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지마! 찍으면 잡아간다

[취재후기] 노골적으로 취재 방해하는 경찰

등록 2008.11.16 13:32수정 2008.11.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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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찰들이 15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이명박 대통령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며 한 시민을 길바닥에 엎어놓은 채 무릎으로 제압하고 있다. 이들 경찰관들은 한 지휘관이 "이사람은 뭐지?" 라고 물어보자 "대장님이 잡으라고 해서 잡았다"라고 대답했다.

경찰들이 15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이명박 대통령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며 한 시민을 길바닥에 엎어놓은 채 무릎으로 제압하고 있다. 이들 경찰관들은 한 지휘관이 "이사람은 뭐지?" 라고 물어보자 "대장님이 잡으라고 해서 잡았다"라고 대답했다. ⓒ 최윤석


과연 우리나라 민주주의 시계는 과거 군사독재시절로 되돌아간 것일까?

15일 서울 도심에서는 과거 군사독재시절에서나 있을 법한 상식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명박 타도", "한나라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이던 500여명의 시위대를 해산명령은 물론 연행사유와 미란다 원칙조차 알리지 않은 채 무차별로 연행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연행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었으며 일부는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연행해 갔다. 이러한 연행과정에서 경찰들 자신들조차도 연행 사유를 제대로 몰라 "대장님이 잡으라니깐 잡았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a  한 경찰관이 15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이명박 대통령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연행하면서 이 모습을 촬영하던 <통일뉴스> 사진기자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밀어내고 있다.

한 경찰관이 15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이명박 대통령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연행하면서 이 모습을 촬영하던 <통일뉴스> 사진기자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밀어내고 있다. ⓒ 최윤석


경찰은 이와 더불어 프레스 완장과 기자증을 착용하고 시위대 연행 장면을 촬영하던 사진기자를 향해 '공무 집행 방해'라는 이유로 한 사진기자의 멱살까지 잡으며 밀어냈다. 또한 다른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렌즈와 6mm 촬영기자의 렌즈를 가로 막으며 기자들의 촬영활동을 원천 봉쇄했다.

a  경찰이 15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취재방해에 항의하는 기자들을 비디오로 채증하고 있다. 이를 촬영하러 하자 손으로 카메라 렌즈를 가로막고 있다.

경찰이 15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취재방해에 항의하는 기자들을 비디오로 채증하고 있다. 이를 촬영하러 하자 손으로 카메라 렌즈를 가로막고 있다. ⓒ 최윤석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경찰 지휘관은 "계속 촬영을 한다면 당신도 공무집행으로 연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경찰의 이러한 경고는 단순경고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겨졌다.

a  15일 저녁 서울 명동일대에서 경찰의 시위대 연행과정을 취해하던 경찰청 출입기자단 소속 <민중의소리>차성은 기자가 경찰에 집단 폭행당한 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15일 저녁 서울 명동일대에서 경찰의 시위대 연행과정을 취해하던 경찰청 출입기자단 소속 <민중의소리>차성은 기자가 경찰에 집단 폭행당한 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 민중의소리 제공


이날 10시경 명동 롯데백화점 맞은편에서 행진중이던 시민들 중 10여 명이 연행되는 광경을 취재하던 경찰청 출입기자단 소속 <민중의소리> 사회부 차성은 기자도 경찰버스로 연행됐다.

특히 연행과정에서 경찰 지휘관은 차 기자가 프레스 완장과 기자증을 보여주었음에도 "연행해라. 기자니까 어쩌라고"라고 말하며 연행을 지시했으며 연행과정에서 경찰은 차 기자에게 연행사유는 물론은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구타하며 경찰버스로 끌고 갔다.


차 기자는 "71저 1067번호판을 단 경찰버스 안에서 기동대 10여명은 '고개숙여 XX XX야'라고 욕을 하며 고개를 숙이게 한 뒤 무차별 구타했으며 수분간 구타당한 뒤 경찰청 출입기자증을 보여줬으나 경찰들은 '그러니까 어쨌다고?'라고 말한 뒤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차 기자는 "프레스 완장을 차고 있었으며, 기자증과 경찰청 출입기자증을 제시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경찰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경찰청 관계자에게 구타 사실을 알리고 신원확인이 이루어져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경찰의 무차별 폭행으로 끼고 있던 안경이 파손되고 이빨이 깨졌으며, 입술이 찢어지고, 목과 허리 등에 부상을 입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현재 서대문구 아현동 서서울병원에 입원중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집회와 시위현장에서 기자들에 대한 경찰의 폭행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뜨겁게 달아올랐던 촛불정국 현장에서 KBS 영상취재팀 신모 기자가 경찰에 폭행 당해 전치 3∼4주의 부상을 입은 것을 비롯해 수많은 기자들이 경찰에 무차별 폭행당해 부상을 입었다.

경찰 폭력을 겪어 본 기자들은 "기자들에게도 이렇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데 일반 시민들은 오죽하겠느냐"라며 경찰 폭력에 혀를 내두른다.

a  한 경찰관이 15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한 인터넷 매체 6mm 촬영기자가 취재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채증하고 있다.

한 경찰관이 15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한 인터넷 매체 6mm 촬영기자가 취재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채증하고 있다. ⓒ 최윤석


15일 명동입구 앞에서 취재하던 한 인터넷 매체의 6mm 촬영기자를 한 경찰관이 비디오로 찍는 광경을 보았다. 이 광경을 촬영하던 기자의 몸을 한 경찰지휘관이 거칠게 밀어내며 "우리는 정당한 공무집행을 수행중이다.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을 왜 찍느냐? 당신들은 우리의 이러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면 기자들의 사진촬영과 취재활동을 왜 방해하는가? 무엇인가를 숨기고 싶고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감추고 싶은 것 아니냐"라고

경찰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거대한 국가권력기관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 신분이기에 이들이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직접 그들을 감시하지 못한다.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바로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들이다. 그러하기에 이런 기자들의 취재활동조차도 폭력으로 가로막는 것은 바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언론의 취재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보장해야 한다.

이 말은 기자들의 요구나 외침이 아니다. 지난 2007년 3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이를 취재하던 기자 8명이 경찰에 집단 폭행당하자 "언론의 취재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보장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진압 대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경찰 스스로 한 말이다.

경찰은 당시 기자폭행사태의 책임을 물어 현장에서 진압을 지휘한 중대장 2명을 징계하고 부대 지휘관과 관할 서장을 서면으로 경고 조치하며 거센 비난의 여론을 잠재운 바 있다.

a  2007년 3월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기자들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물의를 일으킨 후 서울경찰청 직원들이 '기자들을 보호한다'라는 취지로 '취재지원' '취재보호'라고 쓴 완장을 차고 집회현장에 나와 있다.

2007년 3월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기자들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물의를 일으킨 후 서울경찰청 직원들이 '기자들을 보호한다'라는 취지로 '취재지원' '취재보호'라고 쓴 완장을 차고 집회현장에 나와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2007년 3월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기자들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물의를 일으킨 후 서울경찰청 직원들이 '기자들을 보호한다'라는 취지로 '취재지원' '취재보호'라고 쓴 완장을 차고 집회현장에 나와 있다.

2007년 3월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기자들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물의를 일으킨 후 서울경찰청 직원들이 '기자들을 보호한다'라는 취지로 '취재지원' '취재보호'라고 쓴 완장을 차고 집회현장에 나와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또 각종 집회와 시위현장에 '기자를 보호한다"라는 명분으로 사복을 입고 '취재지원'이라고 쓰인 보라색 완장이나 '취재보호'라고 쓰인 노란색 완장을 찬 경찰들을 내보내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웃지못할 촌극도 보지 못할 듯하다. 정권은 바뀌었고 경찰은 과거 군사독재시절처럼 집회와 시위현장에서 언론의 취재활동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찰 지휘관이 말한 것처럼 그들 스스로 기자들을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집회와 시위현장 또는 경찰의 공무집행 과정의 생생한 사진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경찰은 앞으로 자신들의 '정당한(?) 공무집행 장면을 사진촬영하면 연행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기자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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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좋아 사진이 좋아... 오늘도 내일도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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