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편지와 축하자금돈은 한달에 2-3만원인 용돈과 사촌누나에게 받은 문화상품권을 현금화 했단다
한성수
저녁 7시! 집을 들어서는데, 발소리를 들은 딸아기가 문을 열어줍니다. 그런데 거실에는 하트모양을 한 노란 베고니아가 놓여 있습니다.
"다녀오셨습니까? 아버지! 오늘은 두 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셔야 할 날! 두 분을 위해 저희가 마련했습니다."
"베고니아가 참 예쁘네. 고마워! 그리고 너희가 돈을 어떻게 모았니?"
"그런 건 묻지 마시고요. 레스토랑에 가셔서 스테이크 드시고, 와인도 한 잔 하시고요."
12만원이 든 봉투를 호주머니에 넣고 우리는 딸아이에게 떠밀려 집을 나섰습니다.
"마누라! 아이들 정성도 있는데, 기분좋게 레스토랑에 밥 먹으러 갑시다."
그러고 보니 아내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은 것도 5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모은 돈인데, 밥값으로 그걸 다 써요. 그냥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 합시다."
나는 아내의 고집에 시장으로 향합니다. 우리가 들어간 막창 집은 손님이 많습니다. 아내는 맥주를 마시고, 나는 소주를 마십니다. 나는 아내에서 두 손으로 공손하게 맥주를 따릅니다. 우리는 활짝 웃으며 잔을 부딪칩니다. 소리가 참 맑습니다. 고기가 참 고소하고 값도 적당합니다. '고기 먹은 손님에게 밥과 된장이 1,000원에 제공된다'며 아내가 좋아합니다.
"결혼기념일의 노래, 다시 불러 주세요. 저도 배우게!"
고기 집을 나서면서 우리는 팔짱을 꼭 낀 채, 나는 선창을 하고 아내가 따라 부릅니다.
"가사가 참 좋다. 당신처럼 된장 맛이 난다."
"집에 들어가서 틀어 줄께. 홍민씨가 불렀는데, 목소리가 얼마나 가슴을 울리는데"
집에 들어서는데, 집이 캄캄합니다. 문을 열자 중2 아들과 딸애가 쪼르르 달려 나옵니다. 거실에는 촛불이 켠 케이크가 놓여있고, 아르마 촛불로 분위기를 잡아 놓았습니다.
"결혼기념일, 축하합니다. 결혼기념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부모님. 결혼기념일, 축하합니다."아이들의 노래가 끝나고 촛불이 끝나고, 우리는 한참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못난 저희 부부에게 이런 귀한 아이들을 주셨는지, 저희부부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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