 일본 사회의 변혁을 추구한다는 운동의 목표는 미완의 과제로 남겨진 셈이다 ..  <아라사끼 모리테루/김경자 옮김-또 하나의 일본, 오끼나와 이야기>(역사비평사,1998) 137쪽

 

 “오끼나와의 일본 복귀(復歸)를 통(通)해”는 “오끼나와를 일본땅으로 돌려놓으면서”나 “오끼나와를 일본땅으로 되찾으면서”로 다듬어 봅니다. “일본 사회의 변혁(變革)을 추구(追求)한다는”은 “일본 사회가 달라지도록 재촉한다는”으로 손보고, “운동의 목표”는 “운동 목표”로 손봅니다.

 

 ┌ 미완의 과제로

 │

 │→ 풀리지 않은 일로

 │→ 풀지 못한 일로

 │→ 끝나지 않은 일로

 │→ 끝맺지 못한 일로

 └ …

 

 마무리짓지 못한 일은 아직 끝내지 못한 일입니다. 끝내지 못한 일은,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한 일, 곧 풀지 못한 일입니다.

 

 어떤 일은 맺지 못하여 끝내지 못하고, 어떤 일은 풀지 못하여 끝내지 못하며, 어떤 일은 이루지 못하여 끝내지 못합니다.

 

 ┌ 앞으로 풀 일

 ├ 먼 뒷날 풀 일

 ├ 이제부터 풀어갈 일

 ├ 뒷사람이 풀어갈 일

 └ …

 

 끝내지 못하니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조금 더 애쓰면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끝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애쓴 땀방울을 보람으로 받아들인다면 다음에 다시 해 보자고 다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쓰러진다고 해도, 아직은 미처 손을 쓸 수 없다고 해도, 차근차근 곱새기고 곰삭이면서 뒷날을 꿈꾸어 봅니다.

 

 우리들이 이루지 못했어도 우리 뒷사람이 이룰 수 있으니까요. 우리들은 모자라거나 못나게 삶을 꾸렸다고 하지만, 우리들이 애쓰고 힘쓴 자취를 물려주게 된다면, 뒷사람이 이를 이어받아서 슬기로움과 새로움으로 꽃피울 수 있으니까요.

 

 ┌ 뒷사람한테 남겨진 일

 ├ 앞으로 해야 할 일

 ├ 이제부터 이루어 나갈 일

 └ …

 

 그런데 우리 어른들이 얄궂고 뒤틀리고 못나고 모자라고 어설프고 어줍잖은데다가 엉망진창인 말을 조금도 못 고치거나 못 바로잡거나 못 추스른다고 할 때에, 우리 뒷사람들은 어찌 될까요. 앞사람들이 잘못 써서 잘못 뿌리내린 말을 뒷사람들은 어떻게 껴안게 될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26 18:14ⓒ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