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명 가수의 노래 1550곡까지 불러봤어요

[인터뷰] 신곡 '날 보러 오세요'까지 발표한 가정주부 윤선녀씨

등록 2008.12.07 15:29수정 2008.12.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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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윤선녀씨의 백만불짜리 미소 윤씨의 해맑은 미소는 보는 이를 기쁘게 해준다

윤선녀씨의 백만불짜리 미소 윤씨의 해맑은 미소는 보는 이를 기쁘게 해준다 ⓒ 윤선녀


노래를 많이 부르며 살면 젊어진다고 한다. 가수들을 보면 나이보다 젊은 듯 느껴진다. 정말 노래를 많이 부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남진씨가 그렇고 나훈아씨가 그렇고 현철씨가 그렇다. 패티김씨가 그렇고 이미자씨가 그렇다. 그분들을 누가 할아버지 할머니로 보겠는가.


그런데 내가 만난 여성 중에 나이보다 정말 젊어 보이는 여성이 한 분 있다. 윤선녀씨다. 그녀는 50세의 나이지만 40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녀도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걸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다. 기록을 세웠다. 그녀는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다가 가수 424명의 개별곡 1270곡, 디스코 90곡, 중복곡/기타 190곡, 메들리 36곡을 포함해서 모두 1550곡의 노래를 올려놓았다. 10여 가수의 노래를 부를 줄 알면 대단히 잘 부른다고 주위에서 알아줄 것이다. 그런데 424명의 가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 

그렇다면 노래 솜씨는 어느 정도인가? 한 마디로 “너무 잘 부른다”. 여자 가수의 노래뿐만 아니라 남자 가수의 노래까지 능란하게 불러낸다. 여자들이 부르기 어렵다는 배호의 노래까지 능란하게 불러낸다.

배호 팬들 사이에서 ‘배호 전문가’로 통하는 내가 알기로, 배호의 노래를 잘 부르는 여성이 두 분 있다. 최저음에서 고음을 넘나드는 가창력으로 배호 노래를 모두 소화해내는 모창가수이며 ‘여자배호’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조영순씨, 그리고 ‘오늘은 고백한다’를 특히 잘 부르는 주부가요제 대상 출신의 문처은씨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 분 더 말한다면 그녀가 바로 윤선녀씨다. 조영순씨가 남성적인 뱃심과 묘한 마력을 지녔고 문처은씨가 고음 처리에 능란한 가창력의 소유자라면, 윤선녀씨는 목소리가 여성스럽고 구성지며 또한 애절하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5년 겨울, 종묘 앞 공원에서 있었던 배호 노래 콘서트 장소에서였다. 그때 그녀는 다른 여자가수의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지만, 그 이후로 배호 노래를 많이 불러보았던 모양이다. 그러기까지엔 그녀의 남편 노력이 컸다. 


직업군인인 그녀의 남편은 잦은 전근과 군인의 아내로서 내조를 하느라고 아내가 노래를 못 부르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부대에 음악행사가 있을 때는 아내 윤선녀씨가 찬조출연을 하여 노래 실력을 과시했다. 1991년 을지부대 군악연주회에서 김성녀의 ‘한네의 승천’을 불렀고, 1995년 방패부대 군악 연주회에서 김수희의 ‘잃어버린 정’을 불렀으며, 1999년 무적부대 장병위문공연에서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을 불렀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 후 2005년 정두수 작사가 노래비 제막식 행사에서는 이미자의 ‘타국에서’와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를 불렀고 2005년 정두수 트로트 1회 가요축제에서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를 불러 한층 능란해진 노래 실력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노래자랑이나 신인가요제 등에서 입상한 적도 있지 않을까? 역시 그랬다. 그녀의 노래자랑 입상 경력도 예사롭지 않다. 1999년 파주시 금촌 하이마트 개장기념 주부노래자랑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0년 파주시 금강산랜드 개장 3주년 기념 노래자랑 대상 수상, 2000년 i-TV 파주시 노래자랑 금상 수상, 2006년 가산 디지털역 패션 아일랜드 개장기념 노래자랑 금상 수상, 그리고 2006년 배호기념사업회 주최 제4회 대한민국 트로트 가요제에서는 동상을 받았다. 지역 노래자랑에서는 대상 아니면 금상이다.

지난 여름에는 ‘날 보러 오세요’라는 신곡이 담겨져 있는 음반도 내고 내친 김에 신곡 발표회도 가졌다. 가수 데뷔까지 한 것이다. 궁금한 게 있다. 왜 TV ‘도전 1000곡’에서 이 분을 출연자로 초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424명의 가수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가정주부

a 선글라스도 어울리는 여자 윤선녀씨가 20대에 가수 데뷔를 하였다면 가요계의 판도는 다르게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선글라스도 어울리는 여자 윤선녀씨가 20대에 가수 데뷔를 하였다면 가요계의 판도는 다르게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 윤선녀


- ‘가요 대백과 윤선녀 노래 감상실’에 들어가 보니 충남 공주 마곡사 가는 길목의 시골에서 태어났고, 다섯 살 때 경기 평택 시골로 이사하셨던데요, 3남 5녀 중 막내구요. 물론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잘하셨겠죠?
“초등학교 시절에 노래를 잘한다고 선생님께서 조회시간에 단상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게 하셨죠. 어느 담임선생님께서는 때론 수업시간 전에 노래 한 곡씩 시켜서 듣고 수업을 진행하곤 하셨습니다.”

-그런 그때 입상 경력도 있지 않을까요? 상품도 많이 받으시고.
“1960년대 초등학교 때부터 시골 콩쿨대회에 나가 입상하곤 했습니다. 부상으로 거울, 양은솥, 트로피 등을 타곤 했었죠.”

-노래를 어떻게 배우셨어요? 누가 특별히 가르쳐 주셨나요?
“1960년대 중반에 라디오가 귀해 집집마다 ‘스피커’라는 것을 벽에 달아놓고 면소재지에서 KBS 1개 라디오 방송만 보내주곤 했었죠. 그때 스피커 라디오 방송 노래를 듣고 노래를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인 1960년대 말에 집에서 라디오를 처음 장만하여 라디오 다이얼을 돌려가며 노래를 배웠죠.”

그때 남편인 김종준씨가 “노래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몇 번 따라 부르면 금방 유사하게 부를 수 있어 어릴 적부터 주위에서 천재가수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1966년부터 1970년대 라디오에서 히트하던 트로트곡들은 현재 거의 다 알고 있습니다”라고 귀띔해 준다.

- 그 정도면 주위의 권유도 있을 테고, 한 번쯤 가수의 꿈을 키우셨을 법한데요.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큰아버지댁 장남인 사촌오빠가 계룡산 골짜기에서 소를 팔아 가수로 데뷔했으나 실패하고 낙향한 일이 있어서 여자인 저로서는 말도 꺼낼 수 없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주변에서는 윤선녀에게 가수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많이 권했지만 가정 형편상 가수의 꿈을 놓아야 했습니다.”

- 결국 올 여름, 중년의 나이에 신곡 ‘날 보러 오세요’라는 타이틀의 신곡 음반을 내셔서 뒤늦게 가수의 꿈을 이루긴 하셨는데요, 아주 경쾌하고 상큼한 노래입니다. 듣는 이를 즐겁게 만들구요. 실제 날 보러 오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면 어느 남성인들 가슴이 안 설레겠습니까. 노래를 다시 부르시게 된 계기는요?
“노래를 1980년부터 최근까지 거의 부르지 않고 살았었죠. 군인의 아내로 결혼해 33번 이사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부대 행사에서 연례행사처럼 한 번씩 부르다가, 2006년 4월 부터 다시 노래를 불러보기 시작했습니다.”

- 부군께서 앞장서서 정말 대단한 인터넷 카페를 차려놓으셨는데요. 개설하시게 된 계기 좀 부군께서 말씀해 주시죠.
“배호기념사업회 주최 제4회 대한민국 트로트 가요제에 출전하기 위해 예심 통과 후에 대학로 노래방에 가서 노래 연습을 했었죠. 그때가 2006년 4월이었습니다. 그때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를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카페에 올려놓은 1550곡은 노래방에서 한 번에 2~5시간씩 12~32여곡씩 녹음하여 인터넷에 올린 후 그 노래들을 집에서 다운받아 인터넷에 올린 노래들입니다. 이 노래들을 각 카페에 올려보니 카페 회원님들의 반응이 좋은 데다, 특히 트로트 노래를 사랑하는 회원들 상호간에 친목을 도모하려고 이렇게 윤선녀 카페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 2006년 7월 8일에 개설한 카페가 2년 반이 지난 현재 8000명을 넘어셨는데요, 곧 1만 명이 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유명가수들의 인터넷 카페를 보면 회원수가 이보다 적은 경우가 많거든요. 앞으로 더 많은 노래를 올려놓으실 계획이십니까?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노래들을 노래방에서 녹음하여 개별곡 2000곡을 목표로 올려 나가려 합니다. 계속 신세대 노래들도 불러서 올리겠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직업군인이지만 여느 가수 매니저 못지 않게 아내의 홍보에 열성적이다.

- 아내 윤선녀가 아니라 가수 윤선녀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윤선녀씨는 아마추어로 노래해 온 가정주부입니다. 인터넷 카페에 올려 있는 노래들은 전문적인 노래 공부를 하지 않고 가정 살림 하며 라디오나 TV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배워, 충분한 연습 없이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들이라 가수의 원곡과 다소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이기 때문에 전문녹음실 노래보다는 음질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점 역시 이해를 하시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윤선녀씨는 트로트와 민요, 발라드 등 어느 노래든 장르 구분 없이 몇 번 들어보면 원곡과 비슷하게 아주 잘 부르는 뛰어난 청감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인터넷 카페에 올려놓은 노래들을 들어보셔도 윤선녀씨는 깨끗하고 맑은 자기만의 음색으로 원곡과는 다른 맛을 내주는 천부적인 아마추어 가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 음반을 내시게 된 계기는요?
“윤선녀 카페 회원 분 중 한 분이 카페에서 윤선녀 노래를 들으시고 감탄하여 노래를 만들어 신곡 노래 4곡을 기타로 지도해 주셨죠. 2008년 7월에 음반이 나왔습니다. 신곡 노래가 너무 좋아 여러분이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부인께서는 노래를 부르는 일 외에는 전업주부 일만 하십니까?
“윤선녀씨는 주중에는 노환으로 편찮으신 친정어머니를 돌보러 경기도 평택의 시골에 내려가 모시고 있으며, 게다가 목요일과 금요일은 서울로 올라와 직장에 나가는 등 아주 바쁜 삶을 살고 있습니다.”

- 편찮으신 어른을 모시면서, 그리고 직장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황에서 매주 새로운 노래를 녹음한다는 것은 웬만한 열정을 가지고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두세 번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천재성이 없고는 불가능할 것이고요. 어떻게 짬을 내서 노래를 듣고 배우며 노래를 하십니까? 
“월요일에 평택 내려갈 때와 수요일 서울 올라올 때 자가용에서 3~4시간 노래를 듣고 배웁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직장 출퇴근 때 4시간 정도 전철 안에서 CD를 이어폰으로 들어보고 배웁니다. 그리고 주말에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거죠.”

‘윤선녀 가요방’이 있는 인터넷 카페 무려 191개 

유명한 작사가 정두수 선생(남진의 ‘가슴 아프게’,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하춘화의 ‘하동포구 아가씨’, 진송남의 ‘덕수궁 돌담길’, 은방울 자매의 ‘마포종점’ 등 3000여 곡 작사)이 2005년에 그분 고향인 경남 하동에서 우연히 윤선녀씨를 만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두 차례 두 시간씩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정두수 선생은 윤선녀의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자유자재로 부르는 뛰어난 가창력을 보고 아주 깜짝 놀랐다고 한다. “윤선녀씨는 진작 가수로 데뷔하였다면 대형가수가 되었을 것”이라며, “아주 독특한 맑은 음색에 뛰어난 가창력을 가지고 있어 대형 가수의 소질을 갖추고 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그녀의 노래는 인터넷 세상에서 인기가 높다. 그녀가 부른 노래가 푸짐하게 담겨 있는 ‘가요 대백과 윤선녀 노래감상실’(http://cafe.daum.net/ytrot)에 들렀다가, 그녀의 노래가 좋아 자신의 카페에 옮겨놓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옮겨놓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윤선녀 가요방을 메뉴로 차려놓을 정도다. ‘윤선녀 가요방’을 차려놓은 인터넷 카페는 무려 191개에 이른다.

뒤늦게 음반을 내놓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아직 젊다. 자녀들을 다 성장시키고(아들은 장교 복무를 마치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으며, 딸은 법대에서 우수한 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이제 다시 새 삶을 시작하는 듯하다. 50세의 그녀는 혹시 20대의 삶을 다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윤선녀 #배호 #정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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