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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내리막길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습니다.
어젠 급강하한 기온 탓에 동동거리며 출근했습니다.
얼추 동태가 되어 퇴근한 어제는 마침 아내가 저녁상에 뜨거운 청국장을 올려주더군요.
밥을 퍼서 거기에 고추장까지를 쓱싹 비벼 청국장을 얹어먹자니
아까 덜덜 떨며 귀가했던 오싹함까지가 일거에 소멸되는 듯 했습니다.
대학생 아들은 어제도 공부를 하고 오느라 밤 열 한 시가 다 되어 돌아왔습니다.
기온은 밤에 더욱 급속히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아들은 그 얼마나 추웠을까요!
현관문을 따 주며 “어서 와! 춥지?” 물으니 아들은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했습니다.
아들은 아내가 차려주는 늦은 저녁밥을 먹기도 전에
먼저 옷장을 뒤져 내복(內服)과 모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내복을 다 챙기는 걸 보니 날씨가 역시나 춥긴 추운가 보다!”
20대의 청년인 아들은 군대에 가기 전만 하더라도
겨울이 되어도 내복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군에서 전역을 한 뒤엔 겨울이면 내복을 스스로 찾아서 입곤 하지요.
그런 걸 보자면 군에 있을 적에 고뿔에 걸려 한동안 고생했었노라는
아들의 토로가 떠올라 건강만큼 소중한 건 다시없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저야 물론 중늙은이고 보니 진즉부터 겨울이 되면 내복을 입습니다.
겨울에 내복을 아니 입으면 하루 종일
몸이 떨리고 시려서 당최 일손도 손에 안 잡히는 때문이죠.
그같은 현상은 아내도 매한가지입니다.
연애를 하던 처녀였을 적엔 아내도 멋을 부린답시고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짧은 미니스커트에 스타킹 하나만 걸치곤 저를 만나러 오곤 했지요.
그러면 도발적이고 다소 뇌쇄적이기까지 한 아내의 멋진 모습에 매료된
뭇 남자들은 ‘눈은 있어서’ 다들 그렇게 훔쳐보느라 난리를 부리곤 했던 것입니다.
근데 내복하면 떠오르는 퀴퀴한 추억, 아니 기억의 강물이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엔 한동안 할머니와 단 둘이서만 살았습니다.
방이 하나뿐인 초가집의 누옥(陋屋)이었지요.
방안에는 화로를 두어 온기를 쬐었는데 당시엔 사는 형편이 몹시도 비루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지금과 같이 만날 샤워(목욕)를 한다는 건 언감생심이었지요.
설날과 추석이나 되면 모를까 돈을 주고 대중탕에
간다는 것 또한 평상시엔 어림도 없는 현실이었음은 물론입니다.
하여 날씨가 좋은 날이 되면 할머니께선 저의 내복까지를
벗겨내시곤 밝은 햇볕 아래서 흡혈동물인 이(蝨)를 잡곤 하셨지요.
지금이야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당시엔 비단
우리집 뿐만 아니라 다른 집들 역시도 내복에
숨어서 기생하는 이를 잡느라 부산을 떨곤 했습니다.
어쨌거나 내복이란 우리 몸의 온도를 무려 3~4도
이상이나 올려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하니 올 겨울에도
내복을 입어 동장군과 맞서 용감하게 싸우고 볼일 입니다.
2008.11.19 14:3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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