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기트 가는 길독립기념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김준희
아무다리야 강을 건너자 강변에는 생선요리를 파는 음식점들이 주욱 늘어서있다. 물이 귀한 나라라서 그런지 생선요리는 상대적으로 비싸다. 나를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조용한 강변에 외국인이 나타나서 혼자 걷는 일은 흔하지 않다. 이들에게는 모처럼의 구경거리가 생긴 셈이다.
식당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이 큰 소리로 나를 부르고 나는 그때마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아이들도 연신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혼자서 고독하게 사막을 걷던 어제와는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다.
강변을 벗어나자 도로 양옆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주욱 서있다. 걷다가 힘들면 나무 그늘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날씨는 화창하고 울창한 나무에서 만들어주는 그늘도 많다. 오늘 갈길이 멀지 않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도 없다. 이렇게 도보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천천히 걸어도 좋을 것이다.
나무 숲을 빠져나오자 버스정거장이 보인다. 정거장은 도보여행하는 사람이 쉬기에 적당한 곳이다. 우선 그늘이 있는데다가 정거장 안에는 의자도 있다. 나는 그 의자에 앉아서 모자를 벗고 주먹으로 다리를 두드리며 쉬었다.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그러자 내 옆으로 하나 둘 현지인들이 모여든다.
"어디서 왔어? 어디 가는 거야? 왜 걸어가?"나는 내가 아는 러시아어를 총동원해서 한국에서 왔다, 누쿠스에서 타쉬켄트까지 걸어간다, 도보여행중이다, 라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밥 먹었어? 우리 집에 가서 같이 밥먹자"'마흐수드'라는 이름을 가진 중년의 남자가 날 이끈다. 쉬면서 동시에 공짜밥까지 얻어먹다니, 예상하지 못했던 행운이다. 난 고맙다고 말하고 그를 따라나섰다. 큰 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넓은 집이다. 마흐수드가 집에 들어서며 뭐라고 말을 하자 사람들이 마당 한쪽으로 커다란 식탁을 두개 놓았다. 그리고 그 위로 음료수, 차, 물, 과일 등을 올려놓는다. 간단하게 식사하는 줄 알았는데, 만찬을 벌일 모양이다.
10여명의 마을 사람들이 식탁 주위에 둘러앉았다. 이들 중에서 영어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할까. 말이 안 통하면 그림을 이용해서라도 대화하면 된다. 나는 커다란 우즈베키스탄 지도를 꺼내서 내가 갈 길을 설명했고, 사람들은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나에게 이것저것 말해준다.
그러는 사이에도 사람들이 연신 음식을 내온다. 커다란 접시에는 양고기 볶음밥이 가득 담겼고, 큰 대접에는 토마토 샐러드가 그득하다. 누구는 숟가락으로 밥을 먹고 어떤 사람은 그냥 손으로 밥을 먹는다. 이들은 '먹는다'는 표현을 할 때 손가락을 모아서 입에 대고 '쩝쩝' 소리를 낸다. 아마 손으로 음식을 먹는 습관이 만들어낸 제스처일 것이다.
마흐수드는 계속 나에게 고기와 샐러드를 권하고 차를 따라준다. 배불러서 그만 먹겠다는데도 막무가내다. 걷다보면 금방 소화된다면서 계속 음식을 권한다. 에라 모르겠다. 기왕 이렇게 된거 한번 배터지게 먹어보자. 이렇게 작정하고 나도 꾸역꾸역 먹었다. 이들 말대로 망기트까지 걷다보면 다 소화되고 다시 배가 고파질 것이다. 그때는 이 음식들이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쉽게 도착한 작은 도시 망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