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가꾸며 시 쓰는 시인 부부

4년만에 연락... 다섯번째 시집 보내준 고마운 시인 부부

등록 2008.12.13 19:00수정 2008.12.13 19:01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004년 가을, 한 잡지사에 근무할 때 과수농장에서 촬영한 박소담, 이지선 부부시인.
지난 2004년 가을, 한 잡지사에 근무할 때 과수농장에서 촬영한 박소담, 이지선 부부시인.윤태

3일 전 경기도 시흥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2004년 가을, 한 잡지사에 다닐때 한번 만나 인터뷰를 했던 박소담, 이지선 시인부부였다.

2004년 인터뷰 이후 한번도 연락이 되질 않았다. 직장 옮기고 바쁘게 살다보니 그냥저냥 잊혀져갔다. 그런데 박소담 시인께서 먼저 연락을 해오셨다. 내 휴대폰 번호를 바꿨더라면 아마 연락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박소담 시인은 이번에 다섯 번째 부부시집이 나왔다며 보내준다고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먼저 챙겨주시다니, 가슴이 뭉클했다.

박소담(67) 이지선(60) 시인부부.

우리 나라에 부부시인 한쌍이 더 있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박소담, 이지선 부부시인의 존재는 잘 알고 있다.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으니까. 한권의 시집 속에 부부의 시가 동시에 들어있다.

자연속에서 욕심 버리고 살면서 시를 쓰는 기분 어떨까?

2004년 가을, 서울 왕십리에서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한참을 걸어 송암농장이란 곳에 들어갔는데 그곳에 이 시인부부가 살고 있었다. 포도 농장인데 포도만 있는게 아니라 온갖 과일과 꽃나무 등이 가득했다.


포도가 익으면 따 먹기도 하고 포도주를 담그기도 한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이 오다가다 들르면 포도 수십송이는 그냥 주고 그냥 그렇게 자연에서 살아가는 시인부부였다.

또 이 농장을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하면서 주말에 아이들이 오면 자연과 함께 시를 들려주는 부부이기도 한단다. 과수원에서 김을 매다가 배고프면 자두며, 사과며 그냥 따 먹으면 그게 바로 점심이 되고 말이다.


사과나무, 감나무, 자두 나무 등 그런 나무에는 이 시인부부가 나무 무늬 장식에 시를 써 매달아 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자연속에서 부부가 과수원을 가꾸며 시를 쓰며 꾸준하게 시집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부부 시인의 시를 들여다보면 자연에 관한 시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삶 자체가 그냥 시가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우편으로 받아 본 박소담·이지선 시인의 시집을 넘겨보며, 참 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이게 몇 년만에 들여다보는 시집인가? 4년 전 잡지사 다닐때는 그 회사에서 시집을 출판했기 때문에 업무적인 차원에서도 시집을 들여다보곤 했는데 그 후론 일체 들여다본적이 없었다.

시집을 내는 사람은 많은데 그 시를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명한 시인, 작가, 소설가의 책에만 그 인지도에 편승해 손길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인지도가 없는 시인이나 작가는 그저 자기 만족차원에서 시집을 내고 집에 소장하는 경우가 많다.

돈 많고 권세있는 일부 사람들은 대필해서 책을 내 언론 매체를 통해 엄청난 마케팅 활동을 하기도 하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박소담·이지선 부부 시인처럼 자연속에서 과일과 꽃과 나무를 가꾸고 주말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아이들과 만나면서 누가 알아주던 그렇지 않던 시가 좋아 시를 쓰고 훗날 저 사과나무가 가득한 농장속에 그들의 시와 몸과 마음을 함께 묻을 생각으로 사는 소박한 시인들도 있다는 것이다.

유명하지 않은 시인들의 시들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도 시집 읽냐고 박소담 시인이 물었을 때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사는게 그냥 바쁘다는 말밖에...그래도 선뜻 잊지 않고 시집 나왔다며 보내주시는 그 정성에 내 마음이 뿌듯했다.
요즘도 시집 읽냐고 박소담 시인이 물었을 때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사는게 그냥 바쁘다는 말밖에...그래도 선뜻 잊지 않고 시집 나왔다며 보내주시는 그 정성에 내 마음이 뿌듯했다.윤태

 박소담, 이지선 부부라고 써 있고 싸인이 돼 있다.
박소담, 이지선 부부라고 써 있고 싸인이 돼 있다. 윤태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 블로그에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송고했습니다.
#시인부부,박소담 이지선 부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